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부전력(中部電力, Chubu Electric Power)이 정부의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GX 전략을 통해 204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중심으로 에너지 믹스를 재편하는 방침을 제시했다. 

추부전력 유키코 모리시타(Yukiko Morishita) 글로벌비즈니스 본부장(Executive Officer)은 지난 24일 서울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하윤희 교수의 초청특강에서 일본의 에너지 위기와 탈탄소 정책의 현실을 진단하며, 추부전력의 전략적 대응 방향을 상세히 밝혔다. 

추부전력 유키코 모리시타(Yukiko Morishita) 글로벌비즈니스  본부장(Executive Officer)은 지난 24일 서울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하윤희 교수의 초청특장에서 일본의 에너지 위기와 탈탄소 정책의 현실을 진단하며, 추부전력의 전략적 대응 방향을 상세히 밝혔다.
추부전력 유키코 모리시타(Yukiko Morishita) 글로벌비즈니스  본부장(Executive Officer)은 지난 24일 서울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하윤희 교수의 초청특장에서 일본의 에너지 위기와 탈탄소 정책의 현실을 진단하며, 추부전력의 전략적 대응 방향을 상세히 밝혔다.

 

GX 전략에 맞춰 전원 구성 전환…SMR 도입도 검토

먼저 일본 정부의 2023년 기준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보면, 석탄 발전 비중이 68.6%에 달하며, 재생에너지는 22.9%, 원자력은 8.5%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비중은 2040년 GX 목표에 따라, 재생에너지 40~50%(태양광 23~29%, 풍력 4~8%, 수력 8~10%, 지열 1~2%, 바이오매스 5~6%), 원자력 20%, 열에너지 30~40% 등으로 대폭 개편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40년 온실가스 감축률을 2023년 23% 대비, 73%까지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일본정부의 2040 포트폴리오/ 추부전력
일본정부의 2040 포트폴리오/ 추부전력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태양광과 원자력이다. 특히 추부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불안과 반발이 여전히 큰 상황임에도, 일본에서 원자력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전했다. 

"태양광은 대규모 부지가 필요합니다. 일본은 영토가 작아 태양광만으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의 전기요금은 현재 굉장히 비쌉니다. 한국은 보통 월 3~4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는데, 일본은 그 6배인 25만원이 나옵니다. (물론 이는 한국의 경우 난방은 가스로 하기 때문에, 에어컨으로 난방까지 쓰는 일본이 더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비싸기 때문에 이를 충당할 안정적이고 값싼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새롭게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의미인지 묻자, 모리시타 본부장은 “기존에 있는 발전소의 가동을 늘려 2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중지시켰는데, 현재는 아직 절반도 가동되지 않은 상태여서 기존 발전소를 점진적으로 다시 가동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부전력은 한국과의 협력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 그녀는 "이번에 두산을 방문했는데, 원자력 기술에 놀랐다"며, "향후 한국 기업들과도 충분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추부전력은 SMR(소형모듈원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데, SMR 개발업체인 뉴스케일(NuScale)에도 지분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뉴스케일은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초로 설계인증을 획득한 기업이다. 일본 도시바와도 여러 협력 단계를 모색중이라고 한다. 모리시타 본부장은 “AI 기술과 결합해 에너지 혁신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SMR과 AI의 결합은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부전력의 두 가지 로고 Beam Mark(좌)와 Spiral Mark(우) - Beam Mark는 전국으로 퍼지는 기술 융합과 새로운 서비스가 전하는 가치와 설렘을 표현하며, Spiral Mark는 중부전력그리드의 로고로 지역과 함께 더 큰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중부전력의 두 가지 로고 Beam Mark(좌)와 Spiral Mark(우) - Beam Mark는 전국으로 퍼지는 기술 융합과 새로운 서비스가 전하는 가치와 설렘을 표현하며, Spiral Mark는 중부전력그리드의 로고로 지역과 함께 더 큰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한일 LNG 공동구매 등 조달 측면 바게닝파워 가질 수 있어"

태양광과 관련해,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전략이 있는지에 대해 모리시타 본부장은 “중국은 이미 가격경쟁력 면에서 넘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우리는 굳이 경쟁하려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나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에 대해 그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수소는 특히 인프라 구축 비용이 너무 비쌉니다. 정부도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습니다. ESS 역시 필요한 기술이지만, 일본은 구조적으로 동서간 주파수가 달라 송전 효율이 낮습니다. 이는 에너지 저장과 전력망 혁신에 추가 비용을 초래합니다."

한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한국과 일본은 액화천연가스(LNG) 공동구매나 탄소 포집,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한일 협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모리시타 본부장은 “일본은 전력시장이 민영화돼서 10개 지역별로 10개 발전사가 시장을 나눠갖고 있는 반면, 한국은 가스공사가 단일화되어있어서, LNG 조달 측면에서 한일이 협력할 경우 바게닝파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에너지 연구와 조달은 JERA(중부전력과 도쿄전력이 공동 설립한 에너지회사)가 맡고 있으며, 수소, 그린 암모니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 전력시장 경쟁 심화…해외 협력 강화 방침

일본은 2016년 가정용 전기까지 완전 민영화 체제로 돌입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가 올스톱되면서 부족해진 전력 충당을 위해 재생에너지 설치를 늘리면서 전력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민영화를 통해 소비자의 전력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었다. 발전(Generation)과 송전(Transmission)이 분리되고, 새로운 전력 소매사업자(신규 진입자) 등장 허용, 전력회사 간 송전망 공동 사용 의무화, 전력거래소(Wholesale Market) 활성화 등이 이뤄졌다. 

최근 국내에서는 몇년 사이 급등한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해, 대기업 중심으로 한전을 배제하는 전력직접구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일본의 현황은 어떤지 물었다. 

전력 시장 민영화 이후 일본은 전력 공급 기업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한다. 모리시타 본부장은 "도요타와 같은 대형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공급 조건을 협상하는 사례가 늘었으며, 고객을 잃기도 얻기도 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객 관리에 투입해야 할 자원은 늘어난 반면, 수익 안정성은 과거보다 약화된 상황이다. 

송전 및 전력 솔루션 분야에서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 그녀는 “일본도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다"면서도, "일본은 10개 전력회사가 송배전 권한을 나누고 있어,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지만, 솔루션 분야에서는 점차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확보 경쟁 심화에 대응해, 추부전력은 해외 협력 강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본은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고효율 발전설비 도입과 전력망 손실 저감 등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전력 소비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일본 전력 산업의 고도화 및 구조 전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끝으로 모리시타 본부장은 “일본 정부 에너지 비전 발표에 따르면, 전력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최종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다”며 “전력을 생산하는 프로세스에서 효율을 높이고,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등 기술을 통한 에너지 효율 강화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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