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설문조사가 하나 떴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이 대학생 1196명을 대상으로 ‘ESG 경영 관심 정도’를 물었더니 45.7%가 “처음 들어봤다”고 답했다고 한다. 32.4%는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다”, 21.8%는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절반 남짓(54.3%)은 “ESG 경영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제품을 선택할 때 ESG 경영 여부를 고려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면서 발생시킨 환경오염과 노동문제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43.6%)이라고 응답했다. ‘ESG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78.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ESG 경영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개방형 질문)으로는 삼성, SK, 유한양행, LG, 한화, 매일유업, 오뚜기, 신세계, 풀무원 등의 순이었다. 

대학생 중 절반은 ESG를 알고 절반은 모른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국내에 ESG가 유행처럼 번진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하대와 카이스트, 연세대 등에서 녹색금융과 관련된 석사과정이 개설돼 있고, 올 들어, 한양대가 ESG MBA를 개설했지만 학부과정 커리큘럼에 ESG 전공과목이 있는 대학도 없다.

ESG 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기업으로서는 신입이나 주니어 직원들에게 ESG를 따로 가르쳐야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해외도 마찬가지인지, 몇 달 전 FT에서는 지속가능성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기업과 미국 경영대학원(MBA)의 협업이 많아지고 있는 현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네슬레 산하 브랜드 네스프레소는 NYU 스턴경영대학원과 손을 잡고 118명의 직원들에게 맞춤형 지속가능성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네스프레소 커피를 조달하는 코스타리카의 커피농장에서 3일을 지내면서 ‘지속가능한 조달(sustainable sourcing)’을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비즈니스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네스프레소의 일회용 알루미늄 캡슐을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UPS와 협업을 통해 전국 8만8000개 지점에 다 쓴 캡슐을 보내도록 소비자 캠페인을 벌였다. 캡슐 재활용률이 17%에서 30%를 넘겼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전문가들도 기후변화를 배우기 위해 다시 학교를 찾고 있는데,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 번스타인(Alliance Bernstein)의 경우 2019년 250명의 투자자들을 컬럼비아대 ‘기후학교(Climate School)’에 보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현재 대기업이든 금융권이든 ESG에 대한 수요는 공급을 초과한 듯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들은 ‘상호 학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카카오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ESG 및 기후에 관한 정보를 상호 교류하기도 하고, 클럽하우스를 개설해 지식을 나눈다. 지난 주말 저녁 열린 한 클럽하우스에서는 ‘중국의 탄소배출권 시장 개설이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해외 현장 및 국내 금융권에서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기업이 ESG 경영을 잘해내려면 직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직원들이 ESG를 제대로 이해해야 우리 기업에 맞는 ESG 사업 전환과 리스크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ESG는 사실 너무 방대해서 E와 S와 G를 통틀어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 풀도 부족하다. 결국 장기적으로 사내에서 상호 학습을 통해 전문가들을 계속 길러내는 수밖에 없다. ESG 경영을 보다 앞서서 실행해본 대기업이 그 경험과 노하우를 협력업체들에게 지속적으로 전수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속가능성 의류의 대명사로 불리는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직원이 ESG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파타고니아는 1990년대 면, 폴리에스터, 나일론, 울 등 4가지 종류의 섬유 생산망을 조사한 결과, 가장 깨끗하고 자연친화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면(목화) 재배에 엄청난 화학비료가 들어가는 걸 알게 된다. 왜 유기농 면(목화)으로 전환해야 하는지 불만이던 직원들 수백 명과 함께 직접 목화 농장을 방문해, 농약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지 확인하자 직원들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면에서, 기업들은 MZ세대의 ESG 교육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박란희 대표 & 편집장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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