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음랑가(Ruth Mhlanga) 옥스팜 민간섹터 관여팀(Private Sector Engagement Lead) 팀장 인터뷰 

인권영향평가를 비롯한 공급망 인권 실사법을 주도하는 흐름을 이끄는 것은 유럽 기반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국제기구, NGO 등의 협의체들이다. 옥스팜은 이러한 글로벌 논의의 흐름에서 주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루스 음랑가(Ruth Mhlanga) 민간섹터 관여팀(Private Sector Engagement Lead) 팀장은 이 역할의 총책임자다.

그녀는 WBA(세계벤치마킹얼라이언스)의 인권 긍정영향 평가 자문위원 및 사회 전문가 검토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소셜저스티스(Social Justice) 및 성평등(Gender) 분야 캠페인 기획과 기업 관여 등에서 10년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그녀에게 EU 차원의 공급망실사법의 맥락과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루스 음랑가(Ruth Mhlanga) 옥스팜 민간섹터 관여팀(Private Sector Engagement Lead) 팀장 인터뷰 

루스 음랑가 옥스팜 민간섹터 관여팀 팀장/ 옥스팜
루스 음랑가 옥스팜 민간섹터 관여팀 팀장/ 옥스팜

Q. 한국 기업 입장에서 EU공급망 실사법(CSDDD)과 기업인권벤치마크(CHRB)와 같은 인권분야 법제화 및 평가체계의 도입 등은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배경과 맥락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지난 10년동안 우리는 공급망 실사와 관련해 자발적 제도와 인증에 의존해왔다. 예를 들면 산림관림협회(FSC) 인증, 지속가능한 팜유(RSPO) 인증 등이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이러한 자발적 제도만으로는 우리가 목격하는 대규모 (공급망의) 인권 침해를 제대로 다룰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책입안자들은 인권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인권 관리를 의무화하기 위해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Q. 상대적으로 유럽 기업들은 인권 관리를 잘해오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EU에서 공급망 실사법을 의무화 해야할 정도로 기업들의 인권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는가.

“인권 관리를 ‘잘한다’라고 말할 때 어떠한 것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거버넌스적인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고 투명성이 강화되었기에 이를 ‘잘한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한국기업들은 기업인권벤치마크(CHRB)와 같은 평가에서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정보공개 부족 때문이다. 인권평가체계는 기업의 인권 정책과 현재 활동을 평가하는데, 그 중에서도 인권 정책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인권영향이 큰 화석연료업체라 할지라도 CHRB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할 수 있는데, 이는 해당기업들이 인권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해당 기업이 인권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행동을 잘하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척도는 아니다. 인권은 생활임금에서부터 젠더이슈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며, 많은 분야에서 미진한 모습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서는 여전히 많은 인권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인권 영향 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Q. EU공급망 실사법이 도입된 후, 기업들이 지켜야할 핵심사항은 무엇인가.

“많은 기업들이 가치사슬 내 지역사회, 공급망 내 노동자 등의 권리주체(Rightholder⋅기업의 운영, 제품 또는 서비스에 의해 인권이 영향을 받았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집단 또는 개인)와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권영향평가를 시작하기 위한 핵심사항이다. 실제 옥스팜이 ‘비하인드 더 바코드’와 ‘비하인드 더 브랜드’ 캠페인을 수행했을 때도 권리주체에 중점을 뒀다. 

기업이 인권영향을 줄이고자 한다면 실제 인권영향을 받는 권리주체자와 심층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자사가 어떻게 인권영향을 끼치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기업 입장에서 권리주체(Rightholder)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해관계자(Stakeholder)와 권리주체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해관계자란 기업 입장에서 가치 사슬(Value Chain) 내에 존재하는 노동자나 협력업체, 혹은 지역사회나 정책입안자 등을 일컫는다. 반면 권리주체는 기업이 끼치는 인권 영향에 포커스를 두고, 기업 활동에 의해 권리의 침해를 받는 개인이나 집단을 말한다. 두 개념을 분리해서 정의하는 이유는 많은 기업들이 ‘이해관계자 관여(Stakeholder Engagement)’를 이야기할 때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수자의 권리나 과거에 끼친 부정적 영향 등은 상대적 관심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이해관계자 관여를 수행할 때 주주 혹은 기업의 사업과 연결된 집단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업적 중대성(Business Materiality)이 떨어지는 일부 집단의 경우, 기업 활동으로 인해 인권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개도국 공급망 현장의 노동조합, 여성노동자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Q. 권리주체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이 있는가.

“일부 기업들은 포커스그룹(Focus Group)을 활용하며, 설문조사나 인터뷰 또한 활용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거시적 차원에서 인권의 전체 범위를 이해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권리주체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양방향의 형태로 이루어져야한다. 설문조사나 인터뷰, 포커스그룹(Focus Group) 형태의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는 권리 주체가 쉽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일례로, 모바일 설문조사는 권리주체로부터 대량의 정보를 빠른 시간내에 습득할 수 있지만, 심층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포커스그룹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기업이 적절한 수단을 활용해 일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한다면, 권리주체 관여도 훨씬 더 쉬워진다. 

또한, 온라인 게시판이나 홈페이지에 주요 자료를 게재해 권리주체가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특정 인권 이슈에 대한 기업의 정책이나 행동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경우, 현지 언어로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지난 6월, EU의 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가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지침은 최대 글로벌 매출의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굉장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해당 법안의 최종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보는가.

“EU차원의 입법화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쟁점은 해당 법안의 적용 범위와 처벌 수위에 있다고 본다. 산업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현재 정책입안자들은 인권을 보호하고 기업들에게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인권 법안들이 현재 발생하는 대규모 인권침해에 대응하기에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국의 현대판 노예방지법(Modern Slavery Act)은 기업 인권 분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는 법안이었다. 법안의 대상이 되는 모든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공급망 강제노동에 대해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인권의 모든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했고, 법안 미준수에 대해 충분한 사후 조치를 하지 못했다.

때문에 지금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CSDDD의 수위는 어느 정도이며, 기업의 법안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강력한 수단을 마련하는 가이다. 

실제, 이러한 맥락에서 CSDDD가 어느정도 선 까지 적용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대화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일례로, 금융 섹터를 법안의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지에 대해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특정 섹터를 배제하거나, 법안 준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흐름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봤을 때 EU차원의 공급망 실사법 통과는 필연적이며, 규제의 강도가 얼마나 높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Q. 영국에서는 2015년에 현대판 노예 방지법(Modern Slavery Act)을 발효시킬만큼 이 분야에서는 매우 빠른 움직임이었다. 이 법안은 기업의 운영 방식이나 인권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현대판 노예방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현대판 노예제에 대한 연간 보고를 요구하는데, 해당 보고는 CEO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즉, 해당 법안으로 인해 현대판 노예제도나 노동권리에 대한 이슈들이 급작스럽게 CEO차원의 업무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과거 인권 업무는 대부분 실무진 차원에서 이루어졌지만, 해당 규제로 인해 투명성 강화와 고위급 임원의 참여가 강제되면서 인권분야의 거버넌스에서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인권 관리가 어느정도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CEO차원에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자필 서명을 넣는다면 고위급 임원이 조직의 인권 이슈를 체크하게 된다는 것이고 이는 큰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은 1페이지 정도의 간략한 성명을 내기도 하지만, 옥스팜의 경우에는 3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인권 문제를 얼마나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지, 실제 어떠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서술한다.”

옥스팜의 파트너 기업들은 기업 인권벤치마크(CHRB)에서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총 127개 기업 중 1,9,14,15위)/ CHRB
옥스팜의 파트너 기업들은 기업 인권벤치마크(CHRB)에서 비교적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총 127개 기업 중 1,9,14,15위)/ CHRB

Q. 유니레버, 막스앤스펜서(M&S)와 같은 옥스팜의 파트너 기관들은 기업인권벤치마크(CHRB)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권관리 분야에서 옥스팜의 접근방식과 CHRB의 평가기준이 서로 부합하는 부분이 있는가.

“유니레버와 막스앤스펜서는 옥스팜과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해온 장기파트너로, 유니레버는 생활임금과 노동자 권리 분야에서, 막스엔스펜서는 노동자 권리 분야에서 옥스팜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들과 공급망 인권관리 활동을 수행하면서 배운 많은 교훈들이 실제 인권 정책으로까지 이어졌다. 

예를 들어 거버넌스 차원을 보면, 앞서 현대판 노예방지법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임원 차원에서 인권 이슈 관리 정책을 수립하면, 조직 차원에서 해당 이슈를 더욱 진지하게 관리하고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럴 경우 인권 영향 평가와 같은 인권실사 분야에도 자원 투입이 더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인권실사에는 시간과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때문에 임원 차원에서 이를 인지하고 사업 수행을 지시할 때, 원활한 자원투입을 통한 사업의 완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투명한 인권정책과 거버넌스를 수립하는 것은 인권관리 분야에서 지렛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유니레버나 막스앤스펜서와 같은 기업은 외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투명성과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 모델은 다른 여러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Q. 영국의 현대판 노예 방지법으로 인해 인권리스크가 부각된 기업 사례가 있는가.

“영국의 패션업체 부후(Boohoo)의 사례가 있다. 이들은 영국의 레스터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노동자 권리를 침해했고, 해당 이슈가 큰 미디어 이슈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와의 교류가 많은 일부 업계의 경우, 사람들이 인권문제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높다. 패스트 패션이나 소비재 업계 등은 빠른 유통망과 회전율, 치열한 가격 경쟁을 특징으로 한다. 때문에 공장에서 빠른 속도로 대량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초과근무를 강요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하지만, 인권 실사에 대한 법안이 마련되어 있다면, 이러한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의무적인 인권실사와 책임부과가 필요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Q. CSDDD나 현대판 노예 방지법과 같은 인권 관련 법안은 어떠한 산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예상되는가. 한국의 경우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데, 제조업이 법안으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도 궁금하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회사들 중 대다수는 소비자들과 마주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압박과 브랜드의 가시성 때문이다. 실제, 옥스팜이 진행한 ‘비하인드 더 브랜드’ 캠페인의 주요 대상도 소비자와 직접 마주하고 있는 유통ㆍ소비재업체였다. 중간재업체나 B to B 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법안에 대한 영향이 적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간재 업체와 유통업체가 팜유나 농산물 등에서 같은 공급망을 활용하더라도, 소매업계에 비해 중간재 업계는 눈에 덜 띄기 때문이다. 

다만 화석연료업계는 인권분야의 거버넌스나 정책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는데, 그 이유에는 해당업계가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많은 소송을 당했기 때문도 있다. 기름 유출, 원주민 권리 침해 등으로 인해 ESG리스크에 취약점을 노출 했기 때문이다.

아직 법안 제정을 앞두고 있기에 철강이나, 제조업에 대한 영향을 명확하게 이야기 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Q. 많은 국내 기업들이 CSDDD를 준비하면서 인권 감사(Audit)과 인권 보고서 발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모 인권단체는 국내 기업의 정책과 보고 사이의 간격을 지적한바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산업계 주도의 자발적 이니셔티브와 인증이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 했는데, 이를 초래한 리스크 중 하나는 기업들이 감사와 컴플라이언스에 과도하게 집중했다는 점이었다.

미리 작성한 체크리스트에 따라 ‘공급망의 여성 노동자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가?’라는 등의 질문에 답변 한 후, 자리를 뜨는 것은 실제 인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인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권리주체와의 대화를 통해 기업이 초래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듣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기업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점 중 하나는 인권문제에 대한 성별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남성 공장장이 여성노동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성희롱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인과 감사방식 선정에 있어 성별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다. 

옥스팜의 사례를 기반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여성에게 성차별ㆍ폭력 이슈에 대한 감사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며, 여성들을 직장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인터뷰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임원과 직원을 분리해서, 직원들이 제공하는 피드백을 경영진이 알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해결책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여성 포커스그룹을 구성한 후, 이들과 남성을 분리하여,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 훨씬 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은 모두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더 쉬운 방법, 즉 감사를 선택한다. 감사인 1명에게 체크리스트를 제공한 후, 이를 체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이 인권보고서를 발간해 정보공개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정보공개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눈에 보이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는 문제는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기업이든 인권영향평가가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어디에 인권 문제가 있는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 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Q. 인권 영향평가는 기존의 중대성 평가와 어떻게 다르며, 이는 왜 중요한가.

“가장 큰 차이는 인권영향평가가 기업이 끼치는 인권영향의 감축과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인권영향평가를 통해 공급망에 속한 권리주체와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잠재적 피해를 예측한다면 이를 막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반면 중대성 평가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이해관계자 관여와 중대성 이슈를 고려한다.

사업적 유익이 없는데 왜 인권영향평가를 수행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의문은 리스크 관리 관점으로 볼 수 있다.이해관계자들이 인권문제를 발견해 리스크가 커지기전에,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접근하여 리스크를 최소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제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들에게 인권영향평가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공급망 내 보이지 않는 인권 위험이 있다면, 해당 요소가 차 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관점으로 봤을 때도, 인권영향평가를 통해 잠재적 피해와 비용 소모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 사태가 실제로 벌어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Q. 후발주자인 한국 기업들은 유럽 주도의 인권관리 어젠다와 규제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비단 한국 기업들만의 이슈가 아니다. 현재 발생하는 대규모 인권침해의 규모를 봤을 때, 이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유럽 기업의 차원에서 봤을 때 우수사례가 꽤 있다. 한국과 유럽 기업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정보공개’다. 유럽의 경우, 인권 이슈에 대한 비영리 캠페인과 소비자 압력이 거세기 때문에, 인권 분야의 정보공개와 홍보의 수준이 높아졌다. 앞서 말했듯 투명한 정보공개는 필수적이며 인권관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권 정책에 대한 기업의 정보 공개가 실질적인 인권개선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Q.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의 부정적인 부분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옥스팜은 투명한 정보공개를 강조하고 있는데, 기업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인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 여론이나 내러티브를 의식해 이를 숨기게 되면, 결국에는 누군가가 기업을 고발해 사실을 드러내고, 기업은 강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닥치게 된다. 이 때문에 인권영향평가가 중요한 것이다. 인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조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막는 것 보다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Q. 그린 허싱(Green Hussing)이라는 용어가 대두되고 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 기후변화대응 전략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인권 분야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럴 수 있다. 기업이 정책을 발표하게 되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워싱(Washing)으로 비판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까다로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책을 공개한다고 해서 모든 부분이 완벽해야한다 뜻이 아니다. 정보 공개를 통해.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좋은 예시는 2015년에 열린 파리기후협약 직전 식품업계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파리 기후협약을 앞두고 많은 식품업체들이 국가 원수들과 대화를 통해 강력한 기후 관련 법안을 요구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농작물 재배에 실제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품업체들은 자신들이 세운 기후목표가 무엇이며, 현재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공개하고 정부 측에 기후변화에 대한 법안 수립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보 공개가 업계 차원의 보편이 된다면 해당 부분에서 더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본다.

실제, 옥스팜은 유통업계와 식품업계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힘써왔고, 이를 통해 해당업계는 일정 수준의 정보공개에 익숙해졌다. 때문에, 정보공개로 인한 경쟁 약화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고, 공정한 경쟁한 장을 조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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