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핀테크 회사로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중국 내 기술기업 최초로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SLLs, Sustainability Linked Loans)을 발행했다.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SLLs)은 기업이 특정 환경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 앤트그룹은 신재생에너지 이용률과 수익의 일정 비율은 환경보호사업에 기부하는 목표를 매년 점검한다. 목표치를 달성하면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SLL은 여전히 지속가능한 금융 내에서 틈새 부문으로 간주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일본 외 아시아 기업의 SLL은 526억달러(66조6000억원)로 2020년에 비해 6배 넘게 성장했다.
올해는 물가 상승이 고정수익 시장을 끌어내리면서 지속가능성 대출 활동이 40% 가까이 줄었지만, 농약기업인 신젠타그룹(HK)홀딩스는 5월 초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상 최대 규모인 45억달러(5조7000억원)를 대출하기도 하는 등 흐름이 끊기진 않은 모양새다.
중국에서 녹색채권에 비해 SLL 성장률은 낮은 편이다. 녹색채권의 경우 세계 최대 발행량을 기록했다. 지난 3일 중국 금융중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녹색채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180% 증가한 6000억위안(112조5000억원)을 기록해 세계 최대 녹색채권 발행국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채권은 특히 전환 영역에서 쓰였다. 깨끗한 교통, 녹색 건축, 지속가능한 수자원, 하수 처리 등을 지원하는데 사용됐다. 금융중앙위원회는 “지난 10년간 GDP 당 탄소 배출량을 뜻하는 탄소강도를 34% 줄였다”며 “풍력 및 태양광 설치 비율과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이 급격히 증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SLL의 경우 올해까지 3억달러(3800억원)만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점유율은 2.5%에 그쳤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SLL은 119억달러(15조원)로 지난해에 비해 154% 급증했다.
중국에서 SLL이 저조한 까닭은 정책 입안자들이 다른 형태의 지속가능성 자금 조달을 장려하면서도 공식적으로 거의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환경대출 가이드라인에서도 녹색채권은 강조된 반면,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지속가능성 목표를 공개해야 하는 SLL 특성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평판을 해칠 수 있는 일종의 위험을 감수하기 꺼리는 중국 기업의 특성도 있다.
다만 올해 중국이 ESG 정보 공개에 나서면서 앞으로 SLL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라멘트 샹 크레딧 아그리콜 지속가능한 중국 은행 담당자는 “ESG 정보 공개는 최근 몇 년간 많은 탄력을 받아 올해 하반기와 내년 SLL 확대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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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 담당자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로 인해 높은 수준의 ESG 정보 보고를 진행하면서,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기업별 ESG 핵심 성과 지표에 대한 양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SLL을 위해 ESG 목표를 급하게 세우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속가능성을 선호하는 채권에 대해 회의적이며, 차용인이 녹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도 보상을 받는 것이 윤리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차입을 위해 필수적인 엄격한 지속가능 목표는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효과적이며, ESG에 대한 기업의 약속을 보다 투명하게 이행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패트릭 진 서스테이널리틱스 전무이사는 “지속가능성 관련 채권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레이블을 발행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탄소 감축을 대외적으로 인증받기 위해 녹색채권이나 지속가능성 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을 사용하기 원하고 있다.
진 이사는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순 있지만, 기업들이 녹색 채권을 발행하거나 녹색 대출을 받는 것만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지속가능성 라벨에는 엄격한 요건이 달려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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