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회계 비즈니스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5일(현지시각) “데이터 결함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비즈니스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VC 관련 데이터기업인 피치북에 따르면, 탄소 회계 스타트업에 대한 자본투자는 2020년 6000만달러(약 784억원)에서 2022년 7억6700만달러(약 1조27억원)로 급증했다. 2023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서, 올해 이 부문에만 3억3300만달러(약 4353억원)가 투자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에 유럽과 미국에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ESG(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 6월 ISSB(국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공시 기준을 발표했는데 “기업이 가치사슬 전체에 걸친 배출량을 보고할 수 있도록 추가로 1년을 더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코프3(Scope3) 배출량에 관한 보고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는 보도가 나왔다.
카본체인(CarbonChain)은 올해 초 시리즈A로 1000만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CEO인 애덤 헌(Adam Hearne)은 “(스코프3 공시의무화 1년 연장이라는) 이 방안은 기업들이 내부를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파리에 본사를 둔 탄소회계 스타트업 그린리(Greenly)는 “클라이언트 10곳 중 9곳이 기후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린리는 지난해 시리즈A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3200만달러(약 418억원)를 조달했다.
그린리의 최고경영자인 알렉시스 노르망드(Alexis Normand)는 “몇년 전에는 아무도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250명 규모의 회사들이 탄소관리를 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일부 협력업체, 데이터 제공 꺼리고
배출계수를 활용해 온실가스 추정하기도
하지만 시장은 구체적인 공시 규칙이 부족한 데다, 투명성도 부족해 아직 혼돈한 상태라고 한다. FT는 “일부 기업은 협력업체에까지 세분화된 배출 데이터를 요구하고, 많은 협력업체들은 직업 온실가스 배출을 측정하기보다는 소위 ‘배출계수(emissions factors)’를 계산해서 사용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사무용 의자 한 개의 가격이 100달러라면, 사무용 의자 한 개당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고려한 배출계수가 그 가격에 곱해지게 된다. 혹은 배출 계수를 사용해서 의자 한 개에 사용되는 재료의 양을 나타낸다.
FT는 “배출 계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및 유엔 IPC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패널)와 같은 기관의 DB에서 갖고오지만, 이것을 사용하는 건 정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맥킨지의 피터 스피들러(Peter Spiller)는 “업계의 평균 매출과 평균 비용을 기반으로, 각 회사의 재무계정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면,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라며 FT에 밝혔다.
투명성 또한 골칫거리다. 일부 협력업체의 경우 데이터의 상업적 민감성 때문에 정보 제공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카본체인의 애덤 헌(Adam Hearne) 대표는 “정유 부문은 전통적으로 매우 기밀 유지가 중요한 부문인데, 한 회사가 정제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알게 되면 이것을 처리하는 석유 배럴의 비용기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FT에 설명했다.
각 기업마다 서로 다른 측정 단위를 사용하면서, 비교가 어려운 문제 또한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석유와 가스의 메탄 배출을 인증하는 기업인 MiQ그룹의 CEO인 조지스 티즈보쉬(Georges Tijbosch)는 “ 천연가스로만 한정할 경우, 입방피트, 입방미터, 메가와트시, 메가줄 등으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비교가 어렵다. 측정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준인 온실가스프로토콜(GHG)의 경우는 어떨까. 하지만 일부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은 배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데다, 이중계산의 위험 때문에 이 또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탄소배출량 측정 여전히 뜨거운 감자…
미 SEC 기후 공시 결정 앞두고 고객ㆍ협력업체 배출량 측정 나서
한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10월쯤 미 기후공시에 관한 결정이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미 SEC가 발표했던 기후공시에 대한 각계의 피드백만 해도 1만5000개에 달할 정도로 기록적이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규제 당국은 이러한 피드백을 기반으로 조정하고 있으며, 10월에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려는 기업, 특히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측정과 비교는 매우 뜨거운 이슈다.
플랜티어 테크놀러지스(Palantir Technologies)의 에너지 및 천연자원 책임자인 매트 바빈(Matt Babin)은 “만약 우리 상품이 더 낮은 탄소집약도를 갖고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기업은 이에 대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실제로 플랜티어의 고객인 세계 최대의 상품거래업체 중 하나인 트라피구라(Trafigura)의 경우, 플랜티어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파운드리(Foundry)에 자체 배출량 및 협력업체, 구매업체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인 카브미(Carbemee)의 경우, 배출계수와 고객의 거래 데이터를 사용해 배출량을 계산한다.
옥스퍼드대 비즈니스 및 공공정책 교수인 카틱 라만나(Karthik Ramanna)는 “시장은 이것이 유용한 정보임을 발견하기 시작했고,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직 무엇이 좋은 회계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거의 없는 서부지대(wild west)에 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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