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연료’의 가능성, 일각에선 내연기관 체제 연장 의심도 나와

포르쉐가 에너지 기업 HIF(Highly Innovative Fuels)와 협력해 칠레의 남부 지역인 푼타 아레나스 부근에서 탄소중립 합성연료인 이퓨얼(e-fuel)의 생산을 시작했다고 지난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포르쉐는 오는 2030년까지 포르쉐의 모든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생산을 시작한 이퓨얼을 포함한 합성연료 생산은 e-모빌리티(electromobility)를 지향하는 포르쉐의 지속가능성 전략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포르쉐는 올해 4월 HIF에 7500만 달러(약 957억원)를 투자했고, 지금까지 이퓨얼 개발 및 생산에 약 1억 달러(약 1277억원)가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HIF는 칠레, 미국, 호주 등 지역에서 이퓨얼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포르쉐의 조달 부문 책임자인 바바라 프렌켈(Barbara Frenkel)은 “포르쉐는 e-모빌리티와 이퓨얼 관련 기술을 개선하는 ‘이중 e-경로(double e-path)’에 전념하고 있다”며 “교통 부문 전반을 살펴보면 합성연료 사업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칠레에 마련한 이퓨얼 시범 시설은 포르쉐가 이퓨얼 개발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포르쉐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마이클 슈타이너(Michael Steiner)는 “이퓨얼의 잠재력은 크다”며 “전 세계의 13억 대 이상의 내연기관 차량에 대해 이퓨얼이 탄소 중립적인 대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뉴스인 CNBC는 포르쉐가 오는 2030년까지 라인업 중 전기차(EV) 비중을 80%로 높일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포르쉐는 칠레 이퓨얼 시설의 시범 단계에서 연간 약 13만 리터의 이퓨얼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한 연료는 포르쉐 모빌 1 슈퍼컵과 포르쉐 체험 센터 등의 프로젝트에 사용할 예정이다. 포르쉐는 시범 단계를 거쳐 시설의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오는 2025년쯤에는 이퓨얼 생산을 연간 5500만 리터로 늘리고, 그로부터 다시 2년 후에는 5억5000만 리터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합성연료의 일종, 이퓨얼이란 무엇인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주요 공급업체 중 하나인 보쉬(Bosch)는 이퓨얼 사용을 지지하고 있다. 보쉬 측은 ‘합성연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렇게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신재생 전력으로 휘발유나 디젤, 천연가스의 원료로 변환된다고 설명한다. 합성연료를 사용하면 내연기관 자동차가 기존에 활용하던 충전소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비영리단체인 T&E(Transport & Environment)에선 이퓨얼에 대한 연구를 지난해 5월 발표했다. T&E는 지속가능한 배터리, 녹색 수소, 이퓨얼 등 자동차 산업 관련 탈탄소화 기술 기운데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배터리를 전기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재생 전력으로 생산한 연료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행하면 EV보다 약 5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포르쉐 이퓨얼 사업의 양면

이퓨얼을 생산하기 위한 첫 단계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선 여러 녹색 수소 생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일각에선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잉여분의 신재생에너지는 물 분자를 쪼개기 위한 전기 분해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에 사용할 것이라고 클린테크니카는 지난 21일 보도했다. 포르쉐는 칠레의 남부 지역에선 연중 270일 동안 바람이 불기 때문에, 풍력 터빈을 최대 용량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이퓨얼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조달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되는 셈이다. 

한편 클린테크니카는 이번 포르쉐의 이퓨얼 생산에 대한 비판점도 지적했다. 칠레 남부의 시설 부근에 거주하는 원주민 등 지역사회가 누릴 신재생에너지의 혜택을 포르쉐 시설이 차지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르쉐의 사업이 탄소 포집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클린테크니카는 포르쉐가 이퓨얼 개발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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