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미 환경보호청이 발표한 차량 배기가스 기준 최종안. 1100페이지가 넘는다./홈페이지
 이번에 미 환경보호청이 발표한 차량 배기가스 기준 최종안. 1100페이지가 넘는다./홈페이지

미국과 유럽이 배출가스를 규제하는 환경 규제와 전기차 신차 목표를 완화하면서, 미 내연기관차 제조사들이 반색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는 승용차, 소형 트럭 및 중형 차량에 대한 배기가스 기준을 20일(현지시각) 최종적으로 발표했는데, 지난해 4월 발표한 초안보다 완화됐다. 

원래 초안에서는 2032년식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2026년식 대비 56% 줄이려 했으나, 최종안은 49%로 낮췄다. 

전기차 채택 목표 또한 낮췄는데, 2032년까지 신차 중 전기차 판매비중을 67%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56%로 낮췄다. 대신,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은 13%, 하이브리드(HV) 차량은 3%로 조정했다. 이 규정은 2027~2032년 생산되는 승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에 적용된다.   

유럽연합(eu) 또한 지난 14일(현지시각) 기존 안건보다 완화된 내용의 유로7(Euro7) 환경 규제를 의회에서 승인했다. 원래 디젤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가솔린 차량 수준으로 강화하는 내용(60mg/km)이 담겼으나 최종안에서 삭제됐고 도입 시점도 3년가량 연기됐다. 

 

전기차 신차 판매 목표 67%에서 56%로 낮춰

미국과 유럽이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미국 자동차노조원들의 반발과 중간선거 등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체 차량의 7.6%로 저조한 편이다. SNE리서치에 의하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232만1000대에서 지난해 1407만3000대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16.6%로, 지난해 33.5%에 비해 점점 둔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에서는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EU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중단 규제를 'E-퓨얼' 허용으로 바꾸는 등 독일을 포함한 기존 내연기관차 제조사들에게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해줬다. 

지속가능성 전문 미디어 그린비즈에 의하면, 미 환경청(EPA)은 2032년 이후 연식 차량에 대해서도 유사한 기준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한다.

EPA가 기자들에게 제공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최종 규칙은 제조업체가 효율적으로 배출량을 줄이고 자신과 고객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기술의 혼합을 통해 성능 기반 표준을 충족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기술에는 순수한 EV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모두 포함된다. EV 발표를 늦추고 있었던 하이브리드 차량의 최강자인 도요타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대차와 기아 또한 내연기관 차량이 전체의 80%에 달하는 만큼, 이번 발표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업계에게 시간을 더 주기 위해서 규칙 완화한 듯

한편, 미 환경보호청(EPA)를 대표하는 법무부 변호사 수 첸(Sue Chen)은 이 규칙이 자동차 제조업체가 EV로 전환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첸 변호사는 “EPA가 요구하는 것은 더 많은 배출 제어 기술”이라고 말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를 대표하는 법무부 변호사 조슈아 코펠(Joshua Koppel)도 해당 기관이 제조업체가 실현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표준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댄 베커(Dan Becker) 소장은 "이 규칙은 기후에 대한 모든 국가의 가장 큰 단일 단계일 수 있지만 EPA는 대형 자동차, 대형 석유 및 자동차 딜러의 압력에 굴복하고, 포드 F150 픽업 트럭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큰 허점으로 계획을 수수께끼로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바이든의 재선 캠페인을 지지해 온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이번 규칙을 환영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 에너지부가 완화되고 EV의 마일리지 등급을 낮추는 새로운 규정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별도의 구제책을 얻었다.

이는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의 대표적인 미국 자동차 3사가 2032년까지 연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부과되는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준의 규칙은 미국 자동차 3사가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금을 물어야 하는 입장이어서 반발이 심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최종 규칙이 완화됨으로써 미국 자동차 3사는 안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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