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프로젝트 중 총 840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들이 2개월에서 수년 이상 연기됐거나 무기한 중단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FT는 IRA와 반도체법(Chips Act) 시행 첫해에 발표된 1억달러(약 1370억원) 이상 규모의 제조 관련 프로젝트들을 분석했다. 기업들은 시장 상황 악화, 수요 감소, 중요한 선거 연도에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보류된 가장 큰 프로젝트로는 오클라호마주 에넬(Enel)의 10억달러(약 1조3700억원) 규모 태양광 패널 공장, 애리조나주 LG에너지솔루션의 23억달러(약 3조1500억원) 규모 배터리 저장 시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앨버마를(Albemarle)의 13억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 리튬 정유 공장 등이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8월에 미국의 러스트 벨트를 되살리고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IRA와 반도체법을 승인했다. IRA와 반도체법은 미국의 클린테크와 반도체 공급망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4000억달러(약 547조원) 이상의 세액 공제, 대출 및 보조금을 제공했다.
IRA 첫해에 2200억달러(약 300조원)가 넘는 클린테크 및 반도체 제조 투자가 발표되었고, 기업들은 새로운 보조금을 활용하기 위해 다른 국가에서 미국으로 프로젝트를 이전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전기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한 프로젝트 연기
그러나 중국의 과잉 생산, 전기 자동차 수요 감소, 정책 불확실성과 결합한 거시경제적 배경으로 인해 추가 진전은 둔화됐다.
맥시온(Maxeon), 헬리엔(Heliene), 마이어 부르거(Meyer Burger)를 포함한 여러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는 베이징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글로벌 가격이 폭락한 후 작년에 미국 공장 건설을 연기했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수요 감소도 제조 확장 계획의 지연을 이끌었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삼기는 앨라배마주에 전기 자동차 라인을 추가하는 계획을 1~2년 연기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도 불확실성을 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가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IRA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제조업체인 VSK 에너지(VSK Energy)는 작년에 콜로라도주 브라이튼에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 를 투자하고 9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는 계획을 철회했다. VSK 에너지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프로젝트를 보호하기 위해 중서부 공화당 성향 주에 부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패널 부품 공장에 12억5000만달러(약 1조71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연기됐다.
11월 대선 결과에 대한 불안과 정책 불확실성도 영향
일부 지연은 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라 발생했다.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의 반도체법 자금 지원이 더디고 IRA 규정의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전해조 제조업체인 넬 하이드로젠(Nel Hydrogen)은 수소에 대한 세액 공제 규정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시간주에서 4억달러(약 5500억원) 규모의 공장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조지아주의 배터리 부품 제조업체인 애노비온(Anovion)은 IRA의 전기 자동차 규정에 대한 명확성 부족으로 8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공장을 1년 이상 연기했다.
IRA의 세액 공제는 2032년까지 연장됐고 반도체법은 선정된 프로젝트에 많은 자금을 제공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생산 이정표를 달성할 때까지 자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도 있다.
애리조나주 카사 그란데 시장인 크레이그 맥팔랜드(Craig McFarland)는 "인건비와 공급망 때문에 모두가 예상보다 높은 비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카사 그란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TSMC는 4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 프로젝트의 일부인 2번째 공장의 생산 시작을 2년 연기했고, 이에 따라 지역 공급업체들도 프로젝트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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