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증권투자위원회(이하 ASIC)가 뱅가드 현지 법인을 그린워싱 혐의로 고발했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뱅가드 호주 법인은 2022년 11월에도 담배 관련 투자를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펀드가 담배 유통회사에 투자하고 있던 것이 밝혀져 약 4만달러(약 5천만원)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ASIC가 뱅가드 호주 법인이 ESG 채권 상품에서 투자자를 오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뱅가드의 ‘윤리 의식 글로벌 종합 채권 지수 펀드 및 ETF(Ethically Conscious Global Aggregate Bond Index Fund(Hedged)’가 화석 연료 관련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달리, 석유 및 가스 탐사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해당 펀드가 운용 중인 총 자산은 2021년 2월 기준 약 10억달러(약 1조2792억원) 규모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 뱅가드에 ESG 투자 심사 미비 책임 물어…
뱅가드, 혐의 인정 후 투자자들에게 사죄
문제가 된 채권 펀드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MSCI 글로벌 애그리게이트 SRI 제외 변동 조정 지수(Bloomberg Barclays MSCI Global Aggregate SRI Exclusions Float Adjusted Index)를 기반으로 한다. 이 지수는 화력, 석탄, 가스 관련 기업 및 매우 심각한 ESG 논란이 있는 기업을 제외하고 있다. 뱅가드 또한 이 지수를 기준으로 화석 연료를 포함해 ESG 기준에 미달하는 채권은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SIC에 따르면, 문제의 채권 펀드는 14개 기업이 발행한 최소 27개 채권에 투자했으며, 이 중 ESG 기준을 위반한 채권은 14개에 이른다. 여기에는 석유화학 기업 셰브론, 미국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송유관, 아부다비의 국영 원유 파이프라인, 칠레 석유 회사 ENAP의 자금 조달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ASIC는 뱅가드 측이 ESG 위반 채권들을 가려내는 심사 작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뱅가드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상품 안내서 및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ESG 기준을 충족한다는 공개 프레젠테이션까지 실시해 투자자를 오도했다는 것이다.
ASIC 부의장 사라 코트는 “뱅가드는 투자자와 잠재적 투자자에게 화석 연료를 포함한 특정 산업 지원 채권은 제외하는 선별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며 “ASIC가 뱅가드 대신 실시한 투자 스크리닝은 뱅가드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준보다 훨씬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라 코트는 “이는 또다른 그린 워싱 사례”라고 덧붙였다.
ASIC는 연방 법원에 뱅가드의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요청했으며, 뱅가드 측에는 이와 같은 위반 사항을 공표하라는 집행 명령을 내렸다.
뱅가드는 성명을 통해 “투자자를 오도할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뱅가드를 향한 기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며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기관투자자의 투자 심사 과정을 검증하는 ASIC의 첫 번째 사례다.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는 ASIC의 이번 소송이 퇴직연금 운용기관 및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 경고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ASIC는 지난 2월에도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머서(Mercer)에 그린 워싱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ASIC는 머서가 운용하는 '지속가능한 플러스(Sustainable Plus)' 펀드에 탄소, 알코올, 도박 등과 관련된 기업이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ASIC는 2023년 모니터링 주요 우선순위로 금융사기, 암호화폐 관련 투자자 피해, 금융시스템의 온라인 운영과 함께 지속가능한 금융 시스템 및 기후 리스크 공시를 수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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