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탄소 국경조정세 도입을 가시화했다. 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처음으로 작성한 통상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중국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에 맞서기 위해 탄소 국경조정세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 내에서 보호 무역 정책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 중국의 강제노동과 탄소국경세가 환영받고 있는 모양새다.

캐서린 C.타이 USTR 신임 지명자
캐서린 C.타이 USTR 신임 지명자

매년 미국 통상정책의 기본 의제을 수립하는 USTR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시장 및 규제 접근방식을 모색하고 개발할 것”이라며 탄소 국경조정세 도입을 시사했다. 또한 “본질적으로 탄소 감축을 위한 자국의 접근법과도 연관성이 높다”고 언급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청정 대기법이나 에너지 성능 기준 재검토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의 진척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너지환경정책연구센터의 마이클 메흘링(Michael Mehling) 부소장은 “탄소 국경세 도입을 위한 행정부의 과제는 철강이나 시멘트 등 특정 업종에서 자국 제조업체가 부담할 탄소 추정치를 수립하는 것”이라며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WTO에 입증하는 과제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철강 수입에 세금을 매길 때 사용했던 국가 안보 조항을 이용해 새로운 입법 없이 탄소 국경세를 시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U, 6월 탄소국경세 방침 발표 예정

미국까지 탄소 국경세 도입에 가세하면서, EU와 영국 또한 정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올 6월 탄소 국경세 방침을 발표할 예정인 EU는 이를 둘러싸고 ‘자국 보호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WTO의 ‘이중 규제’ 규정에 해당된다는 항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세계 무역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미국이 뛰어들면서, 탄소 국경세에 대항한 국가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올해 G7의 지도력으로 국경세 도입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설득해 빠른 시일 내 도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흘링 부소장 또한 “결국 모든 것이 정치”라며 “WTO의 규제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만한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탄소국경세를 도입한 이유는 또 있다.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대의명분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위구르족 강제노동에 대응해 온 미국은 탄소 감축에 대응하지 않는 행위를 새로운 ‘불공정’으로 규정짓고 폭넓은 규제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USTR은 보고서에서 “대통령의 무역 어젠다는 강제노동·착취적 노동조건, 여성·소수인종에 대한 부패·차별과의 전쟁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대응함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며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우리의 기술적 우위를 위협하고 공급망 탄력성을 약화시키며 국익을 해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 동맹국, 무역파트너들과도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EU 또한 최근 공급망 인권 및 환경 실사(due diligence) 의무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탄소국경세와 함께 공급망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EY한영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국경세 도입 시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EU, 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 국경세는 2023년 6100억원, 2030년 1조87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석유ㆍ화학제품 가격 상승, 탄소배출량 감축 설비 투자 등으로 생산단가가 높아져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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