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액화천연가스(LNG)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10년 넘게 감소세를 이어온 LNG 수요가 AI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과 함께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LNG 장기 계약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생산업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 원전 재가동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LNG 소비를 점차 줄여왔다. 그러나 최근 AI와 데이터센터 중심의 전력 수요 증가로 전력 수급에 경고등이 켜지자, 정부는 LNG를 ‘전환 연료(transition fuel)’로 공식 지정하며 입장을 바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3월 ‘제7차 에너지 기본 계획’을 통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확대, 원자력 발전의 안정적 활용, 그리고 화석 연료의 효율적인 이용을 에너지 정책 방향의 목표로 제시했다. 핵심 전력 구성 계획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40-50%까지 늘리고, 원자력 발전은 현재 수준인 20%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화력 발전의 비중은 30-40% 범위로 재조정하는 것이다.
일본의 에너지 계획에 따르면 전력 생산은 2023년 수준에서 12~22% 증가해 2040년에는 1100~1200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최대 전력 생산업체이자 LNG 구매업체인 제라(JERA)의 글로벌 CEO인 카니 유키오(Kani Yukio)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전력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데이터센터의 성장으로 인해 그 곡선이 휘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에 대한 신속한 해결책을 원한다면 일본에는 LNG가 필요하다. 이는 외부적인 변화 중 하나다"라고 전했다.
수소는 ‘시간 걸려’…실전 에너지는 다시 LNG
일본은 최근 탈탄소 대안으로 주목받던 수소·암모니아 등의 대체 연료 상용화가 지연되면서, 다시 LNG 중심의 에너지 전략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JERA는 미국산 LNG 구매량을 기존 대비 3배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JERA는 미국 공급업체 넥스트데케이드(NextDecade), 셈프라 인프라(Sempra Infrastructure), 체니에르 마케팅(Cheniere Marketing), 커먼웰스 LNG (Commonwealth LNG) 등과 각각 20년 장기계약 4건을 체결했다.
이는 2022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 구매자들이 10년이상 장기 거래를 단 3건만 발표한 것에 비해 기하급수적 증가다.
오사카 가스(Osaka Gas)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15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큐슈 전력(Kyushu Electric Power)은 에너지 트랜스퍼(Energy Transfer)와 계약을 맺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정유사 에네오스(Eneos)도 지난 5월, 수소 공급 확대 계획을 접고 LNG와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저탄소 에너지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기 계약 수요 급증…“7400만 톤 가능성도”
일본 에너지 계획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할 경우 2040년 연간 LNG 수요가 5300만~6100만 톤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탈탄소화 기술이 뒤처지는 위험 시나리오에서는 수요가 7400만 톤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격 변동성과 공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장기 계약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가스협회 회장이자 최대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도쿄가스(Tokyo Gas)의 CEO 우치다 타카시(Uchida Takashi)는 “일본 정부의 새로운 계획으로 구매자가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가 더 쉬워졌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 리서치사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애널리스트 오다카 마사노리(Odaka Masanori)는 로이터 통신에 “일부 유틸리티 기업이 공급 보안과 계절적 수요 충족을 위해 만료되는 물량을 대체하려고 하기 때문에 곧 더 많은 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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