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인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이 15일(현지 시각) EU 이사회를 간신히 통과했다. 최종 의사결정은 4월에 있을 유럽의회 투표가 남았다. 

CSDDD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의 회원국이 해당 법의 규제 수준과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중소기업에 대한 피해와 부담이 크다며 거세게 반대하여 통과가 지연되어 왔다. 

최종안은 기존 안보다 다소 완화된 상태로 통과됐다. 이 공급망 실사법이 4월 본회의에서 최종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다면 법안 통과가 크게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기에, 반대하는 회원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적용 대상 기업, 3배로 대폭 축소…3~5년 규모별 차등시행

최종안은 적용 대상 기업을 크게 축소했다. CSDDD 최종안에 따르면, 직원 수가 1000명이 넘고 전 세계 매출액이 4억 5000만유로(약 6542억원) 이상인 EU 기업이 적용 대상으로 확정됐다. 

이는 기존 기준인 500명, 1억5000만유로(약 2181억원)에서 직원 수는 2배, 매출액은 3배가 늘어난 수치다. 비EU 기업의 경우에는 EU 시장 매출이 4억5000만 유로 이상으로 유럽 집행위원회가 해당하는 기업의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 유럽기업정의연합(ECCJ)은 이번 완화안은 EU 기업과 비즈니스 활동의 약 0.05%인 적용 범위의 EU 기업 수가 약 1만6000개에서 5500개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비영리 연구소인 다국적기업연구센터(SOMO)도 적용 대상 기업이 67%가 줄어들 것이라는 거의 유사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법 집행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적용연도(발효 후) 기업 규모
3년 직원 수 5000명 이상, 매출액 15억유로(약 2조원) 이상인 기업
4년 직원 수 3000명 이상, 매출액 9억유로(약 1조3084억원) 이상인 기업
5년 직원 수 1000명, 매출액 4억5000만유로(약 6542억원) 이상인 기업

 

중소기업 적용 조항 삭제…CSDDD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듯

이탈리아와 독일 등 반대국이 주장했던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정 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적용 조건도 삭제했다. 

초안은 중소기업이 인권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산업에 있고 2000만유로(약 291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경우에는 CSDDD의 적용을 받도록 규정했었다. 해당 산업은 ▲섬유·가죽 생산 및 유통 ▲섬유 및 패션 ▲농축수산 및 식품업 ▲원유·천연가스 등 원자재 ▲철강 등이다. 

조건이 삭제되고 중소기업들은 CSDDD의 법망에서 당분간 벗어날 수 있으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CSDDD의 직접적인 규제 범위는 완화됐지만, 대기업의 공급망 파트너인 중소기업들이 가진 간접적 책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CSDDD의 통과를 저지했던 이탈리아의 기업부 장관 아돌포 우르소(Adolfo Urso)는 “중소기업이 이행해야 할 책임과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규제에 대한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임팩트온(Impact 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