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의 최대 고민은 ‘투자 회수’ 이슈였다고 한다. ESG 리스크가 있는 기업을 팔아서 회수(divestment)할 것인가, 아니면 경영에 직접 개입(engagement)해 변화를 이끌 것인가. ESG 투자의 딜레마로 떠오른 회수는 지금까지 금융회사들이 거의 고민하지 않았던 문제다.

투자자들이 ESG에 취했던 전략은 회수전략이었다. 사회책임투자가 활성화됐던 1970년 말, 투자자들은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자 회수라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행된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투자자들은 주식을 처분해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 기부금 운용자들에게 기피대상 기업의 주식을 팔도록 종용했다.

기후변화 이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석탄과 석유업체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시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총 매출의 4분의 1 이상이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BNP파리바자산운용도 총 매출의 10% 이상, 탄소배출량이 많은 전력회사는 투자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런 투자 회수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험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회사를 잃어버린다면 수익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4440억 달러를 운용하는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은 담배회사의 주식을 모두 처분했는데, 이로 인해 놓친 수익은 30억달러(약 3조3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캐롤라인 르 모 ESG리서치 대표는 고객이었던 프랑스 자산운용사인 아문디 측에 “이 같은 투자 회수 전략은 투자자산의 위험이 너무 높아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을 때에나 사용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또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회사 소유권을 잃을 수도 있다. 주주의 적극적 개입으로 기업을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BP의 경우 투자자 압박으로 세계 최대 석유회사에서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트렌토와 하버드, 시카고대 교수 3명은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에서 “개입에 비해 투자 회수 전략은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책임있게 행동하도록 압박하는데 있어서 덜 효과적”이라고 지적하며 “투자 회수가 희망한 사회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어떠한 보장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투자한 기업들의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해 온 블랙록도 올해부터는 전략을 바꾸려 하고 있다. 블랙록은 “기업들이 수행하는 여러 사업들이 ESG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급하게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개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거부하는 것보다는 선제적으로 주주 제안을 내놓는 전략이 바람직한 만큼 우리도 스튜어드십 코드 차원에서 주주 제안을 더 중요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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