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럽과 미국의 견제를 피해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4일부터 6일까지 베이징에서 아프리카 50여 개국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을 개최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아프리카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대신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패널 등 중국의 녹색 기술을 수입을 늘려달라는 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FOCAC는 3년에 한 번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다가 6년 만에 개최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FOCAC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할 것이라고 중국 외교부는 2일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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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려운 아프리카의 채무 상황 고려…자금 투입보다 수출에 집중

중국은 두터워진 유럽과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해 아프리카를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의 수출 시장이자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개도국 중심으로 지정학적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중국이 FOCAC를 통해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 국가들이 많이 모여있는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중국은 아프리카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보스턴대학교 글로벌 개발정책센터가 분석한 결과,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8개 주와 2개 지역의 은행에 13건의 42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 대출을 제공했다.  그 중 5억달러(약 6700억원)는 수력 발전과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다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채무 상황이 좋지 않기에 중국은 자금 지원보다는 기술 수출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점쳐진다. 에티오피아, 가나, 잠비아와 같은 국가는 부채 상환에 문제를 겪고 채권단과 부채 구조조정에 합의한 상황이다. 예컨대, 중국은 지난해 6월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에 달하는 부채의 구조조정 협상을 타결하도록 지원했으며, 약 41억달러(약 5조5000억원)가 중국 채권이었다.  

하버드 대학교 아프리카 연구 센터의 리나 베납달라 교수는 "(중국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에 신중을 기할 것이며, 자금 지원 대신 기술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자산운용사 윌리엄 블레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이벳 밥은 "얼마나 많은 신규 금융 약정이 나올지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기존 부채를 어떻게 처리할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2021년 FOCAC 때 체결한 3000억달러(약 402조원) 규모의 수출과 철도 건설에 관련된 중국의 투자에 대해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아프리카 프로젝트 기구의 공동 창립자 에릭 올랜더는 “중국의 새로운 우선순위에 맞춰 제안을 조정한 국가에 먼저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무역확대 위해 녹색자금 대출…손실과 피해기금은 제공 안 해

한편, 로이터 통신은 30일(현지시각)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29)에서 최우선 과제로 논의될 기후재정 입장문이 담긴 초안을 보도하면서, 중국의 기술 수출 확대 기조가 ‘손실과 피해기금’에서도 일관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실과 피해기금’은 당사국들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한 기후금융으로 연간 1000억달러(약 134조원)를 출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이터 통신은 "COP29가 세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국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초안에는 7개의 협상 옵션이 담겼다. 

유럽연합은 매년 1조달러(약 1339조원) 이상의 기후 금융을 조성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EU 의견서는 현 기부국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국가가 자금을 출연해야 한다고 언급됐다. EU는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경제 규모 2위인 중국이 기금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은 선진국들이 내야 할 기금을 대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12일(현지시각)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개막식 연설에서 "중국은 언제나 개발도상국과 함께할 것"이라며 “선진국 경제와 중국이 동급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 외, 선진국에게 기후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하는 목표액수를 보면, COP29 의장국인 아제르바이잔이 포함된 아랍 국가들은 연간 4410억달러(약 591조원)를, 아프리카의 경우 연간 1조3000억달러(약 1741조원) 정도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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