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상장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리서치 기업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는 최근 MSCI 넷제로 트랙커(MSCI Net-Zero Tracker) 보고서에서 현재 전 세계 상장기업 60%가 스코프1, 2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으며, 40% 이상이 스코프3 배출량 전체 또는 일부를 공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MSCI 넷제로 트래커는 MSCI 전 세계 투자 가능 시장 지수(MSCI All Country World Investable Market Index, 이하 MSCI ACWI IMI)에 들어가 있는 기업들의 기후변화 억제 노력 현황을 추적해 분석하는 보고서로, MSCI ACWI IMI 지수에는 23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의 9033개 기업이 편입돼 있다.
전 세계 기업들, 기후 공시 수준 높아졌지만…
미국 기업은 다른 지역 기업보다 공시 비중 낮아
글로벌 기후 공시 제도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MSCI는 이번 보고서에서 1월 31일 기준 MSCI ACWI IMI에 편입된 기업 중 60%가 스코프1, 2 배출량을 공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2년전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스코프3 배출량 중 일부 또는 전체를 보고한 기업 또한 42%를 기록, 2022년 25% 대비 17% 증가했다.
기후 목표의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 2024년 1월 기준 상장 기업의 5분의 1이 과학 기반 감축 목표(SBT, Science Based Target)를 수립한 것이다. 이는 1년 전보다 8% 증가한 수치다.
과학 기반 감축 목표는 기업이나 기관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감축 목표를 과학적인 연구와 근거를 바탕으로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IPCC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 그 외 선진국 사이의 격차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스코프1, 2 배출량 공시 기업 비중은 4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다른 선진국 상장기업 평균인 73% 대비 크게 낮은 수치다. 스코프3 공시에서도 차이가 났다. 미국 상장기업 중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은 29%에 불과했지만, 다른 선진국 기업들의 공시율은 54%에 달했다.
보고서는 격차의 원인으로 지역별 특성을 꼽았다. 미국과 그 외 지역의 기후 공시 의무화 여부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올해 1월부터 상장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ESRS)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국제 지속가능성 표준위원회(ISSB) 또한 2023년 7월 상장기업의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안을 발표, 호주,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가 기후 공시 의무화 단계별 적용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4일(현지시각) 어렵게 통과된 기후 공시 규칙 시행을 보류했다. 공화당 중심으로 법적 소송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최종안에서 스코프3 공시 의무가 제외되는 등 초안보다 크게 완화돼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보고서는 미국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전 세계 주식시장의 약 3분의 2(63%)를 차지한다며 미국의 기후 공시 의무화는 글로벌 기후 목표 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기업 배출량, 감소 아닌 제자리걸음…
이대로는 2050년까지 써야 할 탄소 예산 2년 5개월만에 고갈될 것
기후 공시의 양적, 질적 수준이 모두 높아졌음에도 상장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직 제자리 걸음 중이다.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금세기말 지구 평균 온도는 1.5도의 두 배인 3도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했다.
2015년 각국은 파리협정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치를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현재 스코프1 연간 평균 배출량은 11.8기가톤이다.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2050년까지 스코프1 배출량 총량을 총 28.9기가톤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이는 2050년까지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이 28.9기가톤이라는 의미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기업들은 불과 2년 5개월만에 2050년까지 써야 할 탄소 예산을 모두 소진하게 되는 셈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 상장기업의 스코프1 배출량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배출량이 2025년 정점을 찍은 후 2030년까지 매년 약 7%씩 줄어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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