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기후금융 선언식에 참여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SG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불편함을 토로한 이유는 그가 공적금융기관 중 가장 많은 석탄 지원을 한 것으로 밝혀진 수출입은행 은행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에 참여해 이 같은 심정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 동안 여러분이 기후 악당이라고 말하는 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었다”며 “이웃 나라에 탄소 금융을 줬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며 "오늘 이 자리는 덕담할 게 아니라 오히려 제가 들어야 하는 소리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에 따르면,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약 4조8585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조9955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국민연금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국회에서는 수출입은행의 석탄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수출입은행법’이다. 공적 금융이 해외석탄발전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 의원은 "해외석탄 투자를 중단하고 일관성 있는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기후악당국가’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작년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여야가 일제히 석탄 투자를 지속하는 수출입은행을 질타하기도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수출입은행의 해외 석탄화력발전 금융지원은 한국이 그린뉴딜로 나아갈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와 정확히 엇박자가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 조해진 의원은 "대내적으로는 퇴행 산업을 해외에 이전하는 것이 되는데, 도덕적으로 논란이 많지 않으냐"며 "보편적인 상식으로 볼 때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했다.
이에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국제·환경 기준에 충족하는 사업은 지원한다는 정부 입장에 따르고 있다"며 “질서 있는 탈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은성수 위원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을 돌이키며 "저와 같이 불편하게 자리에 앉았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달라"며 "기후금융을 사회공헌으로 일환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단순한 책무가 아닌 금융산업의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해달라"며 시장 참여를 당부했다. 더불어 정부도 금융권의 자발적인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원회 녹색금융 윤현철 과장도 기후금융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언급했다. 윤 과장은 “BIS 감독에 기후를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분기 내 로드맵을 발표하겠다”며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대출금 등 위험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덧붙여 “금융을 경제 시스템의 혈관이라고 많이들 얘기한다”며 “또 하나의 창조금융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