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연 시장 90% 장악한 중국에 920% 관세 요구 
- 전기차 제조사, 관세 적용 시 배터리 가격 두 배…중국산 흑연 필요해
-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고율 관세와 국산 확대, 투트랙 전략

미국 흑연 생산업체들이 중국산 흑연에 대해 최대 920%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상무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단독 입수한 문건을 바탕으로 18일(현지시각) 해당 소식을 보도했다.   

이는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맞물려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자 하는 업계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흑연 시장 90% 장악한 중국에 920% 관세 요구 

미국의 흑연 생산업체들을 대표하는 활성음극재생산자협회(American Active Anode Material Producers)는 중국의 대규모 국가 보조금이 흑연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상무부와 연방기관에 조사를 청원했다. 현재 중국산 흑연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지만, 미국 흑연업계는 이로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협회의 에릭 올슨 대변인은 "중국의 악의적 무역 관행으로 우리 산업이 질식할 위기"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미에서 이 산업을 성장시키려면 보호가 필요하다"며 "중국을 막을 장벽이 없다면 이 산업은 결코 이곳에 뿌리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에 배터리용 고급 흑연 시장의 92%를 장악했다. 미국의 중국산 흑연 수입액은 2018년 트럼프의 첫 관세 부과 이후 3배 가까이 증가해 2023년 2억9090만달러(약 4216억원)를 기록했다. 미국은 같은 해 9만1000톤의 흑연을 수입했는데, 그중 7만톤이 중국산이었다.

인조흑연 생산 기업인 노보닉스(NOVONIX)의 생산 공장/노보닉스
인조흑연 생산 기업인 노보닉스(NOVONIX)의 생산 공장/노보닉스

미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조흑연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려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흑연 생산기업인 노보닉스는 테네시주에 3만1500톤 규모의 인조흑연 공장을 증축할 계획인데, 미 에너지부는 이에 7억5500만달러(약 1조원)의 대출을 승인했다. 테슬라의 주요 공급업체인 파나소닉은 2025년부터 이 공장에서 인조흑연을 공급받기로 했다. 

노보닉스는 수요에 따라 생산능력을 7만 톤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이는 여전히 미국의 연간 흑연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천연 흑연을 전혀 생산하지 않는다.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채굴과 인조 흑연 생산에 대한 투자를 촉구하고 있지만, 업계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보호조치 없이는 이러한 노력이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천연흑연은 리튬이온 저장용량이 크고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배터리 수명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인조흑연은 천연 흑연보다 수명 성능이 우수하지만 생산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차 제조사, 관세 적용 시 배터리 가격 두 배…중국산 흑연 필요해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고율 관세에 대해 반대하며, 흑연 생산업체들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산 흑연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미국산 배터리의 가격이 높아진다는 분석 때문이다. 

리서치 기업 가이드하우스 인사이츠(Guidehouse Insights)의 분석가 샘 아부엘사미드는 "흑연이 현재 배터리 셀 제조 원가의 약 10%를 차지한다"며 "900% 관세 부과 시 대체 공급업체가 생산을 늘리기 전까지 미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의 전체 원가가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비용은 이미 중국보다 20% 이상 높다. 추가 관세는 이러한 비용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계는 중국산 흑연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테슬라의 무역 자문인 미리암 에캅은 "중국 기업이 아닌 단일 제조업체로는 테슬라의 사양과 추가 용량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며 2025년 말까지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미시간과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는 LG와 SK도 중국 외 지역에서 신뢰할 만한 흑연 공급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월 테슬라를 비롯한 업계의 관세 면제를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2025년 이후로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몫이 될 전망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 전기차 정책…고율 관세와 국산 확대, 투트랙 전략

관세 부과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소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기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취임 100일 계획에서 전기차 산업에 대한 이중 전략을 제시했다. 7500만달러(1087억원)의 구매 보조금은 폐지하되, 국내 전기차 부품 공급망은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환경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수팀은 전기차 관련 수입품에 대한 관세 확대도 검토 중이다. 대상에는 핵심 광물, 자석, 배터리, 산업용 제어시스템, 조립 장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지원을 받는 전기차와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 심사도 완화되고 허가 절차는 신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 개발 프로젝트에도 적용된다.

전기차 산업의 지원책과 함께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규제책도 완화할 계획이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를 2019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캘리포니아주의 2035년 전기차 100% 전환 의무화도 재검토 대상이다. 인수팀은 주(州) 차원의 배기가스 규제 권한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당선인은 내연기관차에 대한 공격 중단과 같은 선거 공약을 이행할 것"이라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공존하는 자동차 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부품의 국내 생산을 장려하는 첨단제조업에 대한 세액공제는 존치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