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6월 초순부터 폭염에 가까운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오래된 거실 에어컨으로 올 여름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합니다. 친구 엄마는 벌써부터 아이들 방에 창문형 에어컨을 살 준비를 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선풍기로 견디기엔 방이 너무 덥다고 아우성입니다. 지금까지는 겨울을 제외하면 난방비가 없어 아파트 관리비가 그리 부담되지 않았는데, 이제 여름에도 에어컨 전기료를 감당할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날씨와 기후가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아닙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날씨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분 같은 것이고, 기후는 환경이나 유전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 같은 겁니다. 날씨는 맑고, 흐리고, 비오는 등 짧은 시간의 지역적인 상태를 말하지만, 기후는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간에 나타나는 지속적이고 평균적인 대기상태입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애플망고나 파파야와 같은 열대과일이 생산된다는 건 이미 아열대기후에 들어온 것이고, 이는 결코 다시는 예전과 같은 4계절 뚜렷한 온대기후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트럼프 사위 쿠슈너의 태양광 투자

미국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EC)는 건물 에너지 효율 표준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픽사베이

먼저, 트럼프의 사위이자 전 백악관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가 미국 태양광 프로젝트에 수백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쏟아부었다는 내용이 담긴 폴리티코의 기사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쿠슈너의 투자펀드인 어피니티 파트너스(Affinity Partners)는 캘리포니아 태양광 금융 회사 모자이크(Mosaic) 솔라에 1억달러(약 1382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지난 6월 밝혔습니다. 모자이크의 지분은 '10% 이상'이며,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이 회사 이사진에도 한 명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자이크솔라는 태양광 금융 회사로, 주로 주거용 태양광 시스템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고 초기 비용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융자, 에너지 효율 개선, 커뮤니티 솔라 프로그램 등을 제공합니다. 또 개인 투자자들도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미 캘리포니아는 2023년 1월부터 호텔, 사무실, 의료시설, 소매 및 식료품점 등 상업용 건물과 특정 다세대 주택에 태양광 패널과 ESS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지요. 트럼프는 오랜 기간 풍력 터빈이 암을 유발하고 고래를 미치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에 '대량해고'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청정 에너지에 반대해왔습니다. 트럼프는 몇달 전 위스콘신에서 열린 집회에서 "취임과 동시에 IRA와 같은 조 바이든의 거대한 사회주의 법안에 대해 즉각적인 유예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돼 IRA를 폐지할 경우, 쿠슈너의 투자 펀드도 손해를 볼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을까요? 공교롭게도 트럼프는 최근 몇 달 동안 선거 유세에서 태양광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그룹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야말로 화석연료 확대를 위한 기회로 보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공화당 지지 보수단체들이 IRA 철회를 포함한 정책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를 만들기 위해 헤리티지 재단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청정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연방정부 조직, 미 에너지부 내의 재생에너지 부서를 없애라고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진영 갈등은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백악관에 따르면, IRA법으로 인해 약 80개 공장에 130억달러(약 17조9000억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졌거나 태양광 제품 생산 시설이 확충되었습니다. 태양광산업협회는 작년에 태양광이 전체 신규 발전 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IRA가 제정되었을 때보다 51%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태양광 산업은 현재 25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과연 트럼프가 화석연료 및 재생에너지 투트랙을 모두 추진하는 실리적인 정책을 택할지, 지지그룹이 원하는 화석연료 확대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건 당선 이후 일이겠지만요. 

 

수소항공기 스타트업의 파산

에어버스는 2035년까지 수소 여객기를 운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해 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26일(현지시각) FT가 밝혔다./에어버스 홈페이지

두 번째 소식은 ‘수소 항공기 시동이 갑자기 꺼졌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자금조달에 성공했던 유명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시장 수요가 확대되지 않아 폐업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해양탄소 제거기업 런닝타이드도 폐업을 했고, 전기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피스커도 7년만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에 탄소제거 스타트업이 800개 이상 존재하지만, 이들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요는 부족하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유니버설 하이드로젠(Universal Hydrogen)이라는 스타트업은 수소 연료전지 항공기로, 지난해 40인승 수소 항공기를 워싱턴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성공적으로 시험비행했습니다.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의 시제품 비행기에는 1.2메가와트 연료전지와 800킬로와트의 전기모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1억달러(약 17조9000억원)를 조달했던 이 스타트업은 이후 후속투자를 받지 못해 문을 닫는다고 시애틀타임즈가 처음 보도했습니다. GE Aviation, 아메리칸 에어라인, 에어버스, 제트블루, 도요타 벤처캐피털 등이 이 기업에 투자를 했습니다. 

이 회사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전기 모터를 개조한 항공기 운영, 수소 생산시설에서 트럭이나 기차로 이송 후, 항공기 본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수소 스토리지 컨테이너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와 달리, 대부분의 비행기는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비행이 쉽지 않습니다. 연료효율이 높은 제트엔진을 설계하거나, SAF(지속가능항공연료) 사용을 늘리거나 하는 방법이 있지만 기술개발과 비용 문제가 걸려있다보니, 수소연료 또한 대안으로 여겨져왔습니다. 지난 6월초 미국 의회는 연방항공청이 항후 1년 내 수소연료 사용전략을 연구 개발하도록 하는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기업과 함께 주목받던 또다른 미국 스타트업 제로아비아(ZeroAvia)의 경우 수소 연료전지 비행기를 만들고, 지난해 영국에서 19인승 항공기를 10여 차례 비행테스트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1억1600만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라운드를 완료했습니다. 에어버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어메리칸 에어라인 등이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그렇다면, 유니버설 하이드로젠은 왜 망했을까요? 시애틀타임즈에 따르면, 그린수소 공급부족이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소 운반을 위한 물류인프라도 부족하고, 항공기를 위한 수소 저장에는 훨씬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보니, 정작 승객용 객실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아직 표준기술이 없다보니 항공 탄소중립을 위해 각 기업이 추진하는 전략은 다릅니다. 델타항공은 에어버스와 협력해 수소 동력 여객기를 개발하고 공항에서 연료를 저장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에어버스는 2035년까지 수소 여객기를 운행한다고 발표한바 있으며, 수소 추진력을 테스트할 실증 엔진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잉은 수소 항공기 도입은 검토하지 않으며, 보다 효율적인 항공기 및 SAF를 더 중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장거리 대형 항공기를 탈탄소화는 가능한 미션일까요? 전 세계 모든 산업이 비슷하겠지만, 항공과 조선 부문의 연료 전환은 어떤 기술이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지 앞으로 수많은 굴곡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미션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델타 항공은 탄소상쇄 구매를 홍보하기 위해 ‘전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항공사(the world’s first carbon-neutral airline)’ ‘탄소중립에 1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는 용어를 썼다가 집단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잘 모르면 용감한 법인데, 적어도 앞으로는 이런 용감함이 기업에 커다란 리스크로 돌아오겠네요.  

 

중국 녹색에너지의 딜레마 

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마지막 소식은 가장 인상적인 파이낸셜타임즈(FT)의 칼럼을 2개 소개하고자 합니다. 둘다 상당한 생각 거리를 주는 내용입니다. 먼저 첫번째 칼럼은 아담 토즈(Adam Tooze)의 ‘중국의 녹색에너지 붐을 억제하는 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고, 두 번째 칼럼은 FT의 대표칼럼니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의 시장의 힘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촉발된 녹색산업 보조금 경쟁은 미국, EU까지 확대됐고, 이제는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시장교란과 관세 전쟁까지 촉발하고 있습니다. 싱크탱크인 CREA에 따르면, 2023년은 녹색에너지 투자가 중국 경제성장의 단일 최대 동인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2025년 봄 사이에 중국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서방의 중국 에너지 전문가 중 한명인 라뤼 밀리비르타는 “지난 몇 년동안 실제 현장에서의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변화 속도와 중국 고위 에너지관료들의 미래 비전 사이에 걱정스러운 격차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중국 태양광 및 풍력산업은 2023년 거의 300GW의 신규 용량을 설치한 반면,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연간 100GW 가량의 설치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공급이 넘쳐난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녹색에너지 투자 및 가격시스템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겠지요.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서방에서는 자국시장 보호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는 “기후 재앙의 시급성을 생각하면, (이러한 보호주의는) 부드러운 형태의 기후 부정과 같다”고 말합니다. 2008~2009년 중국의 중공업 부양이 세계 성장을 이끌었지만 반면 전세계 탄소 배출량 또한 급격히 끌어올린 것처럼, 향후 12개월 중국과 서방의 녹색에너지 무역 전쟁이 전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집 앞마당을 지키려니 동네 전체가 재앙을 맞을 것 같고, 그렇다고 동네 전체를 지키겠다고 우리집이 망할 수는 없으니 이를 어찌합니까. 세계는 묘책을 낼 수 있을까요?

이어 마틴 울프의 칼럼입니다. 그가 밝힌 데이터가 좀 안타깝습니다. 2023년 화석연료 기반 전기 생산은 사상 최고치에 달했습니다. 2015년 67%였던 화석연료 기반 전기 생산은 2023년 61%로, 비율은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8년 동안 전 세계 전력 생산량 자체가 무려 23%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비화석연료(원자력 포함)의 발전량이 44% 정도로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발전량 또한 12% 증가했습니다. 이런 수치를 보면 머리가 좀 아찔합니다.  

마틴 울프는 “기후는 시장실패의 한 형태이며,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큰 외부성(Externality)”이라며 “이는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세대 내부 및 세대 간에 거대한 분배 결과를 초래하는, 가장 큰 집단행동문제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자본주의가 지구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Why Capitalism Won’t Save the Planet)를 쓴 브렛 크리스토퍼의 책 내용을 인용해, “재생에너지 전기의 가격 하락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가 되지 않는다”며 “한계 비용(marginal costs)이 아니라 이익(profits)이 중요하며, 무거운 탄소세, 장기 보조금, 전력시장 설계 변경 등의 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자본시장은 미래의 가격을 적절하게 책정하지 못한다는 이슈입니다. 투자자들은 과연 미래 인류의 복지와 수익 중 무엇을 선택할까요? 미래가 괜찮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할 때, 투자자들은 어떤 결정을 할까요? 시장은 이 글로벌 시장실패(기후)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치적 분열과 포퓰리즘은 점점 더 나은 선택도 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와우! 글이 힘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힘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는 않겠지요. 넷플릭스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는 영화 ‘돌풍’을 보니,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숲에서는 나무가 잘 안보이고, 나무만 보면 숲이 잘 안보입니다. 모두가 가장 옳거나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결과가 최악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울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또 재미난 일이 일어날 테니까요.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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