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법안인 감축법은 의회에서 통과 여부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각축전이 벌어졌고, 박빙의 승부 끝에 간신히 통과했다.
법안은 지난 7일(현지시각) 상원을 찬성 51표, 반대 50표로 통과했고, 14일(현지시각) 하원을 통과했다. 하원은 찬성 220대, 반대 207표로 통과했다. 민주당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4명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논란이 많았던 만큼 민간의 노력도 필요했다. 빌 게이츠도 법안 통과의 숨은 주역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빌 게이츠는 이번 법안 통과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던 척 슈머 상원의원과 조 맨친 상원의원과 전화 통화와 저녁 식사를 하며, 법안 통과를 지지하고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정책 마련하려, 3년 준비한 빌 게이츠
빌 게이츠 회장은 2019년부터 청정에너지 정책을 도입하고 실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상원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빌 게이츠는 기후 정책이 도입될 가능성이 작던 트럼프 정부 시기에도 기후 혁신의 역할을 상원의원들과 식사하며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도 빌 게이츠와 기후 법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빌 게이츠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위원회 구성원인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며 “조(맨친 의원)와도 오랜 기간 대화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조 맨친 의원은 지난 2월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화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법안인 ‘더나은재건법’의 수명이 다했다”고 공표한 바 있다. 맨친 의원이 기후법안에 반대하면서 민주당이 제안한 인플레이션 감축안은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매사추세츠주에서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기후 위기와 싸우기 위해 필요한 행정력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기간에도 감축법 통과를 논하는 대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빌 게이츠는 “지지자들은 법안이 통과하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맨친 의원과 3년 이상 지속해온 관계를 특별한 기회로 봤고, 이 상황에서도 조 맨친 의원과 법안에 대해 계속 논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맨친 의원은 석탄 생산량이 많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으로 더 나은 재건 법안에는 반대했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찬성했다. 게이츠는 "사람들은 맨친 의원이 석탄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기후 법안 도입을 진정으로 원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법안이 통과하자, 게이츠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게이츠는 “슈머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기후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무한히 인내했다고 말했다”며 “그에게 당신 말이 옳으며, 이제는 지금까지 보여준 인내심에 1만큼만 더하면 된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슈머 의원은 법안이 통과된 후 "과정이 지난하고 험난했으나, 결국 도착했다”며 “상원의회는 역사를 만들었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은 21세기 최대의 입법 위업으로 기록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빌 게이츠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를 바란 이유는?
빌 게이츠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키고 싶었던 이유는 감축법을 ‘그린 프리미엄’의 솔루션으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확인된다. 게이츠는 “나는 세금 공제 외에는 (그린 프리미엄을 해결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감축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계속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린 프리미엄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제품을 생산, 공급, 소비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빌 게이츠는 작년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코스페리티 위크 행사에서, ‘그린 프리미엄’을 산업이 자체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가’하는 의제를 두고 세계 최대 해운회사 머스크의 소렌 스쿠 CEO와 의견 차이를 보인 바 있다.
빌 게이츠는 “탄소포획 기술과 녹색수소와 같은 혁신 산업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린 프리미엄을 해결하려면 연간 5조달러(5920조원) 이상의 글로벌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와 정부 개입을 통해 전환 비용을 90% 이상 낮출 수 있으며, 녹색 프로젝트가 시범 단계를 넘어 규모를 확장하려면 정부 개입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게이츠 회장은 특히 “미국 정부가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개인들이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상회한다”라고 강조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 "감축법으로 새 회사 1000개 나올 것"
빌 게이츠 회장이 설립한 기후 펀드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 Breakthrough Energy Ventures)를 비롯해 기후 스타트업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가져올 투자 기회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카 마이클 로버츠 BEV 투자 위원회 공동대표는 이 법안에 대해 “이는 기후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며 “이 법안으로 인해 300개에서 1000개의 회사가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미디어 CNBC는 17일(현지 시각) 마이클 로버츠 대표처럼 스타트업 대표들도 감축법 통과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록파워는 모든 건물의 전기화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큰 세금 감면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넬 베어드 블록파워 대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법안은 건물과 주택 소유주가 지불해야 할 청정에너지 업그레이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고 말했다.
일렉트릭 하이드로젠은 녹색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래피 가라비디언 일렉트릭 하이드로젠 대표는 “이 정책은 중공업의 탈탄소화에 수소가 기여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수소 생산자에게 보상하도록 디자인됐다”고 평가했다.
에픽 클린텍은 폐수를 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재사용하는 스타트업이다. 아론 타타코브스키 대표는 “미국 서부의 주들은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데, 법안이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억달러(5조 2500억원)를 투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는 소회를 전했다.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재생가능 농업을 활용하는 농장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니콘 스타트업이다. 론 호브세피안 대표는 “농업 보조금으로 책정된 200억달러(26조 2500억원)는 농부들이 의미 있고 장기적인 기후 솔루션을 도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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