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기관들이 탄소중립(Net Zero) 목표를 속속 내세우고 있지만, 과학기반 감축목표 설정이나 실제 이행 전략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시아 투자자 그룹(AIGCC)은 30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 기후 전환 보고서(Climate Transition Report 2025)'에서, 아시아 금융기관 230곳을 조사한 결과 넷제로 전략과 실행 사이의 괴리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넷제로 목표 40%…공개된 과학기반 목표는 31% 그쳐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관의 40%가 넷제로 목표를 수립했다고 밝혔지만, 과학 기반 감축목표(SBT)를 외부에 공개한 곳은 31%에 불과했다.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시행한 기관은 48%, 포트폴리오 배출량을 산정해 공시한 비율은 37%에 그쳤으며, 62%만이 기후변화를 투자 리스크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기후 리스크 인식은 확대됐지만 실행력은 구조적으로 미진하다”고 평가했다.
조사는 아시아 19개국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117곳과 자산소유자 113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들의 평균 운용자산(AUM)은 1천억달러(약 140조원)에 달한다. 이 중 52개 기관은 AIGCC의 '2024 기후 투자 설문조사(Climate Investment Survey 2024)'에도 참여해 세부 데이터를 제공했다.
AIGCC는 홍콩에 본부를 둔 비영리 이니셔티브로, 아시아 금융기관의 기후 대응과 저탄소 투자 촉진을 목표로 한다. 회원사는 약 80개이며 총 운용자산은 28조달러(약 3경9270조원)에 이른다. 국제 이니셔티브 ‘클라이밋 액션 100+(Climate Action 100+)’과 협력해 아시아 유틸리티 기업과의 투자자 대화도 진행 중이다.
실행 전략 부재…"거버넌스·데이터 체계 강화 시급"
보고서는 “과학기반 목표의 부재, 실행 계획 미흡, 이사회 차원의 거버넌스 부족이 핵심 장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넷제로 선언 비율은 AUM 기준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실질적 전략 수립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일부 산업의 기후 리스크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투자 회피 전략조차 구체화되지 않은 기관도 다수였다.
또한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기후 공시 수준은 선진국 대비 낮았으며, 기후 관련 데이터 시스템과 이행 점검 체계의 부재도 공통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넷제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선언을 넘어, 정량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AIGCC는 “아시아 금융권의 기후 대응이 확산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를 담보할 전략과 실행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