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이 ESG 등급 제공업체들 규제하라고 주장
신용평가사들은 규제받는데, ESG 규제 없어... 업체들 반발
그린 워싱(Green Wahingㆍ친환경으로 위장)을 막기 위해 ESG 등급을 평가하거나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 제공업체들’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15일(현지시각) 제기됐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증권감독기관인 AMF(프랑스)과 AFM(네덜란드)는 “지속가능한 투자가 커지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속가능성 관련 서비스 제공업체들(SSP·Sustainability-related Service Providers)’은 대부분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며 유럽 증권감독기관인 ‘증권시장감독청(ESMA)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새로운 규제안이 2021년 3월 발표될 예정인 유럽위원회(EC)의 ‘지속가능한 재정 전략’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SG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글로벌 ESG표준 및 프레임워크, 데이터 공급업체, ESG 등급평가기관 등이 600개가 넘으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위원회에서는 올해 ESG 평가기관의 데이터 추출방법, 평가방법론 등을 모두 조사하며, 어떻게 하면 투명성을 높일지에 관한 연구용역을 시행한 바 있다. 이번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주장은 이런 맥락과 일치하는 흐름이다.
증권감독기관들은 “SSP들이 판매하는 모든 ESG 데이터 및 분석 서비스 등에 대해 의무적으로 EU의 규제를 받아야 하며, SSP에 의한 데이터 수집 방법론 등에 관한 투명성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명확한 내부 통제 및 거버넌스(지배구조) 등에 관한 자료요구를 바탕으로, 이해 상충 문제도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제한된 수의 비유럽계 SSP들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며 EU에 위치한 기관을 통해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ESG 데이터·서비스 시장이 2025년까지 2배 이상인 50억불(5조4000억원)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들은 규제는 받는 반면, SSP들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무디스와 S&P 같은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규제를 받고 있다.
ESMA의 스티븐 마이저 회장도 ESG등급에 관해, 등급을 뒷받침하는 방법론에 대한 명확성이 결여돼 “최적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다양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용평가사가 달라도 각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은 100%에 가까운 상관관계가 나타나는데 반해, ESG 등급은 평가기관별 상관관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온다.
유럽위원회가 ESG 등급을 제공하는 SSP들을 규제하기 위한 EU 규칙을 만들지 아닐지는 아직 미지수다. 관련 업체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를 인수한 모닝스타의 앤디 페티트 유럽정책연구부장은 “유럽위원회가 SSP들의 ESG등급과 점수를 둘러싸고 이를 규제화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ESG등급을 제공하는 리피니티브(Refinitiv, 톰슨로이터가 45% 지분을 소유함)의 ESG 책임자인 엘레바 필리포바 또한 “그린워싱과 관련한 EU 의 우선순위는 중요하지만, 택소노미와 같은 프로젝트를 완료함으로써 그린워싱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ESG 등급을 보다 가깝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ESG 등급에 관한 공통 원칙을 세우고 규제하는 것은 나중에 이뤄질 수는 있지만, 현재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