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연구소 웹페이지에 ‘2022 서울대학교 ESG보고서(이하 보고서)’가 올라왔다. 대기업이나 금융사의 ESG 보고서야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학교 차원의 ESG 활동을 보고서 형태로 발간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대학교의 ESG를 들여다본다는 것사실 대학교도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인력과 조직, 시설 등으로 구성된 대형 기관이고, 학교 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시로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학이 E, S, G 각 영역에 끼치는 영향이 큰데도, 그간 이에 대한 정제된
이번 칼럼은 2023년 하반기 진행된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전략적 ESG 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필자들과 함께 자료를 준비했고 발표 내용에 대한 공개를 흔쾌히 허락해 주신 김가희(국제백신연구소), 송한결(김포청년공간 창공), 양선영(LG CNS) 님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또한, 수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신 신현상(한양대), 박란희(임팩트온) 교수님께도 지면을 빌어 감사 말씀드립니다. 전략적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이란?‘전략’이라는 단어는 많은
희망찬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월스트리트저널이 불길한 제목(‘The Latest Dirty Word in Corporate America: ESG’)의 기사를 내놓았다. 국내 언론에서는 한층 더 자극적인 제목을 입혀서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공화당의 Anti-ESG로 인해 ESG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격화되고, ESG를 고려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법안이 발의 또는 통과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ESG라는 용어를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다.ESG투자 트렌드를 다루면서 Anti-ESG는 피하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초판을 쓰는 데 무려 15년의 세월이 걸린 책 을 폈다. 그간 분명 몇 번 훑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읽어보겠다고 마음먹으니 군데군데 새로운 ‘등반로’가 보였다.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파타고니아 속으로 들어갔다. 2020년에 번역된 한글 제목도 멋지지만, 2016년에 발간된 원제 도 가히 매력적이다. ‘My People’이 서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업이라니. 그 기업과 창업자 이본 쉬나드를 더 알고
2020년 미국 ETF 수익 Top 10 중 7개는 친환경...시장 이끈 친환경 열풍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주식 시장은 대폭락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증시는 다시 급반등했고, 2021년말까지 황금기를 맞았습니다. 이 기간에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면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의 대표 캐시 우드(Cathie Wood)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텐데요. 테슬라를 비롯해 첨단기술기업에 대거 투자해 큰 수익률을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실제, 캐시우드의 ARK ETF시리즈 3개는 2020년 미국 E
지난 2년간을 돌이켜 보며지난 2월 필자들은 2년간의 대학원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2년 전에 필자들이 선택한 MBA 과정에는 ‘ESG’ 전공이 별도로 존재했기 때문에 이론적인 지식은 물론 실무 역량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또한,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술을 마시며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신입생으로서 설레는(?)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던 2년 전 이맘때의 ESG는, 팬데믹 시기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략이자 필수 불가결한 트렌드였다. ESG
경영대학원 과정 중 거시경제 교수님의 금융에 대한 정의, ‘위험(Risk)의 가격을 책정(Pricing)하는 것이 금융이다’라는 주제로 풀어보고자 한다. 다음은 영화 아바타 2, 물의 길(The Way of Water)에 나오는 가장 잘 알려진 대사의 일부이다. The sea gives and the sea takes.Water connects all things, life to death, darkness to light.이 두 문장은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해 놓았다고 해도 비약이 아닐 것이다.바다는 모든 것을 주고, 바다는 모든
중국의 발 빠른 움직임얼마 전 중국 정부는 2026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해증권거래소(SSE), 심천증권거래소(SZSE), 북경증권거래소(BSE)에 상장된 대기업은 연차보고서 공시 시기와 동일하게 ESG 공시를 이행해야 한다.이번에 발표된 중국의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에는 이중 중대성과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가 포함되었고 지침에 따라 회계연도가 종료되고 난 후 4개월 내에 공시해야 한다. 공시 대상 기업은 2026년 4월까지 지침에 따른 최초의 지속가능성 공시를 진행해야 한다. 지침에서는
Process 와 Product언제부턴가 미묘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뉴스에서는 연신 ESG펀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는데 자산운용사에서 ESG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내 일은 점점 늘어난다. 고객들이 ESG 관련해서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뉴스가 그리는 세상과 내가 경험하는 세상이 달라 보이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그러던 중 실마리가 되는 글을 만났다. 하버드대의 조지 세라핌 교수는 ‘ESG: From Process to Product’라는 글에서 ESG투자를 투자
영국에서 새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영국 정부는 디벨로퍼(개발업체)에게 주요 개발 프로젝트에서 10%의 생물다양성 순이익(Biodiversity Net Gain, BNG)을 달성할 것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택 개발, 산업용 및 상업용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자연과 생태계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다. 영국은 의무적인 생물다양성 순이익 요건을 도입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도시 공간의 창조자’에게 부여된 새로운 과제위에서 ‘디벨로퍼’를 간단하게 ‘개발업체’라고 기재했지만, 사실 디벨로퍼의 역할과 존재 의의는 그렇게 간단하게 이야기할
2024년은 선거의 해, 기후위기는 현실정치로 풀어야 한다2024년 갑진년은 한국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와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된 그야말로 선거의 해이다. 1월 대만 선거를 시작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이란에서 선거가 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중심으로 여러 아프리카 국가도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미 끝난 대만 선거에서는 친미 진영이 승리했다. 그러나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영향을 미칠 선거는 EU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이다. 2025년 제30차 기후변
독자 여러분, 2024년 늦은 신년 인사드립니다.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동안 칼럼을 쓰지 못했습니다. 7년 동안 다니다 쉬었다를 반복한 박사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논문을 마무리짓기 위해 동분서주하다보니, 주경야독에 주말까지 반납하느라 도저히 칼럼을 쓸 수 있는 물리적, 정신적 상황이 아니었습니다.지난해 12월 29일, 대학 도서관에 검정색 박사논문 제본을 제출하고 행정실에 확인증까지 주고 나니 더이상 지쳐서 텍스트를 한 글자도 쓰기 싫었습니다. 만학도를 고려하시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학위는 수명 혹은 건강과 맞바꾸는 작업입
ESG투자업계에 입문했던 2011년에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 설명을 하고자 노력해 봤으나 전달이 안 되는 일을 경험하고 나서는 적당한 말로 둘러대고는 했다.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하는 일을 잘 알지는 못하셨지만, 감사하게도 수년간 지속적인 신뢰와 응원을 보내주셨다. ESG,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개념이 너무 생경했던 시절이었다.언제부턴가 일상 곳곳에 ESG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신문 곳곳에 ESG라는 글자가 보였다. 집 주변에 있는 시청에 ESG 관련 현수막이 크게 걸렸다. 집 주변
지난 2022년 5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S&P500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퇴출된 반면, 석유업체 엑손모빌이 ESG점수 10위안에 포함되자 “ESG는 사기다”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머스크는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100점 만점에 87점을 받은 반면, 테슬라가 100점 만점에 37점을 받은 것에 반발해 “ESG는 악마다"라는 의견을 남겼습니다.머스크의 발언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설득력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콩고 광물 공급
“DEI 노력이 포위당하고 있다(under siege).” 최근 접한 CNN 뉴스의 헤드라인이다.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의 개념 자체도 아직 폭넓게 확산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노력’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색한 우리 입장에서는 생경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다. DEI는 왜 포위당한 것일까. 포위의 주체는 누구이며 목적은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ESG뿐 아니라 DEI도 ‘백래시’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일까. BLM이 DEI에 동력을 불어넣다CNN은 미국 사회와 비즈니스 세계에서 DEI가 유행어
CES 2024의 화두 AI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됐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세계가전전시회) 2024가 마무리됐다. CES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 Consumer Technology)가 주관해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의 ICT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전시회로, 관련 업계의 흐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가장 권위 있는 행사이다.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5G, 증강현실, 로봇, 스마트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이 전시가 되며 CES에 대한 전 세계 주목도는 날로
鼎(정). 고대 중국에서 사용된 그릇으로 솥을 의미하는 한자이다. 솥은 세 다리로 균형을 유지하는데, ‘솥의 세 발처럼 선다’는 뜻의 정립(鼎立)은 세 가지 요소가 솥의 발과 같이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정립은 지금의 ESG에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ESG의 세 가지 구성요소인 환경, 사회, 거버넌스도 균형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세 가지를 다 잘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국내의 경우, ESG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던 초기에는 환경 분야에 포커스가 집중됐고 소셜과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
북미 지역에서 인구 기준 네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인 캐나다의 토론토. 토론토의 경제는 캐나다 전체 GDP의 9%, 온타리오주 전체 GDP의 23%를 차지(2021년 기준)할 정도로 캐나다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한다.인디언 말로 ‘만남의 장소’라는 의미를 갖는 이 매력적인 도시는 매년 ESG 보고서를 발간한다. 상장 기업도 아니고 금융사도 아닌데, 지자체 차원에서 ESG 성과를 담은 정제된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이다. 2021년 첫 발간 이후 지금까지 총 3개의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IR 기능을 수행하는 글로벌 도시의 세 번째 ESG
건축 주거 부문 탄소 감축이 시급하다.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민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민단체나 환경단체가 제로 하우스, 생태 주택 등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실제 전 국민 운동으로 기후 행동이 구체화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서울시를 예로 보면, 온실가스의 69%가 건물에서 나온다. 이 온실가스 배출 중 70%는 건물의 운영관리에서 배출되는 운영탄소이고, 나머지 30%를 체화탄소(embodied carbon)가 차지한다. 체화탄소는 건축 자재의 조달에서 가공, 수송, 건축, 해체라는 생애주기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죄악’(sin)이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사인 테라초이스(TerraChoice)는 2007년과 2010년 발간한 두 차례의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린워싱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 행위들을 ‘죄악’이라고 규정한다.그린워싱은 “기업의 환경 관행,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적 편익에 대하여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다. 테라초이스의 정의에 따르면 그렇다. 문제는 이 오도(誤導)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다.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의 시장 신뢰 저하는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