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미국 대형 은행들이 올해 들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을 큰 폭으로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기조와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실제 자금 흐름은 시장 논리에 따라 탈탄소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은행들도 기후변화와 통상 리스크에 대비해 손실 흡수용 충당금을 잇달아 설정하며, 회계 시스템 전반에 리스크 요소를 내재화하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NZBA 탈퇴한 은행도 '탈탄소'…모건스탠리, 화석연료 금융 54% 급감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8월 1일까지 미국 주요 6개 은행의 석유·가스·석탄 프로젝트 금융 규모는 총 730억달러(약 100조981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감소했다. 모건스탠리는 54% 급감하며 가장 큰 폭의 감축을 보였고, JP모건체이스는 7% 감소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경향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업스트림 화석연료 탐사·개발 부문 투자 규모가 감소한 것”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월가 주요 은행들은 ‘넷제로 뱅킹 얼라이언스(NZBA)’에서 줄줄이 탈퇴했다. 그러나 금융 업계의 움직임은 단순하지 않다. 웰스파고는 올해 들어 7개월간 191억달러(약 26조4630억원)의 화석연료 금융을 집행해 여전히 업계 1위를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17% 감소했다.

블룸버그NEF의 미겔 키시모토 과르디올라 애널리스트는 “넷제로 선언보다,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자본 재배분을 보여주는 대출 포트폴리오의 구성 변화가 에너지 전환의 실제 영향력을 가늠하는 더 정확한 지표”라고 말했다.

BNEF에 따르면, NZBA에서 이탈한 은행들조차 전반적으로 탈탄소 궤도에 올라와 있다. 최근 탈퇴를 선언한 영국계 은행인 HSBC와 바클레이스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 은행은 충당금부터…코메르츠방크, 기후·관세 리스크 대비 충당금 2.7억유로 설정

한편, 유럽에서는 신종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충당금 설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미국의 통상정책과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에 대비해 총 2억7000만유로(약 436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새롭게 설정했다.

충당금 중 9100만유로(약 1470억원)는 미국의 관세 등 거시경제 리스크에, 8100만유로(약 1310억원)는 기후 및 환경 리스크에 각각 배정됐다. 이 외에도 다양한 비재무적 리스크 요인에 대한 대응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은행들은 규제 당국으로부터 대출 손실 증가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월부터 은행의 자본 건전성 평가에 기후 리스크 요소를 본격 반영하기 시작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홍수·폭풍·산불 등 물리적 재해가 기존 리스크 모델을 무력화하고,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유럽 금융권은 위험 완충력을 높이기 위한 회계적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미국·유럽 금융권의 움직임은 선언과 정치적 입장보다 실제 금융 데이터가 에너지 전환의 진척을 더 정확히 보여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후 리스크는 더 이상 선언이나 ESG보고서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흐름과 회계 시스템 전반에 내재화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