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9일(현지시각) 미국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제조기업인 엔텍(ENTEK)에 12억달러(약 1조6633억원)의 조건부 대출을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성명에서 이번 자금 지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에 투자(Investing in America)’ 정책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처로 해석된다. 

엔텍은 이 대출금을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분리막 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에너지부는 이번 프로젝트로 건설 부문에서 763개, 운영 부문에서 635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엔텍이 생산하는 분리막은 절연 소재로 이뤄진 얇은 막으로, 양극과 음극을 갈라 배터리의 안전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소재다.

엔텍의 인디애나주 분리막 공장 조감도/엔텍

 

엔텍 공장, 전기차 190만대 커버할 분리막 생산…IRA로 미국산 배터리 소재 수요 급증

에너지부 산하 대출프로그램사무국(LPO)의 지거 샤(Jigar Shah) 국장은 “대출을 통해 2030년까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50% 늘리겠다는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엔텍의 분리막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17억2000만㎡(제곱미터)의 분리막 소재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형 전기차 190만대 혹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130만 대에 필요한 분리막에 해당한다.

에너지부는 북미의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산업이 2030년까지 연간 70억~100억㎡ 가량의 분리막 소재가 생산돼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배터리 셀은 1GWh(기가와트시) 용량에 700만~1000만㎡의 분리막 소재가 필요하다. 

분리막 수요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됨에 따라 증가할 전망이다. IRA는 친환경차 구매에서 핵심광물 요건과 배터리 부품 요건을 충족하면 친환경차 보조금과 생산시설 및 부품 제조에 세액 공제를 지급한다. 해당 요건은 적격 친환경차 구매 시 연방 소득세액 공제와 관련한 지침(30D Clean Vehicle Credit)에 있다. 

엔텍과 관련된 배터리 부품 요건은 북미 지역에서 제조나 조립된 부품이 배터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과 2025년에 60%를 차지해야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26년부터 10%p씩 늘어 2029년에 100%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보조금 제도다. 보조금은 핵심광물 요건과 배터리 부품 요건 각각 3500달러(약 485만원)씩 받을 수 있다. 

 

에너지부, 폐배터리 수거시설 200억원 투입…배터리 소재 재활용 지원에 박차

에너지부는 같은 날 역시 '인베스트인 아메리카(Investing in America)' 정책의 일환으로 소비자용 배터리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1400만달러(약 194억원)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금은 휴대폰과 노트북과 같은 소비자 제품을 대상으로 미국 전역에 배터리 수거 지점을 설치하는 데 사용된다. 

선정 업체는 미국 3대 오피스 용품 리테일 업체인 스테이플스와 배터리 소매업체 배터리 플러스다. 두 곳은 각각 약 700만달러(약 97억원)를 지원받아 1000개 이상의 배터리 수거 지점을 설치할 예정이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전국에 수거 지점을 설치하여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한 주요 광물을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인베스트인 아메리카’ 정책은 소비자들이 국가 안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배터리 재활용 현황으로 ▲현존하는 회수시설(초록색) ▲계획된 회수시설(주황색) ▲현존하는 중간처리시설(보라색) ▲계획된 중간처리시설(노란색)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아르곤국립연구소
미국의 배터리 재활용 현황으로 ▲현존하는 회수시설(초록색) ▲계획된 회수시설(주황색) ▲현존하는 중간처리시설(보라색) ▲계획된 중간처리시설(노란색)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아르곤국립연구소

배터리 재활용은 미래의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최초의 국립연구소인 아르곤국립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기준 3만5500톤의 배터리 소재를 회수할 수 있는 배터리 재활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2~4년 내에는 추가로 7만6000톤을 회수할 수 있는 시설이 더 건설될 예정이다. 중간 처리 시설에서는 회수한 소재를 다시 재활용 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다. 중간 처리 시설이 2023년에 재가공한 소재는 17만5000톤이며, 향후 약19만8000톤이 추가로 처리될 예정이다. 

기후테크 투자가 어렵다는 분석에도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활황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에는 북미 최초의 상업용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들어섰으며, 미국의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어센드 엘리먼츠는 지난 2월 1억6200만달러(약 2158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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