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 의결권의 중요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의결권은 매우 강력한 도구다. 최고 경영진의 선임과 해임을 결정할 수 있고, 합병, 분할 등 굵직한 기업 활동을 최종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의결권이다. 그런 면에서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 블랙록 등 미국 대형 패시브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바로 ‘패스쓰루 보팅(pass-through voting)’ 이다. 투자자들은 보통 자신의 돈을 전문가, 즉 자산운용사에게 맡
2025년 한국ESG기준원(KCGS)의 평가 결과는 국내 기업들에게 더 이상 ‘보여주기식 ESG’가 통용되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 평가의 가장 큰 특징은 ‘상위권의 공고화와 하위권의 추락’으로 요약되는 양극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상위 등급(A, A+)을 획득한 기업의 비율은 전년 대비 0.4%p 소폭 증가하며 ESG 경영 체계가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줬으나, 반대로 최하위 등급인 D등급 기업의 비율은 2.9%p 증가했다. 이는 평가 모형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고도화됨에 따라, 체계적인 준비가 부족한 기업들은 더 이
ESG 실무자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경영진을 움직일 것인가'다. 탄소 데이터를 모으고 보고서를 내지만, 정작 경영진의 의사결정 테이블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ESG팀이 작성한 기후 리스크 보고서도 대부분 '공시용 자료'로 분류돼 실질적인 투자나 사업 전략과는 괴리가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활용 방식이다. 많은 기업이 외부 데이터를 참고해 업계 평균보다 조금 나은 점수를 유지하려 하지만, 이런 평가 중심 접근으로는 배출권 가격이 올랐을 때 영업이익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적용되면 수
환경부가 10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을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출범했다. 해외 자원 확보, 원전·에너지 수출 등 통상 기능은 산업부에 남지만, 에너지 관련 공공정책 대부분이 환경부로 이관되며 산업·에너지·환경 정책이 하나의 축으로 통합됐다. 이는 기후위기를 환경문제를 넘어 경제·산업정책의 핵심 변수로 반영하겠다는 패러다임 전환이다.파리협정 이후 “에너지 전환 없이는 탄소중립도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IPCC 6차 보고서에서도 에너지믹스 변화가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제시됐다. 국내에서도 재생에너
ESG 데이터 관리의 출발점은 시스템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원칙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임팩트온은 22일 서울 강남구 패스트파이브 신논현점에서 ‘ESG 데이터를 통한 성과관리,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이번 행사는 ESG 데이터를 단순 공시 중심에서 벗어나 경영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실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공시 자동화보다 성과관리 체계 정립이 우선송선우 임팩트온 리서치센터장은 오프닝 세션에서 라운드테이블 개최에 앞서 국내 기업 대상으로 진행된 ‘ESG 데이터 성과관리 설문조사’에 대한 결과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은 지난 17일 넷제로 프레임워크(국제 해운 산업 탈탄소 체계)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를 1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이번 결정의 표면적 이유는 명확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이후 반(反) 기후 정책, 개도국과 선진국 간 비용분담 갈등, 대체 연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RU(Remedial Units, 의무구매배출권) 와 SU(Surplus Units, 초과 감축 크레딧) 제도의 구체적 설계가 미완성인 상태에서 성급한 합의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시장의 가장 큰 오해는 ‘성장 둔화’다. 보조금 축소, 배터리 원자재 가격, 충전 인프라 문제 등은 흔히 전기차 캐즘(Chasm)의 신호로 해석되지만, IEA(국제에너지기구)의 ‘Global EV Outlook 2025’ 보고서는 그 반대의 그림을 제시한다. ‘둔화’ 아닌 ‘전환’…시장 주도 성장 본격화2024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1700만 대를 넘어섰으며, 전체 신차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2021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전기차가 이미 ‘조기 수용자’ 단계를 넘어 주류 시장에 안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지형이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 통과라는 두 가지 거대한 흐름이 만나면서 게임의 규칙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과거 '모범 규준'으로 여겨지던 사항들이 이제는 시장의 기대와 법적 의무의 영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번에는, KRX에서 제공한, 2024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2024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에 대해 분석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사실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현주소를 가장 명확
선언과 슬로건이 주도하던 ESG 시대는 끝났다. 글로벌 공시가 의무화되고 정교화되면서, 기업은 자사의 지속가능성 수준과 개선 방향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과거 재무제표가 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면, 이제 ESG 데이터가 비재무적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작동한다. 이른바 통합보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ESG 실무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부서별 데이터를 취합해 공시를 내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그룹의 전략과 비전에 맞춰 데이터 기반 KPI를 수립하고 달성하는 ‘성과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영업
서울 거리를 가득 메운 외국인 관광객,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뷰티와 K-푸드, 그리고 글로벌 무대에서 각광받는 K-컬처는 오늘날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단순히 무엇을 먹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질서와 시민의식, 깨끗한 거리와 성숙한 공공 매너까지 포함한 우리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이와 어울리지 않는 이면의 문화가 있으니, 바로 산업안전 문화다. OECD 최고 수준의 산업재해사망률, 특히 건설업의 경우 OECD평균의 2배가 넘는 수치로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산업안전 문화 역시
ESG는 이제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익숙한 언어가 되어 가는 중이다. 그러나 투자 대상이 주식인지, 채권인지, 혹은 대체투자인지에 따라 ESG가 통합되는 방식은 달라진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주식투자 외의 자산군에서 ESG를 통합하는 접근법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자 한다.주식, 채권, 대체투자 모두 ESG통합의 정의는 동일하다. ‘투자 과정에서 ESG와 관련된 기회와 위험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산군의 성격에 따라 어떤 면이 조금 더 부각되느냐, 어떤 절차를 거치느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화두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이 프로그램을 단기적인 주주환원 확대의 기회로만 인식하여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처방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창출하라는 시장의 근본적인 요구를 외면하는 전략적 오류일 수 있다.밸류업 프로그램의 진정한 성공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내재화와 전략적 통합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ESG는 비용이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2025년 7월 31일 지속가능성 공시 부담 완화를 위한 ESRS 간소화 초안(Exposure Draft)에 대한 공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9월 29일까지 진행되는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11월 30일 유럽위원회에 최종 기술자문을 제출할 예정이다.ESRS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따른 위임법으로 2024년 1월 발효됐으나, 기준이 방대하고 복잡해 현실적 이행의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이번 개정은 2025년 2월 발표된 옴니버스 패키지를 반영한 전면 개편으로, 의무 데이터포인트
오랜만에 칼럼으로 돌아왔습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대대적인 이민단속으로 475명이 체포되었다는 보도 때문입니다. 한국 직원들도 300여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언론에는 외교적 파장에 대한 내용 위주로만 보도되고 있다보니, 사건의 전모에 대한 맥락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 같아서입니다. 해외 미디어와 미 노동부의 보도자료 등을 기반으로, 이 사건이 왜 이렇게 일파만파 커졌는지 살펴보고, 글로벌 수출대기업이 된 국내기업의 경영관행과 마인드셋 측면에서
제4차 배출권거래제가 2026년부터 시행되면서 전력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대폭 확대될 예정이다. 새 정부가 전기요금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배출권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경우 산업과 가계 전반에 미칠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거래제, 전기요금에 닿지 않은 이유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배출권 비용이 제때 반영되지 않아 가격신호가 작동하지 않고, 감축 유인이 약해져 국내 경제 전반에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발전 부문은 배출권 구매 의무가 있는 산업 중 가장 큰 배출원이며 비교적 관리가 가능하지만,
그동안 사회(S) 관련 이슈는 환경(E)이나 지배구조(G)에 비해 상대적으로 ESG투자와 관련된 논의에서 소외되어 왔다. 정량화가 어렵고, 투자 기회 보다는 리스크에 편중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라는 단어 아래 너무 많은 이슈(근로자, 공급망, 소비자, 지역사회 등)가 존재하여 ‘환경 전문가’, ‘지배구조 전문가’는 있어도 ‘사회 전문가’가 있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일 수 있다.중대재해 제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회, 그 중에서도 안전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안전 사고가 단순 노이즈가 아니라 사업의 수익성에 치명적인
2025년, 미국이 해운업계에 새로운 장벽을 세웠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섹션(Section) 301’ 에 따라 중국 해운•물류•조선업에 대한 조치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조치 내용에는 중국 소유 또는 운항 선박에는 올해 순톤수당 50달러부터 시작해 2028년까지 140달러로 단계적으로 인상되는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고, 중국 건조 선박에 대해서는 순톤수당 18달러에서 33달러,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에서 2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표면적으로는 중국 해운산업을 겨냥한 조치지만, 글로벌 해운의 복잡한 구
미국 정부가 지난 달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연방법률인 ‘지니어스(Genius)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유럽연합은 2023년 암호화자산에 대한 세계 최초의 포괄적 법률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공포하고, 2024년 6월부터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홍콩 역시 2025년 8월부터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령이 발효됐다.이미 제도화를 시행한 국가가 있음에도 미국의 이번 법안 통과는 타국의 입법안과 비교해서도 무게감이 상당하다. 글로벌 외환 거래의 약 90%, 외환보유고의
한미 관세 협상이 지난 7월 31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일단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당초 예고된 25% 상호 관세가 15%로 낮아졌고, 자동차 관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확정됐다.하지만 ESG 실무자에게 이번 협상 결과는 단순한 관세율 조정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한다. 공급망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함께 ESG 관리의 패러다임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글로벌 무역 환경의 축은 '효율성' 중심에서 '회복력'과 '안보'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정학적 긴장, 코
최근 영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승인’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등 한국 자동차 기업이 영국 시장에서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단지 산업 뉴스 한 토막이 아니다. 민간 ESG 이니셔티브가 사실상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신호다. 즉, 민간 규범이 규제가 되어, 시장 장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SBTi는 유엔글로벌콤팩트,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WWF(세계자연기금), WRI(세계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