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SG 투자자들이 S&P글로벌의 DJSI가 아닌 다른 ESG 평가사의 평가 결과를 요구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DJSI가 아닌 다양한 ESG 평가를 선택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포스코 홀딩스는 지난해 DJSI World에 편입됐으나, 올해는 DJSI 평가 대신 MSCI와 서스테이널리틱스(모닝스타), ISS 등의 평가 지수에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DJSI 대응에서 빠지는 움직임이 확인된 것은 삼성전자부터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DJSI 월드에 편입됐었으나 2018년부터 이름이 오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ESG 평가 대응에서 DJSI는 사실상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DJSI)는 인도, 중국, 대만, 태국 등 신흥국의 기업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ESG 평가 지수다. 국내 기업들도 오랫동안 DJSI 평가에 대응해 왔으며, 최고 등급인 DJSI World에도 지난해 24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DJSI에 대한 투자자 요구 없어

포스코 홀딩스가 DJSI 평가 대응에서 빠지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코 홀딩스 ESG팀 관계자는 “홀딩스의 투자자 중 DJSI 평가 결과를 요구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DJSI 이탈 현상이 국내외 산업 전반에서 관측된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관계자는 "주요 글로벌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 일본제철, 타다 스틸도 DJSI에 편입되어 있지 않다"며 "경쟁사인 글로벌 철강사들이 DJSI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도 포스코 홀딩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임팩트온에 “MSCI, 서스테이널리틱스, ISS가 주로 언급된 평가사”라며 “국내에서는 이 세 가지 평가기관에 대한 이해나 대응 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에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ESG 평가는 DJSI World처럼 최고 등급을 받거나 1등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 회사에 투자해도 안전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수준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MSCI는 컨트로버시(논쟁, Controversy) 이슈를 상세하게 본다”며 “논쟁 사항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과 개선사항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과제가 있고 투자자들이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이 평가 문항 기재…공신력과 자원 부담 지적

DJSI는 다른 ESG 평가들과 정보 수집 방식이 다르다. DJSI는 홈페이지에 평가 문항을 공개하고 기업이 문항별로 답변을 기재해야 한다. DJSI 평가를 받아온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의 KCGS(한국ESG기준원)를 포함해 다른 해외 평가들은 기업이 직접 답변을 입력하게 되어 있지 않다”며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홈페이지를 통해 외부에 노출하는 공식적인 정보를 AI나 애널리스트가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 대상인 기업이 직접 문항을 작성하여 평가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공신력을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DJSI는 답변을 증빙할 수 있는 링크를 달아야 하고 문항 자체가 상세하다”며 “이를 작성하다 보면 ESG 경영과 관련하여 큰 방향을 잡고 개선점을 찾는 데는 유용하지만, 한 사람이 이에 대응할 수 없고 탄소 이슈는 탄소부서가, 인권 이슈는 인권 관련 부서가 맡아 영어로 작성해야 해서 인적자원이 크게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 평가는 내용이 많으므로, 이를 지속가능보고서에 담으면 보고서가 점점 두꺼워져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DJSI평가는 80~120개의 질문을 기업이 직접 입력한다./S&P글로벌
DJSI평가는 80~120개의 질문을 기업이 직접 입력한다./S&P글로벌

 

사실 중심의 정보 제공과 커뮤니케이션 채널 마련해야

모든 기업이 글로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대기업 ESG팀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는 KCGS 평가를 모두 받고 있으며 한국어로 된 평가이고 업종별로 등급을 확인할 수 있다”며 “글로벌 평가에 대응하기 이전에 국내의 평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면, 같은 업종의 경쟁사 중 해당 평가 영역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확인하여 어떻게 써야 해당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를 참고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평가 대응은 평가 대상인지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평가는 평가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는데, MSCI나 서스테이널리틱스에 계정을 만들면 기본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있다”며 “우리가 현재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가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실행되므로, 공시 정보를 평가하기에 명확하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계자는 “수식어나 선언적인 내용은 걷어내고 팩트 중심으로 나열하는 게 중요한데, 글로벌 평가를 위해 정보를 영어로 번역할 때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사는 ‘A규정이 있고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와 같이 선언적으로 기재된 정보를 낮게 평가하므로 ‘A규정에 기반하여 B기간에 C행동을 1회 진행하며 D년도 결과는 E이며 개선점은 F이다’처럼 투자자와 평가사가 기업의 행동을 쉽게 읽고 판단할 수 있도록, 보고서에 명확하게 제시하는 게 높은 평가를 받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화도 중요하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ESG 경영에 대해 충분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컨퍼런스콜 등의 방식으로 평가기관이나 투자자들과 소통하기 불안해한다”며 “기업이 대화를 통해 낮게 평가되는 것보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없는 것을 글로벌 평가사와 투자자는 더 좋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은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이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몇 년간 보여주면, 투자자의 신뢰가 쌓이고 평가 결과도 점차 좋아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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