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2024년 5월, 전국 광역지자체들은 ‘제1차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제출하며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 전략을 공개했다. 지역별 에너지 수요와 산업 구조를 반영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조치다.

경기도는 2026년까지 원전 6기 규모에 해당하는 9GW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구축하고, 공공기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30%까지 확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할 계획이다. 충청남도 역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6.5%로 늘리는 목표를 설정했다.

 

영농형 태양광, 농업과 에너지의 ‘윈윈’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영농형 태양광이 주목받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이란 토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농업과 재생에너지 생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보통 농기계가 지나갈 수 있도록 패널을 일정 높이로 띄우고, 작물이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간격을 조정해 설치한다. 일부 시스템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패널 각도를 조절해 농업과 전력 생산 사이의 균형도 맞춰준다. 토지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농가의 부수입 창출에도 매력적이다.

작물 경작에도 긍정적이다. 태양광 패널이 여름철 강한 햇빛을 차단해 폭염 피해를 줄이고, 가뭄과 집중호우로 인한 작물 피해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실현은 물론,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 산업단지와 연계해 송전망 확충 부담을 낮출 수도 있다.

[그림 1. 광역지자체별 농지 넓이]
[그림 1. 광역지자체별 농지 넓이]

 

영농형 태양광 잠재력, 국가 전력 소비 50% 이상 충당 가능

실제로 영농형 태양광의 잠재력을 계산해보면 국가 전력 수요의 절반 이상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일단, 영농형 태양광 설비의 토지 이용률을 10%, 연간 발전 이용률을 15%로 가정하면 연간 350TWh 이상의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도’ 지역의 전력 소비량 총합은 309TWh 수준으로, 이는 국가 전체 전력 소비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즉, 영농형 태양광 설비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 지역을 제외하고, ‘도’ 지역에서만 적극 도입해도 국가 전력 수요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강원,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제주 지역은 영농형 태양광만으로도 지역 내 전력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 반면, 전력 소비량이 많은 경기도, 충북, 충남은 영농형 태양광만으로 100% 자급이 어렵지만,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원과 병행하면 재생에너지 자립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림 2. 광역지자체 단위 농지 구분 별 전력수요 대비 영농형 태양광 발전 잠재량]
[그림 2. 광역지자체 단위 농지 구분 별 전력수요 대비 영농형 태양광 발전 잠재량]

강원과 경기 지역은 농업진흥지역(농지법에 따라 지정된 특별 구역) 외 농지만 고려해도 2023년 기준 태양광 발전량의 10배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업진흥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각 광역지자체의 발전 가능량은 현재 발전량 대비 최소7배(전북)에서 최대 17배(경기)까지 확대될 여력이 있다. 이는 영농형 태양광이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자립을 위한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농업과 전력의 공존, 지속가능한 모델이 되도록 

이처럼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으로,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농업과 전력 생산이 둘 다 가능하다는 점은 국토 균형발전, 농업 경쟁력 강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이 된다.  

문제는 본격적인 확산에 앞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이다.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설치 제한, 복잡한 인허가 절차, 농업 생산성 감소 우려, 지역 주민과의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작물별 최적 환경과 태양광 패널 배치 방식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실질적인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4월 23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농지 확보 협조 용이성을 위해 기업보다는 농업인을 사업 주체로 설정 ▲비우량농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집적화 ▲부실 영농을 방지하는 관리체계 구축 등이다. 

관련 노력도 추진 중이다. 농업인 교육 및 보험 지원, 농업진흥지역 외 농지의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한 것이 그중 하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발전사업 인허가 및 사후 관리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2025년까지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실태 점검도 지속할 계획이다.

영농형 태양광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농업인, 에너지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도 필수적이다. 기술 연구와 실증 사업 확대를 통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의 공존 모델 구축,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 마련도 선행돼야 한다.  

향후 영농형 태양광이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홍상현 대표는

홍상현 대표는 에너지 전문가로, 2024년 에너지 정책 연구기관인 플랜잇(PLANiT)을 공동설립했다. 플랜잇은 전환 경로를 식별하는 모델 기반의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량적 연구 기관이다. 홍 대표는 세계대학평가 상위 1%의 명문대학인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에서 에너지 정책 분석 모델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영국 버밍엄대 연구소, 호주 태즈매니아대,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학 등의 국내외 유수 연구기관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에너지 시장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분야의 선도적인 글로벌 공급업체인 에너지 이그젬플러(Energy Exemplar)에서 에너지 시장 선임 애널리스트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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