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와 임팩트온은 올해 '그린워싱 탐사대 2기'를 운영한다.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청년 기자단을 중심으로, 이들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파리협정의 목표인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을 이행하는 수단으로 친환경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투자가 가능하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환경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녹색 채권은 성장이 빠른 분야다.
ESG 채권 시장이 한때 주춤하기도 했지만 2023년에는 다수의 전문가, 자산운용사들이 슬럼프를 깨고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바클레이즈는 ESG채권 판매가 2023년 4600억달러(약 584조원) 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월, ESG채권이 지난해 성장에서 둔화가 있었지만, 기후 관련 프로젝트에 조달된 자본이 처음으로 화석연료 산업에 조달된 자본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녹색채권이 그린워싱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 여러 국가에서 녹색채권에 대해 세금 혜택이나 보조금 등의 정책적 지원을 늘려 녹색채권의 발행을 촉진하고자 힘쓰는 것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녹색채권으로 발행된 자금이 사용되는 녹색 프로젝트는 장기적이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녹색채권의 4가지 핵심 요소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그린워싱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즉 ▲자금이 사용되는 '녹색프로젝트'의 적격성 여부 ▲자금 사용처의 불확실성 ▲녹색프로젝트를 통한 환경개선 효과 등 친환경이라 말하면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지난 3월, 유럽연합은 채권시장의 그린워싱을 제재하기 위해 규정을 새로 내놓았다.
EU는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85%를 EU 택소노미에 부합한 활동에 투자해야 ‘녹색채권’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 채권 발행사들은 녹색채권을 통해 발행한 자금이 발행사가 추진하는 기후 전환 활동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나머지 15% 자금은 EU 택소노미 적용에서 자유롭다. 다만 환경 목표에 기여하고 목표에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DNSH(Do Not Significant Harm)' 원칙은 지켜야 한다.
녹색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선정하는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거나 변경된 내용이 재검증되지 않는 것은 물론, 발행된 채권에 대한 자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추적해 지속해서 공개하지 않는 것 또한 녹색채권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든 정보는 녹색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사후 보고를 통해 지속해서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녹색채권 현황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채권 전체 누적 건수의 77.9%, 발행 금액에서도 63.9%를 민간기업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 이외에도 정부, 금융기관, 공기업 등이 추진하는 녹색프로젝트에 대한 채권도 녹색채권에 포함된다.
발행자가 투자자에게 공개해야 할 사항들은 2020 녹색 채권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어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경부는 배출권 발행자에게 자율적으로 녹색채권 관리체계(Green Bond Framework, GBF)(이하 GBF)를 수립해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GBF에는 녹색 채권 발행 개요, 조달자금의 사용처, 프로젝트의 평가 및 선정 절차, 조달자금 관리, 사후 보고에 대한 내용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하며,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세부 가이드라인에는 발행자가 GBF를 수립하고 자금 배분 보고서(Allocation Report)와 영향 보고서(Impact Report)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개해야 할 사항들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발행자는 작성한 GBF를 외부 기관의 검토를 받을 것을 강조한다. 신뢰도가 낮은 외부 기관의 검토를 거치는 경우 그린워싱이 될 수 있기에 기관 선정에 대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아직은 권고에 지나지 않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권고 정도에 지나지 않고, 여전히 정보공개 여부에 따른 신뢰도는 채권 발행자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서만 기업이 발행한 녹색채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불균형에 놓여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업이 관련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시하거나 교묘하게 조작하더라도 투자자는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수동적인 입장에서도 투자자는 발행자가 수립한 GBF를 잘 살피고 공개한 정보를 최대한 의사결정에 활용해야 한다. 발행자가 자금을 사용하고자 하는 녹색프로젝트를 잘 파악하고 녹색채권 발행 이후에도 GBF의 변경 사항과 사후 보고를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예나 그린워싱탐사대 청년기자
최예나 청년기자는 동국대학교에서 바이오환경과학과를 전공하며 ESG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ESG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보도를 통해 사회와 투자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