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석유가스 생산업체인 셸(Shell)이 25일(현지시각) "2024년 에너지 전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기후 목표는 유지하되,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며 석유와 가스 생산 확대를 공식화했다.

와엘 사완 셸 CEO가 LNG 확대 전략을 얘기하고 있다./셸 홈페이지
와엘 사완 셸 CEO가 LNG 확대 전략을 얘기하고 있다./셸 홈페이지

 

탄소 배출량 12억톤 유지...석유 연 1% 증산 계획

구체적으로 셸은 석유·가스 생산을 2030년까지 연 1%씩 늘리고, 액화천연가스(LNG) 판매도 연 4~5% 증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전 계획인 2030년까지 2019년보다 석유 생산량을 1~2% 감소하겠다는 목표와 반대되는 방향이다.

동시에 셸은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 비중을  2030년까지 기존 자본지출의 20%에서 10%로 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 같은 행보에 영국의 미디어 가디언은 셸이 "사실상 녹색 목표를 철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셸에 따르면,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2억 톤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자사 운영에서 직접 발생하는 스코프 1 배출량은 5000만 톤, 사용한 전기에서 발생하는 스코프 2 배출량은 800만 톤, 판매한 연료의 연소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 배출량은 11억 톤으로 집계됐다. 스코프 3 배출량만으로도 영국 전체 연간 배출량인 4억 톤의 세 배 수준에 달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셸은 순탄소 집약도(NCI)가 에너지 1메가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1g으로, 2023년 72g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이 집약도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약도는 '생산하는 에너지 단위당 배출량'을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석유·가스 생산량을 늘려 전체 배출량이 증가하더라도, 바이오연료 비중을 일부 확대하거나 탄소 상쇄 프로젝트를 추가하면 수치가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유럽 정유업계에서는 향후 10년 안에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지 못하면 파산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용 효율화와 주주 환원 정책 강화...CEO 보수 증가에 ‘기후위기 외면’ 지적

셸은 비용을 줄여 주주배당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셸은 2028년까지 연간 50~70억달러(약 7~10조원)의 구조적 비용을 절감하고, 총 연간 투자액을 200~220억달러(약 29~32조원) 수준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또한 셸은 영업현금흐름의 40~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존 목표였던 30~40%보다 상향된 수치다. 배당은 연 4%씩 꾸준히 인상하기로 했다.

와엘 사완 셸 CEO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회사 자본시장의 날 행사에서 “성과, 규율, 단순화를 통해 우리가 말한 것을 실현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셸은 2024년 한 해 동안 배당금으로 87억달러(약 12조원), 자사주 매입으로 139억달러(약 20조원)를 집행했으며, 저탄소 부문에서 인력 감축도 단행했다. 사완 CEO는 이전연도보다 약 9% 늘어난 보수를 받았는데, 2024년 총 860만파운드(약 163억원)를 수령했다.

국제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의 패트릭 갤리 조사 책임자는 셸 CEO의 보수 인상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을 외면한 것"이라며 "부유한 주주와 경영진만을 위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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