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더치쉘 CEO, 사망사고 7건으로 연봉 1년만에 51% 삭감
2684개 기업 중 153개 기업, 산업안전보건과 경영진 보수 연동시켜
경영진 보수와 안전사고 연계 효과는 오히려 낮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기업인 로열더치 쉘(Royal Dutch Shell)은 지난 4월 CEO 벤 반 뷰르덴(Ben Van Beurden)은 전년 보수를 51% 삭감했다. 과연 경영진 보수와 산업안전보건을 연동시키면, 사고 발생률이 줄어들까. 서스테이널리틱스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픽사베이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기업인 로열더치 쉘(Royal Dutch Shell)은 지난 4월 CEO 벤 반 뷰르덴(Ben Van Beurden)은 전년 보수를 51% 삭감했다. 과연 경영진 보수와 산업안전보건을 연동시키면, 사고 발생률이 줄어들까. 서스테이널리틱스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픽사베이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CEO의 연봉이 삭감된다? 이미 유럽에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기업인 로열더치 쉘(Royal Dutch Shell)은 지난 4월 CEO 벤 반 뷰르덴(Ben Van Beurden)은 전년 보수를 51% 삭감했다. 사망사고 증가와 경영실적 하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2019년 쉘의 사망사고는 7건으로, 전년(2건)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석유 및 가스 생산량과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가 목표치에 미달하자, CEO의 연봉은 956만 유로(약 129억원)로, 1년만에 51%나 감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LG화학,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등 국내에서도 최근 잇따른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글로벌 ESG 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가 최근 'ESG 이슈와 경영진 보수 연동' 관련한 보고서를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상장거래소의 FTSE 전세계지수(FTSE All World Index)에 해당하는 2684개 기업 중 산업안전보건과 경영진 보수가 연동된 기업은 153개로, 전체의 5.7%로 드러났다. 100개 기업 중 5개 이상이 이에 해당되는 셈이다.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 항목과 경영진의 보수를 연동시킨 기업은 232개사로, 전체의 8.6%였다. 특히 산업안전보건과 경영진의 보수 연동성은 소재산업(Materials)과 에너지(Energy), 공공재산업(Utilities) 등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의 경우 더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53개 기업, "사업장 내 안전사고는 재무적으로도 나쁜 영향 미친다"

사실, 경영성과와 CEO의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뉴스이지만, 최근 눈에 띄는 소식은 에퀴노르(Equinorㆍ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셰브론, 셸, BHP(세계 최대 광산업체) 등 에너지 및 광산업체들이 "탄소배출량 목표치와 경영진 보수를 연계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수익성이 아닌, ESG와 경영진 보수를 연계한다는 새로운 흐름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20%), 캐나다(16%), 프랑스(10%) 등은 ESG 성과와 경영진 보수 연계에 관해 투명성이 높은 축에 속하고, 이탈리아(4%), 네덜란드(3%), 독일(0%) 등은 투명성이 낮은 축에 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호주의 경우, 에너지ㆍ소재산업ㆍ공공재산업 등에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비교적 강력한 법률을 갖고 있다. 

ESG와 경영진 보수를 연동시킨 국가별 투명성 정도. 호주와 태나다, 프랑스 등이 높은 축에 속한다./서스테이널리틱스
ESG와 경영진 보수를 연동시킨 국가별 투명성 정도. 호주와 태나다, 프랑스 등이 높은 축에 속한다./서스테이널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ESG와 경영진 보수를 연계한 232개 기업중 153개 기업(66%)가 사업장 내 안전사고(가벼운 부상, 화재, 사망사고 등)가 재무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설폐쇄나 사업지연, 조사 및 법적 조치, 벌금 및 평판 손상 등은 재무적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리스크라는 것이다. 153개 기업 중 소재산업(44), 에너지(39), 공공재산업(34)  등 117개가 다수를 차지한다. 

산업안전보건 이슈와 경영진 보수를 연계한 기업의 숫자./서스테이널리틱스
산업안전보건 이슈와 경영진 보수를 연계한 기업의 숫자./서스테이널리틱스

ESG와 경영진 보수를 연계시키는 기업들의 비율을 살펴보면, 에너지 및 소재산업의 경우 18~32% 정도가 산업안전보건과 경영진보상을 연계시켰으며, 2~8%는 산업안전보건 관련이 없는 ESG 기준과 경영진 보수를 연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각 산업분야별 ESG와 경영진 보수 연계 기업들 비율. 에너지, 공공재, 소재산업 등의 비율이 높다./서스테이널리틱스
각 산업분야별 ESG와 경영진 보수 연계 기업들 비율. 에너지, 공공재, 소재산업 등의 비율이 높다./서스테이널리틱스

 

경영진 보수와 사업장 사고 건수, 연계성 높지 않다 

그렇다면, 경영진 보수와 산업안전보건을 연계시킬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을까, 낮을까. 서스테이널리틱스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 보수가 산업안전보건과 연동된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급여를 연계시키는 것이 리스크를 막는데 기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산업안전보건과 경영진 보수를 연계한 기업의 산업재해율(LTIR) 중간값은 0.19로, 연계하지 않은 기업의 중간값(0.09)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서스테이널리틱스
산업안전보건과 경영진 보수를 연계한 기업의 산업재해율(LTIR) 중간값은 0.19로, 연계하지 않은 기업의 중간값(0.09)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서스테이널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과 경영진 보수를 연동시킨 기업의 산업재해율(LTIRㆍLost time Injury Rate)의 중간값은 0.19로, 연동시키지 않은 기업의 중간값(0.09)에 비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결국 (산업안전보건과 경영진 보수를 연계시킨 것은) 기업의 사전 예방적인 조치로 보이지만, 그 결과는 결국 위험과 사고발생 이후 기업의 사후대책임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서만 근로자 4명이 숨지는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선사업 대표를 교체하면서 직급도 사장으로 격상했다. 전임 하수 부사장은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 사임하는 대신, 신임 이상균 사장이 대표로 선임됐다. 

이번 서스테이널리틱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과 같은 ESG 이슈가 실질적인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경영진 인센티브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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