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EV)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2024년 4분기 동안 전 분기 대비 8% 증가한 고속 충전소 766개가 새롭게 설치됐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가정 충전이 어려운 운전자들을 겨냥한 소매업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이러한 확충을 가능하게 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는 약 1만200개로, 주유소 12개당 1개의 충전소가 있는 셈이다.
소매업체, 충전소 확충에 적극 나서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의 '모두를 위한 청정 교통' 캠페인 담당자인 캐서린 가르시아(Katherine Garcia)는 "충전소 설치는 EV 판매와 유사한 성장 궤도를 그리고 있다"며, "충전소를 설치한 기업들이 명백히 그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충전소는 해안 지역을 넘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4년 4분기에 신규 충전소가 문을 연 지역으로는 앨라배마(19개), 오하이오(33개), 오클라호마(25개), 텍사스(74개) 등이 포함된다. 와이오밍의 석탄 지역 한복판에서도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타겟(Target), 코스트코(Costco), 버키스(Buc-ee’s)와 같은 대형 소매업체와 와와(Wawa), 파일럿(Pilot) 등 편의점 체인도 신규 충전소 확충에 적극 나섰다. 타겟 매장 외부에는 4분기에만 33개의 충전소가 설치되었고, 코스트코와 버키스 매장에도 추가 충전소가 마련되었다.
소매업체의 충전소 확대로 인해 소비자 신뢰와 전기차 구매가 증가하는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가르시아는 "충전소가 점점 더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운전자들은 기술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전기차 구매 가능성이 커진다"며, "지금은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충전소 확대, 소비자 신뢰와 전기차 판매 상승 이끌어
2024년 초 다소 주춤했던 미국 전기차 판매는 연말에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더욱 저렴한 신차들이 출시되면서 4분기 동안 36만6000대의 전기차가 판매되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신규 전기차 구매자는 단독주택 거주 비율이 낮아 가정에서 충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플러그인아메리카(Plug In America)의 선임 정책 매니저 알렉시아 멜렌데즈 마르티네우(Alexia Melendez Martineau)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저평가되어 있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소 확충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 전기차 인프라(NEVI) 프로그램’도 기여했다. 50억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의 이 프로그램은 충전 네트워크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충전소 설치는 인센티브 없이 이루어졌다. 2024년 11월 말 기준으로 NEVI 프로그램을 통해 설치된 충전소는 9개 주에 걸쳐 31개에 불과하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인센티브 삭감을 공언했지만, NEVI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은 비교적 양호하다. 현재 41개 주가 충전소 건설 입찰을 발표했고, 35개 주는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