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서 정한 탄소 배출 한도 이상으로 배출 시 수백억 유로 벌금 부과
피아트-테슬라와 풀링협약, 폭스바겐도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MG모터스와 협약 체결
EU의 강력한 배기가스 규제로 인해, 내년부터 벌금 폭탄을 맞을 위험에 처한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풀링(pooling) 협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EU는 내년부터 역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제조업체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 당 95g로 제한하는 탄소규제에 나섰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g당 95유로(약 12만8000원)의 벌금을 전년도 제작된 신규 등록 차량 수에 곱한 금액으로 내야 한다. 이에 대해 자동차산업 분석 기업 오토비스타그룹은(Autovistagroup)도 "2021년과 2022년 모두 이 목표를 충족하지 않으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200억 유로 이상으로 추정되는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을 적게 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더 많이 판매하는 방안을 선택하지 않으면, 벌금을 피해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타 자동차 업체와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량, 생산 배분율 등을 정하는 풀링(pooling) 협약을 체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EU 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s Trading Scheme, ETS)에 따라 배기가스 양이 높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낮은 타 자동차 업체와 풀링 협약을 체결하면, 기준 이산화탄소 양을 낮출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으로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iat Chrysler Automobiles, FCA)와 테슬라는 풀링 협약을 체결했다. FCA는 테슬라의 유럽 내 배출가스 수치를 통합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FCA의 가솔린 차량으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테슬라 전기차(EV)의 탄소 무배출 성과와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들은 매년 수억 유로를 전기차 R&D에 투자해 전기차 당 배출되는 탄소량과 데이터를 계산, 조정할 예정이다.
테슬라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EU 목표를 충족할 뿐 아니라 두 자동차 회사의 매출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내년에도 신규 제작되는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을 조정해 매출 성과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도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MG모터스와 협약을 체결해 자사의 전기차 판매량, 자동차 한 대당 탄소 배출량을 자체적으로 계산할 예정이다.
유럽 전기차 보고서(Electric Car Report) 분석가인 마티아스 슈미트(Matthias Schmidt)는 "올해 폭스바겐은 CO2 배출량 목표치를 준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MG는 2020년 첫 7개월 동안 독일 서유럽 배터리-전기차(BEV) 총량(5만9000대)의 10%를 차지했다"며 "풀링 협약이나 타 제조업체와의 협약을 통하면 벌금 납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다(Honda)도 전기 자동차 판매 실적 저조로 인해 지난 10월 FCA/테슬라와의 풀링협약에 체결했다. 혼다는 탄소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FCA와 테슬라에게 엔진을 제공하는 등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반면 SUV 제조업체 재규어랜드로버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1억 유로 이상을 벌금을 이미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제조업체에 비해 EU 규제에 대한 대응력이 약하고 SUV는 틈새 시장으로 분류돼 타격이 덜할 것으로 예상해 느슨한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한편, 현대차가 이와 관련한 규제로 벌금으로만 2019년 영업이익(3조6847억 원)의 85.6%에 달하는 금액을 내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흥수 현대차 상품전략사업본부장(전무)은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전기차를 더 많이 팔고 제품 믹스를 조정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다”며 “(전기차 전환을)빨리 진행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전략인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