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투표는 펀드매니저들에게 포트폴리오 기업의 변화를 촉진하는 핵심 지렛대로 인식된다. ESG 주주행동 단체들이 소액 주주들의 힘을 빌려 석유 메이저 기업에게 기후 행동을 하게 하려는 것도 그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주주행동 단체 팔로우 디스(Follow This)는 "HSBC가 최근 주총 시즌에 모든 석유 메이저 기업의 기후 목표를 지원한 유일한 영국 대형 투자자"라는 내용을 담은 브리핑을 내놓았다.
팔로우 디스는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인 미국 엑손모빌(ExxonMobil)과 셰브론(Chevron) 을 비롯해 셸, BP, 토탈 에너지 등 다수의 화석연료 기업에 파리 기후변화협약 목표에 부합하는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결의안이 채택될 만큼 충분한 주주 지원을 받지 못했다.
지난 6월, 열린 엑손모빌 주주총회에서 팔로우디스의 주주 제안 결의안에 대해 엑손모빌 주주의 11%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비슷한 결의안을 다룬 셰브론의 주주들도 10%가 찬성하는데 그쳤다.
미국 석유 메이저의 주총에서 주주들은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제한은 사실상 생산을 줄이자는 제안”이라며 상당수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상황도 미국과 비슷...방향성 공감하나 주주제안은 지지 불가
주주들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유럽도 미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1조5000억달러(약 1896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영국 최대 투자운용사인 리걸앤제네럴(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 이하 LGIM)와 Abrdn Plc 역시 5개 주요 화석 연료 기업에 대한 팔로우 디스의 주주 제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LGIM의 대변인은 “결의안의 기본 원칙을 지지하지만, 팔로우 디스의 2023 주주 결의안의 내용이 유연성을 부과하고 오히려 에너지 전환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팔로우 디스의 설립자인 마크 반 바알(Mark van Baal)은 성명을 통해 "HSBC는 영국 톱 10에서 세계 경제의 유일한 진정한 청지기다"라고 말했다. "동종업계 투자 운용사들은 대부분의 석유 메이저들이 계속해서 기후 붕괴를 일으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마크 반 바알은 투자자들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증한 이익을 위해 기후 행동을 희생하기로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바알은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글을 통해 “LGIM이 주주제안 반대를 통해 투자자들은 석유 회사와 건설적인 관계를 계속 구축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영국 성공회연금위원회가 인정한 바와 같이 주주 결의안에 대한 건설적인 참여와 투표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고 상호 의존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새로운 재생 에너지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할 기회를 얻는 게 현재 얻을 수 있는 이익”이라고도 덧붙였다.
abrdn의 주주 행동 책임자인 앤드류 메이슨(Andrew Mason)은 “주주 기후 해결이 재무제표 또는 연례 보고서와 별도로 제기되었기 때문에 투자자가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라고 가디언을 통해 말했다. 이어 "기후 전략의 완전한 평가에는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자산관리자가 평가 책임을 외주화할 수도 있다"라고 반대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