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의 과잉 공급을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는 주로 전력 공급 관리, 특히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를 통한 해결책이 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스마트 가전제품과 전기 자동차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가상 발전소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28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등 여러 군데 분산된 전원을 클라우드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수요 측면에서 전력 수요가 높을 때는 가정과 기업의 전력 소비를 줄이고, 전력 공급이 풍부할 때는 전력 소비를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
전력이 풍부할 때 전기차 충전하고, 부족할 때는 차량에서 전력 끌어와
가상발전소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2015년 그렉 잭슨이 설립한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gergy)’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현재 영국에서 68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최대 전력 회사로 성장했으며, 스페인, 뉴질랜드, 텍사스 등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옥토퍼스의 수요 기반 프로그램은 전기차 소유자가 집에서 무료로 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단, 이 차량은 전력을 전력망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이 기능은 최신 전기차 모델에서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옥토퍼스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풍부할 때 고객의 자동차를 충전하고, 공급이 부족할 때는 차량에서 전력을 끌어올 수 있다.
옥토퍼스의 다른 서비스로는 전기 히트 펌프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전력이 풍부하고 저렴할 때 자동으로 가정 난방을 켜준다. 전기 수요가 높을 때 고객에게 스마트폰 알림을 보내, 평소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활동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세탁기 사용을 미루는 방식으로 등으로 알림 내용을 따른다면 전기 요금에서 소액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 “가상발전소, 연간 전력망 비용 100억달러 절감 가능”
수요 기반 프로그램은 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가장 큰 가상 발전소 제공업체인 ‘리뉴 홈(Renew Home)’은 구글의 네스트 리뉴(Nest Renew)와 캘리포니아 기반의 옴커넥트(OhmConnect)의 합병으로 지난해 5월에 출범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폭염 동안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사용자들에게 270만달러(약 36억원)를 지급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상발전소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이들이 연간 전력망 비용을 100억달러(약 13조원)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데이터 센터의 증가 등으로 인해 2030년까지 미국 전력망의 최대 수요가 740기가와트(GW)에서 800GW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가상발전소의 도약이 최대 수요의 최대 20%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에너지 데이터 접근 정책을 위한 기술 기업 연합인 미션:데이터(Mission:data)의 회장인 마이클 머레이는 가상발전소의 성장이 느리게 움직이는 유틸리티 산업에 의해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상발전소는 고객의 전력 데이터에 접근하고 활용해 비용 절감을 돕지만, 미국의 많은 주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유틸리티가 전력 데이터를 제공할 의무가 없으며, 자발적으로 그렇게 할 인센티브도 적다고 부족하다고 머레이는 설명했다.
"대부분의 유틸리티는 공룡과 같아서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머레이는 말했다. "그러나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위해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은 더욱 유연한 수요를 갖는 것이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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