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권시장감독청(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 ESMA)은 빠르게 부상 중인 지속가능한 금융 시장의 우선과제를 식별해 액션플랜을 담은 ‘2022-2024 지속가능한 금융 로드맵(Sustainable Finance Roadmap)’을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ESMA가 로드맵을 발표하게 된 이유는 지속가능한 금융 시장의 빠른 성장에 있다. 국제사회가 저탄소 경제 전환을 모색함에 따라, 이 변화를 촉진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 ‘지속가능성’이란 이름으로 금융시장에 물밀듯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빠른 성장만큼 그린워싱 등의 여러 리스크가 제기됐고, 건전한 시장 형성의 책임을 가진 ESMA가 리스크를 선별해 그에 따른 조치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마련한 것이다.
로드맵은 현재 지속가능한 금융 시장이 직면한 리스크 식별을 토대로 우선과제를 추출하고 그에 따른 액션플랜을 제시한다.
ESMA가 식별한 리스크는 ▲지속가능한 투자를 명확하게 다루지 않는 규제의 문제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의 모호성 ▲ESG 라벨의 투명성과 비교가능성 결핍 ▲지속가능한 금융에 대한 ESMA와 NCA(국가 관할 당국)의 전문지식, 경험, 감독 부족 ▲금융 종사자들의 전문지식 부족 ▲시장 모니터링을 위한 ESG 평가 방법론 부재 등이다.
특히, ESMA는 규제들간의 불일치와 모호성이 그린워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가능한 금융 시장의 빠른 성장에 발맞춰 발생하는 문제점을 완화시키기 위해 유럽 국가별로 규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들이 서로 불일치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아 그린워싱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자금이 얼마나 흘러들어가는지 식별하기위해, ESG 투자를 ‘환경 또는 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투자’로 정의한 SFDR의 제8조는 ‘환경과 사회’ 범주와 ‘변화’가 갖는 의미가 국가별, 금융사별로 서로달라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모호성이 악용되어 그린워싱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ESMA는 지속가능한 금융 상품이 실제적으로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하는 방법론이 투명성에 결핍되어 있고 평가 업체간의 비교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문제는 평가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공개하게 만들어 그린워싱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성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ESMA와 NCA의 지속가능한 금융에 대한 이해 부족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자체에 대한 지식을 비롯해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낮은 전문성은 시장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빠르게 성장 중인 지속가능한 금융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수적이지만, 구조화된 ESG 데이터가 부족할 뿐 아니라 ESG 리스크의 재정적 영향을 평가하기위한 방법론 등이 부재해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큰 리스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식별된 리스크를 토대로 ESMA는 3가지 우선과제를 선정해 올해부터 2024년까지 집중적인 선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제시된 우선과제는 ▲그린워싱 대응과 투명성 촉진(Tackling greenwashing and promoting transparency) ▲지속가능한 금융 분야의 NCA와 ESMA 역량 구축(Building NCAs’ and ESMA’s SF capacities) ▲ESG 시장 및 리스크 모니터링, 평가, 분석(Monitoring, assessing and analysing ESG-related markets and risks)이다.
지속가능한 금융의 빠른 물결 가운데 이 3가지 우선과제 대응이 ‘투자자 보호’ 및 ‘금융 시장과 재무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대응을 위한 7가지 액션플랜을 수립했다. 7가지 액션은 ▲투자관리(Investment management) ▲투자서비스(Investment services) ▲발행인 공시 및 지배구조(Issuers’ disclosure and governance) ▲벤치마크(Benchmarks) ▲등급(신용 및 ESG 등급) (Ratings (credit ratings and ESG ratings))▲거래 및 거래소(Trading and post-trading) ▲금융혁신(Financial innovation) 등이다.
‘투자관리’에 대한 액션은 모호하다고 비판받고 있는 SFDR 제8조 기준의 명확성에 기여하는 것과 규제 기술 표준을 검토해 제시하는 것이다. 또, 지속가능한 금융 규제를 일관성있게 조정할 방침이다.
‘투자서비스’는 규제기관과 금융섹터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금융 교육을 활성화하고 ESG 데이터 수집 방법론 등을 일관성있게 구축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등의 액션이 담겨 있다.
‘발행인 공시 및 지배구조’ 액션은 녹색채권 등의 지속가능한 금융 상품 발행인을 위한 지침서를 마련하고 감독권을 행사하는 등 건전한 금융상품 발행에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데 초점 맞춰져 있다.
이 밖에도 금융을 통한 기후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벤치마킹을 활성화하고, ESG 등급의 투명성과 비교가능성 향상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탄소거래 시장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액션을 통해 지속가능한 금융 거래의 생태계 안정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ESMA의 ‘2022-2024 지속가능한 금융 로드맵’ 전문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www.esma.europa.eu/sites/default/files/library/esma30-379-1051_sustainable_finance_roadmap.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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