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 인베브가 식품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에버그레인을 투자하기에 나섰다. / AB 인베브
AB 인베브가 지원하는 식품 업사이클링 기업 에버그레인은 맥주를 만들고 남은 곡물을 원료로 식품을 만든다. / AB 인베브

 

전 세계 쓰레기 배출량의 6~10%는 음식물 쓰레기가 차지한다. 이에 식품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장 많은 음식 폐기물을 배출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760억 파운드 이상의 음식 폐기물이 매립장과 소각장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 폐기물 중에는 남아서 버린 음식보다 상품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수확하지 않고 그냥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 이에 출고되지 않은 과일, 맥주를 만들고 남은 곡물 등의 음식 폐기물을 업사이클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려는 노력이 주를 이루는 추세다. 

 

AB 인베브, 식품 업사이클링 기업, 에버그레인과 파트너십 체결

맥주 및 기타 음료 제조업체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는 맥주를 만들고 남은 보리 등의 폐곡물 등을 업사이클링하기에 나섰다.

AB 인베브는 보리를 재료로 단백질과 섬유소 등 지속가능한 재료로 변환해 다양한 식품 및 음료를 만드는 ‘에버그레인(EverGrain)’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식품 업사이클링에 접근했다. 

일반적으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전분을 추출한 뒤 남은 보리는 소 사료로 판매되거나 폐기된다. 반면 에버그레인은 양조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곡물을 재가공해 다양한 식품 및 음료로 재생산한다.  

에버그레인의 설립자이자 CEO인 ‘그렉 벨트(Greg Belt)’는 “보리를 기반으로 한 식물성 원료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맛과 영양을 모두 지닌 새로운 옵션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에버그레인에서 제조된 식품 원료는 ‘네슬레(Nestlé)’가 소유한 비타민 브랜드 ‘가든오브라이프(Garden of Life)’의 단백질 분말, 냉동식품기업 ‘노매드 푸드(Nomad Foods)’의 브랜드 ‘버즈아이(Birds Eye)’에서 만든 팟 파이(pot pie, 페이스트리로 만든 파이 크러스트) 제품에 사용된다.  

AB 인베브의 CEO인 미셸 두커리스는 “보리는 식품학적으로 영양이 매우 풍부한 곡물이지만 600년 동안 우리는 맥주용으로만 사용했다. 이제 곡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AB 인베브는 식품 업사이클링 사업을 위해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와 벨기에에 2억 달러 규모의 공장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사이클 푸드 협회의 인증을 받으면 포장에 로고를 추가할 수 있다. / 업사이클드 푸드 협회
업사이클 푸드 협회의 인증을 받으면 포장에 로고를 추가할 수 있다. / 업사이클드 푸드 협회

 

업사이클링 식품 인증 기관도 생겨나

식품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늘면서 업사이클링 푸드 인증 제도도 생겼다. 2019년 미국의 사회적 기업가인 ‘터너 와이어트’는 ‘업사이클드 푸드 협회(Upcycled Food Association)’ 를 설립하고 포장에 특별한 로고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식품의 환경적 이점을 입증해야 하며, 식품을 비롯해 식품 원료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엄격한 인증을 통과한 제품의 수는 141개다. 이들 제품을 통해 연간 7억 300만 파운드(1조1400억원)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사이클드 푸드 협회의 CEO인 와이어트는 "업사이클드 인증 제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제품과 성분은 식품, 화장품, 퍼스널 케어, 애완동물 사료에 걸쳐 있으며 소규모 신생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까지 제품군이 다양하다. 인증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이 협회의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는 AB 인베브의 에버그레인, 보리 우유를 선보이는 ‘테이크 투(Take Two)’, 미국 베이킹 제품 판매 기업 ‘리그레인드(REGrained)’, 전기 없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말린 과일을 판매하는 ‘어그리사이클(Agricycle) 등이 있다. 

 

전문가들 식품 업사이클링의 기술적, 비용 문제를 걱정

업사이클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드렉셀 대학교 식품학과 조너선 도이치 교수는 “보리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맥아즙에 담그면 부패하기 쉽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추가 가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저가 재료를 업사이클링 하는데 들어가는 높은 가공 비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컨설팅 회사 ‘오클랜드 이노베이션’이 2020년에 발표한 ‘업사이클링 음식물 쓰레기’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업사이클링 및 협업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비용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식재료의 처리 및 운송에 대한 비용도 마찬가지다.

최근 2억 달러 규모의 브랜드가 된 다농 NA의 '투 굿 요거트' 
최근 2억 달러 규모의 브랜드가 된 다농 NA의 '투 굿 그릭 요거트' 의 모습/ 투굿그릭요거트

한편, 업사이클링 식품 브랜드에 대한 투자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농은 최근 ‘투굿그릭요거트(Two Good Greek yogurt)’가 2억 달러(2400억원) 규모의 브랜드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불완전 상품으로 분리된 못생긴 과일 등을 판매하는 이니셔티브 ‘풀 하비스트(Full Harvest)’와 협력해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식품 생산자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지속 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업사이클 식품 사업에 투자하고 있고, 금융계 역시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자하거나 시드 펀딩을 하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껍질을 말린 과일로 스낵을 만드는 '린드 푸즈(Rind Foods)'는 2021년 6월에 610만 달러(7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덴마크의 신생 기업인 '카페 부에노(Kaffe Bueno)'는 1년도 채 되기 전에 120만 달러(14억원) 이상의 시드 펀딩을 받았다. 투자금은 사용한 커피 찌꺼기에서 업사이클링한 밀가루의 생산을 늘리는데 사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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