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탄소배출량이 높은 국가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대해 최대 20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재발의했다.
'2025년 외국 오염물질 부담금법(Foreign Pollution Fee Act of 2025)'은 국가별·제품별 탄소 배출 강도(carbon intensity)를 기준으로 차등 부담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 보호와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을 주 목표로 한다.
중국·러시아 등 환경 규제가 느슨한 주요 국가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글로벌 무역 질서에도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산 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 많을수록 최대 200% 부과 가능성
이 법안은 미 공화당 빌 캐시디(Bill Cassidy),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의원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공동 발의했다.
2023년 초안에서는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15%의 탄소세를 부과하도록 했으나,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미국산 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이 높은 수입품에 한해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기본 15%에서 최대 200%까지 부담금이 부과된다.
법안 발의 배경에는 환경 규제 격차로 인한 무역 불균형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에 따라 탄소배출 감축, 규제 준수 관련 보고 비용 등 연간 약 4000억달러(약 568조원)의 환경 관련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반면 중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의 기업들은 미국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지만 환경 규제 영향이 적어 생산 비용을 최대 20%까지 절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러한 환경 규제 차이가 미국 제조업 경쟁력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준다"며, “이제는 해외 오염 국가들이 그들의 정책에 대한 대가를 치를 때”라고 주장했다.
캐시디 의원은 이날 기후 리더십 위원회(Climate Leadership Council)와 공동 개최한 행사에서 “이번 법안은 기후, 국가안보, 경제안보, 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종합적 해법”이라며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의원들과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산업계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은 이번 법안이 탄소세 또는 기후 법안으로 오인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캐시디 의원실은 법안 발표문에서 ‘기후’나 ‘탄소’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및 대중 무역 불균형 해소를 강조했다.
개발도상국에는 유예기간 부여되지만 중국ㆍ러시아는 즉시 부과 대상
우선 적용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유리, 비료, 수소, 태양광 부품, 배터리 소재 등 8개 산업군이다.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베트남, 인도, 대만, 브라질, 터키 등이 주요 대상국으로 포함됐으며, 일부 개발도상국에는 유예기간이 부여될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산 제품보다 3~5배 배출량이 많은 고배출국은 수수료를 즉시 부과 받는다.
특히 러시아는 그간 미국의 무역 전쟁에서 제외됐지만, 이번 법안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향후 미·러 무역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탄소 크레딧 활용 시, 수수료 감면도 가능…
탄소포집, 해양 CDR 등 한정 범위 내 인정
이번 개정안에는 탄소 제거(CDR) 기술을 활용할 경우, 수수료를 감면받을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해당 크레딧은 자사 생산시설에서 탄소를 포집하거나 인증된 해양 기반 탄소 제거 크레딧(mCDR)을 구매하는 방식만 인정되며, 산림 보존 등 일시적 수단은 낮은 가중치가 부여된다. 또한, 미국 내 또는 미국이 승인한 우방국에서만 인정되며, 중국과 연계된 ‘우려 외국 단체(foreign entities of concern)’는 제외된다.
한편, 이번 법안은 미국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법안을 지지하고 있는 주요 단체는 ▲철강 제조업협회(Steel Manufacturers Association) ▲미국 석유천공관 제조업협회(U.S. OCTG Manufacturers Association) ▲포틀랜드 시멘트협회(Portland Cement Association) ▲미국 태양광 제조 연합(Solar Energy Manufacturers for America Coalition) ▲초저탄소 태양광 연합(Ultra Low Carbon Solar Alliance) 등이다.
필립 벨(Philip K. Bell) 철강 제조업협회 회장은 “미국은 시장 기반의 효율적 기술을 선택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청정한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의 느슨한 환경 기준은 무역에서 불공정한 이점을 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법안은 미국의 환경적 경쟁력을 보호하고 무역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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