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탄소세(carbon tax)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세 부과 시 연간 최대 36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세 도입 시 부담을 시나리오별로 추정한 결과, 연간 7조3000억원에서 36조3000억원의 추가 세금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9년도 전체 법인세수 72조1000억원의 10.1~50.3%에 달하는 액수다.
연간 최대 36조 추가 세금 발생
법인세수 50%에 달해
전경련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가 일괄적으로 부과된다는 가정하에 이산화탄소 환산톤(tCO2eq)당 10달러, 30달러, 50달러씩 탄소세를 매기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환산톤당 탄소세 10달러를 책정했을 때, 배출처들의 전체 탄소세액은 약 7조2500억원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법인세 세수 대비 10%에 달한다. 배출량 상위 100대 기업으로 좁혔을 때는 약 6조5000억 원의 세금이 발생했고, 이들 기업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8%였다. 영업이익 상위 10개사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39%였다. 탄소세가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기업은 22곳이었다.
한편, 환산톤당 탄소세 30달러를 책정했을 경우 전체 탄소세액은 약 21조7600억원이 발생했고. 이는 전체 법인세 세수 대비 30%에 달했다. 배출량 상위 100대 기업으로 좁혔을 때는 약 19조5100억 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약 32%였다. 영업이익 상위 10개사를 제외하면, 이 비율은 117%로 훌쩍 높아졌다. 탄소세가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기업도 41곳이나 됐다.
환산톤당 50달러를 책정하면, 전체 탄소세액은 약 36조2800억 원이 발생했다. 전체 법인세 세수 대비 50%에 달한다. 배출량 상위 100대 기업의 경우 약 32조5100억 원의 세금이 발생했고,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53%였다. 영업이익 상위 10개사를 제외한 비율은 195%였다.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가 더 많은 기업은 50곳이었다.
영업이익이 낮은 기업일수록 탄소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시나리오별 탄소세율 설정 근거는 주요 국제단체 및 전문기관에서 제시되고 있는 적정 탄소가격인 환산톤당 40~100달러와 2019년 한국 배출권 거래소 평균 가격인 환산톤당 33달러 등을 고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평균 탄소 가격은 현재 환산톤당 2달러에 책정되어 있고,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한 적정 탄소 가격을 2030년을 기준으로 75달러로 제시한다. 세계은행은 작년 40~80달러에서 2030년까지 50~100달러를 적정가격으로 제시하고 있다.
분석 대상은 환경부의 ‘2019년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 명세서’에 등록된 1,042개 배출처 중에 교육·의료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일반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 및 주요 발전공기업 등 908곳이다.
발전에너지 분야
가장 높은 탄소세 발생
전체 업종에서 ▲발전에너지 분야가 차지하는 탄소세 비율은 약 40% ▲철강 약 19% ▲석유화학 약 10% ▲시멘트 약 6% ▲정유 약 6%였다.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20개 기업을 살펴보면, 가장 높은 배출량을 기록한 포스코는 10달러 탄소세를 기준으로 약 1조원, 30달러 기준으로 약 3조원, 50달러 기준으로 약 5조원의 탄소세가 발생했다. 포스코의 19년도 영업이익은 약 3조9000억 원이다.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25%, 76%, 126%에 달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각각 2,700억 원, 8,000원, 1조3000원씩의 탄소세가 발생됐다. 현대제철영업이익(약 2조2000억원) 대비 탄소세 비율은 각각 80%, 240%, 400%에 달했다.
영업이익 상위 10개 기업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대비 탄소세 부담은 각각 1336억(0.5%), 4007억원(1.4%), 6679억원(2.4%)를 보였다.
현대차의 경우, 각각 190억원(0.5%), 569억원(1.6%), 949억원(2.6%)를 나타냈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
탄소세 도입 국가 2개국
세계은행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는 24개국이다. 하지만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 중에서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는 일본과 캐나다 2개국이다. 17년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록한 중국은 탄소세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일본은 ‘지구온난화대책세’를 통해 석유석탄세에 추가로 환산톤당 3달러를 부과하고 있고 캐나다는 지방정부 별로 환산톤당 14~28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전경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 중에서 탄소세율이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스웨덴과 스위스, 핀란드 등"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119달러, 스위스는 99달러, 핀란드는 58~68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율로 보면, 스웨덴은 59.2%, 스위스는 62.3%, 핀란드는 46.6%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5%에 불과하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탄소중립은 우리 경제와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주요국에 비해 높아 산업부문의 저탄소화 전환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과도한 탄소세 도입으로 산업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오히려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탄소세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같이 저탄소화 기술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저탄소화 관련 기술개발 연구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신성장동력 기술 대상 포함을 통한 R&D 세제지원, 재교육을 통한 기존 일자리 전환 등 투자와 지원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10년간 청정에너지, 친환경 수송, 친환경 산업공정 및 재료 연구에 4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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