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료업체들이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을 위해 재생 디젤(Renewable Diesel) 제조 시설을 개조하고 있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재생 디젤의 수익성이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연료 생산기업들이 SAF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생 디젤은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식물성 기름 등으로 만들어지는 친환경 바이오 연료다. 화석연료 기반의 디젤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기존 디젤 엔진 장치에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SAF란 화석연료가 아닌 옥수수, 사탕수수, 폐식용유, 동물성 지방 등을 재활용한 원료로 생산된 항공유로, 등유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연료업계, 업황 난조에 재생 디젤에서 SAF로 전환

에너지산업 리서치업체 블룸버그NEF는 각국 정부의 항공산업 탈탄소화 지원 정책이 연료기업들의 SAF 전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SAF Grand Challenge’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국내 및 국제선 항공기 연료 수요의 10%, 2050년까지 100%를 SAF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전체수명주기(LCA)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보다 50% 감축하면 1갤런당 1.25달러(약 1725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SAF 공급 및 수요 확대를 위해 2023년 ‘ReFuelEU Aviation’을 발표, 항공연료의 SAF 대체율을 2035년 20%, 2050년 7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현재는 SAF 시장이 미약하지만 향후 수십 년 동안 항공산업의 배출량 저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항공 탈탄소화 추진으로 SAF 공급 증가 추이 / 블룸버그
항공 탈탄소화 추진으로 SAF 공급 증가 추이 / 블룸버그

SAF 생산을 위해 재생 디젤 제조시설을 개조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발레로 에너지(Valero Energy Corp), 필립스 66(Phillips 66), 캘루멧 스페셜티 프로덕트 파트너스 LP(Calumet Specialty Products Partners LP) 등을 꼽았다. 

문제는 비용이다. SAF는 물류 비용이 많이 들고 재생 디젤 대비 정제 공정도 까다롭다. 폐식용유, 농업 폐기물 등의 원료를 SAF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고온, 고압 상태는 물론 화학적 변환 과정에서 재생 디젤보다 다양한 촉매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SAF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골칫거리다. SAF 생산 과정에서는 나프타(naphtha), 프로판(propane) 등의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는 쓰레기는 아니지만 경제적 가치가 낮다. 다른 산업에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정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돈은 안 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컨설팅업체 에너지 어스펙츠(Energy Aspects)의 에너지 전환 부문 책임자 로버트 캠벨(Robert Campbell)은 “SAF 생산은 재생 디젤에 비해 투입되는 원료 대비 생산량도 적고 부산물 처리 비용도 많이 든다”며, “이러한 문제는 SAF 전환을 통한 기업들의 흑자 전환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성 자체는 재생 디젤이 SAF보다 높아… 문제는 ‘공급과잉’

컨설팅업체 RBN에너지(RBN Energy) 애널리스트 로버트 오어스(Robert Auers) 또한 SAF는 재생 디젤보다 생산 비용이 높다며 투입 자본 대비 수익률로는 재생 디젤이 SAF보다 좋다고 설명했다. 재생 디젤 쪽이 SAF보다 시장 규모 및 기술 성숙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글로벌 항공 연료 산업에서 SAF가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디젤 시장에서 약 4.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재생 디젤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재생 디젤 시장 업황이 어려운 것공급과잉 문제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후 미국의 재생 디젤 생산 능력은 2021년 연간 7억9100만갤런에서 2023년 30억갤런으로 약 4배 증가했다. 바이오 디젤과 재생 디젤 생산 능력을 합친 친환경 디젤 생산 능력은 2023년 기준 연간 50억갤런에 달한다. 이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목표인 연간 45억갤런을 초과하는 수치다.

이에 미국 연료제조업체 HF싱클레어(HF Sinclair)는 올해 1분기 재생가능연료 부문에서 1860만달러(약 257억원)의 조정 후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버텍스 에너지(Vertex Energy)는 재생 디젤 시설을 다시 화석연료 시설로 전환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버텍스 에너지는 재생 디젤을 생산, 판매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로이터는 2025년부터는 재생 디젤 등 친환경 디젤의 세액 공제 기준이 수입산 포함 모든 친환경 디젤에 혜택을 주는 바이오매스 기반 디젤 혼합 세액공제(BTC) 제도에서 자국산 연료에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청정 연료 생산 세액공제(PTC) 제도로 대체될 것이라며, PTC로 수입이 억제돼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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