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P4G 개최... 文 "COP26서 상향된 NDC 목표 발표하겠다"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지구를 위한 행동’을 다짐하는 세계 정상들의 회의가 30일 서울에서 시작했다. 녹색미래 정상회의(P4G)는 한국이 개최한 첫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로, 기업·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력에 초점을 맞춘 자리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영국·중국·독일·태국·베트남·캄보디아·케냐·콜롬비아 등 45개 국가와 EU, 21개 국제기구 등 총 68명이 참석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를 언급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열린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은 명확하다”면서 “다짐을 넘어 함께 실천하는 것이며 선진국과 개도국이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 녹색미래(P4G) 정상회의 개막식 개회사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하겠다. 이미 약속한대로 11월 26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외 신규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도 재확인했다. 이어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큰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전환을 돕겠다”면서 “2025년까지 기후·녹색 오디에이(ODA·공적개발원조)를 대폭 늘려 녹색회복이 필요한 개발도상국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다양한 생물종 보호와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2023년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한국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해 밝히지 않은 데 대한 한계도 지적된다.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를 주최한 미국은 2035년 전력 부문에서의 탄소중립 목표 등을 담아 2030년까지 2005년 배출량과 대비해 5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국가들의 엔디시 상향을 압박했다. 이에 한국 역시 구체적인 목표를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으나 문 대통령은 이번 개회사에도 엔디시 목표 수치 및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약속은 담기지 못했다.
한 기후운동가는 “정부개발원조를 앞세운 것은 이번에도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에 배출량 감소와 관련해서는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한-미정상회담 때 한국은 미국과 ‘지구평균 기온 상승 1.5도 제한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상향된 NDC 발표를 약속했다. 일주일 만인 이번 개회사를 통해 ‘2050 탄소중립 목표의 중간 목표’라는 표현으로 다소 기대감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서 국제사회가 2015년 유엔기후변화당사국협약 파리협정을 통해 도출한 2030년의 배출량은 2010년 배출량 대비 45~50%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2030년 배출량 목표는 2010년 배출량과 비교하면 18.5% 감축하는 목표(5억3600만t)에 그친다.
탄소중립위원회, 29일 출범... 2년 임기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2050년 탄소중립’(탄소순배출량 0)을 이루기 위한 정부의 ‘지휘부’(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9일 출범했다. 위원회는 에너지, 경제산업, 노동자 재취업, 국제협력 등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변화를 진단하고 대응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낮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원회가 탄소중립 달성의 굳건한 주춧돌이 돼 튼튼한 대들보와 같은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위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와 국무조정실 2차장이 사무처장인 사무처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국무위원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등 중앙행정기관장 18명과 산업계·학계, 청년과 청소년 민간위원 77명이 참여하는 심의·의결 기구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공동위원장인 윤순진 서울대 교수를 포함하면 총 위원수는 97명이다. 위원회는 총괄기획위원회와 기후변화·에너지혁신·경제산업·녹색생활·공정전환·과학기술·국제협력·국민참여 8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위원 임기는 2년이고 한번 연임할 수 있다.
기후운동가들, DDP 앞에서 ‘그린워싱 멈춰라’
환경·시민단체 연합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P4G 멈춰! 우리가 녹색이다!'를 주제로 이날 집회를 열고 "한국 정부가 그동안 말뿐인 (탄소중립) 선언을 했지, 실효성 있는 기후 대응은 없었다"며 "이번 정상회의 또한 또 한 번의 공허한 말잔치와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의 모순적인 행태를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정부가 '그린뉴딜'을 말하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석탄발전 투자를 결정했고, 탄소중립을 선포할 때도 7기의 석탄발전소 건설은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덕도 신공항 등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성원기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꺼나가기 위해 세계가 노력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는 석탄화력 7기를 새로 건설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삼척 석탄화력의 건설 인가를 철회하라"고 말했다.
기업들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이어졌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 중단과 대중교통 확충은 보이지 않고, 재벌 기업의 친환경차 사업 전망만 요란하다"고 꼬집었다.
P4G 홍보 영상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정부와 국가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대통령이 틀렸다. 화석연료에 중독돼 성장만을 위해 치닫는 이 사회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한 개개인의 착한 실천으로는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며 "세계 탄소 배출의 70%를 내뿜는 100개의 주요 기업들을 그냥 두고서, 단 20개의 기업이 국내 탄소 배출의 절반을 넘어서는 현실을 그냥 두고서 기후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말이 아닌 행동'을 촉구했다.
김은정 강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도 "기후위기가 마치 캠페인으로 해결될 것처럼 개개인의 실천 운운한 것은 절망 그 자체였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