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리 사이클은 일반 시장에서 판매될 수 없는 남은 과일이나 음식 원료를 업사이클링해 지속가능한 식품을 생산한다/어그리 사이클
어그리 사이클은 일반 시장에서 판매될 수 없는 남은 과일이나 음식 원료를 업사이클링해 지속가능한 식품을 생산한다/어그리 사이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전 세계 생산 식량 40억톤 중 3분의 1이 손실되거나 낭비된다. 경제적 손실로 따지면 연간 1조 달러(1118조 원)에 이른다. 손상되는 음식의 대부분은 유통과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며, 보관 문제로 폐기되는 식재료도 2조8000억 파운드로 추산된다. 미국 스타트업 어그리사이클(Agricycle)은 일반 시장에서 판매될 수 없는 남은 과일이나 음식 원료를 업사이클링해 지속가능한 식품을 생산한다.

어그리사이클 설립자 겸 CEO인 조시 셰프너(Josh Shefner)는 대학수업 프로젝트에서 음식 쓰레기 문제에 주목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광 식품 건조기를 개발했다. 아프리카에는 엄청난 양의 과일이 생산되지만 95%가 폐기된다. 냉장 보관이나 효율적인 운송 수단을 이용할 수 없어 음식이 쉽게 상하거나 변질되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일반 건조기 원리를 이용해 폐기 처리될 음식물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건조기는 전기 없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기에 어디서든 활용이 가능했다. 간단하면서 확장가능한 기술로 설계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가 처음 지역 농부들에게 기술을 제공했을 때, 농부들은 “건조기는 유용하지만 말린 과일을 누구에게 팔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나아가 그는 농부들을 위한 유통망을 확보해 시장 진출까지 돕게 됐다. 

이를 위해 망고나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여성 농부들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일반 시장에는 판매될 수 없는 과일이나 남은 과일을 건조시켜 새로운 소비자 식품으로 제작한다. 협동조합에는 현재까지 3만5000명의 농부들이 가입했으며, 기술 교육과 훈련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지역 농부들의 평균 임금은 하루 2달러이지만 협동조합에 참여한 이후 이들의 임금은 하루 15달러로 평균임금보다 7배 이상 증가했다. 

어그리사이클은 지역사회 투자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지역사회 개발에 총 82만5000달러를 투자해 식품 안전 제조, 시장 관행 및 금융 지식 등에 관한 교육, 지역채용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공급 체계를 구축 및 강화한다.

조시 셰프너 CEO는 "농부들이 추가적인 재정 수입을 확보해 생계를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현지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여성들에게 재정 교육을 제공하고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소액 금융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어그리사이클은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를 시작으로 현재 서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다. 수출인증에서부터 글로벌 디지털 교육 플랫폼, 글로벌 NGO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파트너십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다.

 

동아프리카 농부들은 과일을 직접 수확, 건조하고 있다/어그리 사이클
동아프리카 농부들은 과일을 직접 수확, 건조하고 있다/어그리 사이클

동아프리카에서 선보인 제품은 망고, 잭 프루트, 파인애플을 건조시켜 만든 간식용 과일인 얄리 과일(Jali Fruit)이다. 손상된 식품을 업사이클링 해 새로운 재료와 제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농부들이 직접 과일을 재배 및 수확하고 검사, 세척 등 세부 과정을 거친 뒤 태양열로 과일을 건조해 포장 판매한다. 제품에 '나의 농장을 찾아라(Find my Farm)'이라는 라벨을 부착해 제품 공급망과 원산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출시된 두 번째 제품 '트로피코알 점화(tropicoal ignition)'은 코코넛 껍질과 야자 알맹이를 재활용해 개발한 숯 대체품이다. 가장 뜨겁게 탈 수 있는 음식 재료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숯 원료로 만들었다. 아프리카 삼림 벌채의 주요 원인인 조리용 연료 보다 연기가 덜 나고 대기 오염을 줄인 친환경 재료로 만들었다. 

코코넛 껍질과 야자 알맹이를 재활용해 개발한 트로피코알 점화/어그리 사이클
코코넛 껍질과 야자 알맹이를 재활용해 개발한 트로피코알 점화/어그리 사이클

이 외에도 망고 껍질 등 과일을 100% 재활용한 천연 유기농 밀가루를 만들었다. 글루텐 등 인공 화학재료가 아닌 시리얼, 곡물, 채소 등 유기농 밀가루 재료로 구성하고 제빵업체나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어그리사이클은 음식 폐기물 업사이클링을 통해 7만5000킬로그램(kg)을 재활용했다. CEO 셰프너는 "아이티, 자메이카, 파나마 등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농업인과 지역 장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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