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영국계 대형은행 HSBC가 탄소중립 목표를 후퇴했다는 비판 속에 친환경 기업 고객들의 이탈 움직임에 직면했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의 재생에너지 기업 에코트리시티(Ecotricity)의 창립자 데일 빈스(Dale Vince)는 “우리 회사는 HSBC를 떠났으며, 6억파운드(약 1조1200억원) 규모의 친환경 경제 매출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그는 HSBC와의 거래 관계를 이미 단계적으로 정리해 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의 연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어떤 은행을 이용하는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며 “풀뿌리 영향력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에코트리시티, HSBC에서 로이드로 거래 은행 이전

에코트리시티는 앞으로 로이드(Lloyds Banking Group)과 거래할 계획이다. 빈즈는 “로이드는 우리의 연간 6억파운드 매출을 감당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은행 중 하나”라며 선택할 수 있는 은행이 제한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회적 은행(social bank)인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Triodos)를 언급하며, “트리오도스 같은 은행은 규모 면에서 거래 이전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트리오도스 영국법인의 리테일 금융 책임자 로저 해탐은 “우리는 에코트리시티의 여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친환경 기업 고객들도 HSBC와의 거래 종료를 준비 중이다. 영국 브리스톨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컨설팅 기업 엠파이어 엔지니어링(Empire Engineering)의 칼 데이비스 이사는 “10년 넘게 HSBC와 거래했지만, HSBC의 실망스러운 NZBA 탈퇴 발표 이후, 우리는 기후변화를 외면하지 않는 은행을 적극적으로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솔루션 전문 리서치 컨설팅사 테라리고(TerraLigo) 또한 HSBC와의 거래 종료를 밝혔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전략·기업가정신 부교수 이오아니스 이오아누(Ioannis Ioannou)는 “은행의 행보가 기업 고객의 가치와 맞지 않는 경우, 금융 거래를 재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런 결정은 도미노 효과를 불러와 다른 기업들이 거래은행을 재검토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HSBC, 올해 사우디 아람코, BP, 셰브론 등에 자금 조달

HSBC는 지난주 넷제로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NZBA)에서 탈퇴한 첫 영국계 은행이 됐다. HSBC는 이번에 NZBA가 배출 감축 기준을 완화한 이후 탈퇴한 첫 대형 은행이기도 하다. NZBA는 지난 4월 1.5도 목표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했던 기존 의무 조항을 폐지했다.

올해 초 HSBC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줄리안 웬첼(Julian Wentzel)은 “은행들이 탄소 발자국이 큰 고객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화석 연료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월가 은행들의 NZBA 탈퇴는 트럼프 행정부가 넷제로 목표를 강하게 비판한 것과 함께 이뤄졌다. HSBC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도 넷제로 정책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나, 노동당 정부는 여전히 기후대응을 약속하고 있다.

HSBC는 BP, 사우디 아람코, 셰브론 등 세계 최대 석유·가스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올해 HSBC로부터 신규 자금을 조달받았다.

한편, HSBC는 녹색경제 부문 자금 지원도 강화해 왔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HSBC는 2023년 말까지 화석연료 부문에 직접 대출이나 채권 및 주식 인수를 통해 1달러를 지원할 때마다 녹색 프로젝트에는 1.49달러를 배정했다. 이는 업계 평균보다 나은 수준이지만, 블룸버그NEF는 글로벌 1.5℃ 시나리오에 부합하려면 화석연료(brown) 대 친환경(green) 자본 배분 비율을 1:4로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HSBC는 NZBA 탈퇴 이후에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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