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C, "기후공시는 우리 소관 아냐”…법적 대응 중지
- 캘리포니아 기후공시법은 합헌 판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규정에 대한 입장을 180도 전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공시 폐지 수순이 가시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까지 규정의 정당성을 적극 옹호하던 SEC는 11일(현지시각) 마크 우예다 직무 대행의 지시로 기후공시 의무화에 반대하는 소송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때와 달리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우예다 대행은 공화당 소속 SEC 위원으로서 2022년 6월부터 재직해 왔다. 그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일했으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증권 규제 담당 최고 고문을 지냈다./SEC
우예다 대행은 공화당 소속 SEC 위원으로서 2022년 6월부터 재직해 왔다. 그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일했으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증권 규제 담당 최고 고문을 지냈다./SEC

 

SEC, "기후공시는 우리 소관 아냐”…법적 대응 중지

규정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SEC가 2024년 3월 기후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시작됐다. 25개 주 정부와 미국상공회의소 등 9개 단체들은 "SEC가 권한을 넘어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각 법원에서 진행되던 소송은 제8연방항소법원으로 통합됐고, SEC는 같은 해 4월에 규정 집행을 잠정 중단했다. 

SEC는 지난 8월 법원에 제출한 변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더 상세하고 일관되며 비교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규정의 정당성을 옹호한 바 있다. 

기후 공시 의무화를 이끌던 게리 겐슬러 전 SEC의장이 사임하고, 직무 대행을 맡은 우예다는 11일 성명에서 "SEC는 기후변화 이슈를 다룰 법적 권한이나 전문성이 없다"며 입장을 전면 수정했다. 그는 이 소송에 대한 심리 중단을 요청하기로 했다.

 기존 공시 규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SEC의 현재 입장이다. 우예다는 "현행 규정으로도 재무적으로 중요한 기후 위험은 이미 공시가 가능하다"며 "새 규정은 불필요하게 과도한 정보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기후공시 의무화가 SEC의 권한에 속하는지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우예다는 "위원들은 기관의 법적 권한 범위를 판단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며 "모든 의견을 검토한 결과 SEC가 권한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헤스터 피어스 위원도 새 규정의 법적 근거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의회가 명확히 권한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적 수익과 관련 없는 정보 공시를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SEC는 최근 위원회 구성 변화와 바이든 대통령의 규제 동결 지시를 고려해 대응 방향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우예다는 "위원회가 이 소송에 대한 입장을 신속히 결정해 법원에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기후공시법은 합헌 판결

SEC와는 달리 캘리포니아주의 기후공시법은 첫 법적 시험대를 통과했다. 연방지방법원 오티스 라이트 2세 판사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지난 30일(현지시각) 제기한 위헌 소송을 기각했다고 ESG투데이는 11일(현지시각)전했다.

이번 판결로 기후 데이터 책임법(SB 253)과 기후 관련 금융 위험법(SB 261)이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이 법들은 각각 연 매출 10억달러, 5억달러 이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관련 재무위험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소송에서 캘리포니아 기후 법안이 사실상 국가적 표준을 정의하고 있다며, 이는 주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으로 기후 공시를 강요하는 것은 연방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라이트 판사는 우선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아직 구체적인 공시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며, 연방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봤다. 쉽게 말해, 구체적인 규정도 없는 상태에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공회의소는 의무 공시가 기업의 평판을 떨어뜨려 사실상 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이트 판사는 "이 법은 정보 공개를 요구할 뿐, 기업들에게 특정한 행동이나 입장 표명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자신들의 배출량과 관련 위험을 있는 그대로 공개만 하면 되며, 이를 감축하거나 특정한 대응 방안을 채택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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