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반보조금 문제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50%에 가까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관세는 5일(현지 시각)부터 발효된다. 잠정 상계관세는 EU가 기존에 부과하던 관세 10%에 더해 최종 관세율이 최저 27.5%부터 최고 47.6%로 크게 인상됐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정 경쟁으로부터 EU 회원국의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한 보호무역조치다. 유럽연합의 관세는 중국산 전기차의 대(對) EU 수출이 42%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잠정 상계관세, 제조사별 차등 적용…확정 관세율은 오는 10월 최종 결정
잠정 상계관세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별로 차등적으로 적용됐다. EU가 수행한 반보조금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를 포함한 기준으로 ▲비야디(BYD) 17.4% ▲지리(Geely) 19.9% ▲ 상하이자동차(SAIC)는 37.6%의 관세가 부과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월12일 27.4%에서 48.1%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중국 제조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보복 관세 등 중국 정부의 반발을 의식해 관세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관세율뿐만 아니라, 기업별로 적용되는 세율도 낮아진 경우도 있었다. 지리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는 19.9%로 0.1%p 낮아졌고, 비야디는 17.4%의 관세가 그대로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 기업은 아니어도 중국에 공장을 두고 생산한 전기차를 EU로 수출하는 외국 기업에도 관세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짓고 2019년 1월부터 가동 중이다. 여기서 생산된 테슬라 전기차도 EU로 수출될 경우에 관세를 부과받는다는 의미다. 다만, 테슬라는 개별 관세율 산정을 요청해서 이후에 관세율이 결정될 예정이다.
EU가 세운 이 통상규제는 말 그대로 ‘잠정’이다. 잠정 상계관세는 11월까지 시행되고 EU 회원국의 투표를 거쳐 5년 기한의 확정관세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최종 결정은 오는 10월 24일에 내려질 예정이다. 전체 EU 인구의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국 이상의 반대가 없을 경우에만 영구적으로 발효된다.
중국 전기차 수입량 42% 감소…빈자리, EU와 제3국 전기차가 채운다
이 조치가 유럽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럽의 미디어 유렉티브는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와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Wifo)가 4일(현지시각) 해당 조치로 인해 중국산 전기차의 수입이 42% 줄어들지만, 유럽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전했다. 연구는 인하 전 관세율인 48.1%를 상정하여 실행됐다.
중국산 전기차의 빈자리는 EU와 제3국에서 생산한 전기차가 채울 것으로 예측됐다. 저렴한 중국산 자동차가 시장에서 빠지면 구매 비용이 늘지만, 유럽 소비자가 추가로 감당해야 할 비용은 0.3~0.9% 정도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산 전기차 가격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EU 전체의 산업 생산을 0.4% 늘리는 효과도 전망되어 시장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리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한편, 관세 정책이 발효되기에 앞서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를 사려는 유럽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나믹스(JATO Dynamics)가 5월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시장에서 판매된 모든 전기차의 19%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25%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외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16% 감소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 상위 5개 모델 중 2개는 중국, 3개는 독일에서 생산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은 테슬라 모델3와 볼보 EX30이며, 독일 생산 모델은 테슬라 모델 Y, 폭스바겐 ID.3, 폭스바겐 ID.4다.
독일, 확정 상계관세는 중국과의 ‘협상’이 필수
EU가 지금처럼 상계관세를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형태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회원국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거래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이 많은 국가는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중국 달래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럽 미디어 유렉티브에 따르면, 이런 입장을 내는 대표적인 국가로 독일이 지목됐다.
독일에서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얻는 이익이 크므로 확정 상계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나온다. 독일자동차협회(VDA)는 “독일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중국 브랜드보다 약 10배, 전체적으로는 약 100배 많은 전기차를 판매했다”며 “관세 철회를 집행위 측에 촉구했다.
독일 정부와 독일산업연맹(BDI)은 VDA처럼 상계관세 철폐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관세 확정 전에는 중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VDA의 탄원에 대해 “이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지만, 적어도 ‘협상된 해결책’은 원한다”며 “합의의 여지가 있으니 (관세 도입) 일정을 조금만 더 미루자고 한다면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산업연맹(BDI)은 4일(현지 시각) 중국과의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탄야 괴너 BDI 전무는 “잠정관세가 있다고 협상에 나서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며 “영구관세가 도입되기 전까지 중국과 집중적으로 협상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국가 보조금을 줄이겠다는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기까지 협상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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