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공급망을 둘러싼 글로벌 법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협력사와의 계약 및 재개약시 해당 회사의 인권경영 및 윤리경영 수준을 평가해 반영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최근 '공급망 지속가능성 정의와 중요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법적 규제와 한국기업 상황을 소개했다.  

 

기업 공급망 관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법적 규제 강해져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연례 서한에서 기업들에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2015년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역사회에 미친 심각한 환경 훼손을 이유로 일부 국내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처럼 글로벌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최근 이러한 투자 관행은 공급망 전반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 관리에 소홀할 경우 자본 조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료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본 조달의 측면 뿐만 아니라 최근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리와 관련된 법,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음에 따라 이에 대비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규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지난 2월 유럽의회는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는 입법 권고안을 채택했다.

EU(유럽연합) 집행위는 역내 기업의 원자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및 환경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공급망 실사 의무 도입을 추진, 6월중 기업 공급망 실사의무 도입에 관한 법안을 EU 이사회와 유럽의회에 제안할 예정이다. 

EU는 공급망 실사의무 적용대상과 관련,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EU 역내에 소재한 제3국 기업도 일정 기준의 매출을 초과하면 실사의무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에 있으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공사 발주 및 도급 시'로 한정해서 적용했던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과 사업장'으로 공급망의 범위를 확대했다. 

 

공급망 내 협력사의 사회적ㆍ환경적 책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국내 기업 적어

한국 상황은 어떨까. 현재 국내 기업의 ESG 평가 지표 중 하나인 'KCGS ESG 평가' 중 사회, 환경평가에서는 국내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공급망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 이행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지표는 공급망의 사회적 책임 수준 관리 측면에서 협력사 선정 시 해당 회사의 근로자 인권 및 윤리경영 수준을 관리하고 있는지 평가한다.

자료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료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평가 결과 협력사와의 계약 및 재계약 시 해당 회사의 인권경영 및 윤리경영 수준을 평가하여 반영하는 기업의 비율은 약 8.7%라고 밝혔다. 또한 협력사를 대상으로 인권 실사를 진행하고 그 성과에 대해 공개하는 기업의 비율은 약 5.5%에 불과했다.

협력사의 환경성과를 관리하고, 그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기업의 비율은 약 5.1%로 나타났다. 아울러 환경경영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협력사에 구축해 운영하는 기업의 비율은 6.8%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위와 같은 평과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국내 상장회사 중 공급망 내 주요 이해관계자인 협력사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경우 유가증권상장기업, 코스닥 150지수 편입 기업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서도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공급망의 사회적, 환경적 성과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이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업 공급망 관리는?

해외의 경우 유엔글로벌콤팩트, OECD, BSR 등 다양한 국제기구 및 비영리단체에서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가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이 담긴 정책을 수립하고 대내외에 공개해서 내부적으로는 경영전략과 통합시키고 외부적으로는 이해관계자에게 회사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다. 

자료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료출처=한국기업지배구조원

또한 공급망 내에서 발생 가능한 비재무적 리스크의 종류와 발생 가능성, 자사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 리스크의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이를 통해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해당 방안이 실제로 리스크를 완화했는지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설계해 공급망 지속가능성 수준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리스크 식별에서 공급망 지속가능성 체계의 성과까지 회사의 계획과 활동을 종합하여 외부 이해관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채널에 공개하는 프로세스다.

네슬레
네슬레

 

네슬레,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의 법, 규제 대응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위해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리 성과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또는 별도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네슬레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부정적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원재료 조달 과정에서 공급망의 지속가능성을 관리하기 위한 회사의 목표 및 목표 달성 여부, 3개년의 정량적 성과, 관련 정책 등을 공개하고 있다. 

애플은 'Supplier Responsibility(공급망 책임)'라는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여 인권 보호 및 근로 환경 개선, 환경 보호와 관련된 공급망 내 성과와 공급업체의 지속가능성 평가결과를 공개한다. 

구글은 'Responsible Supply Chain Report(책임 있는 공급망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여 공급업체에 대한 정보 및 공급업체 지속가능성 평가결과뿐만 아니라 원재료 조달, 인권 보호, 환경오염, 지역사회 발전 등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련 이슈에 대해 회사가 실시한 활동 정보를 밝히고 있다. 

 

글로벌 사업 수행&투자 조달 위해

공급망 지속가능성 위한 선제적 대응 필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공급망 지속가능성 관리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미온적인 대처가 계속될 경우 글로벌 사업 수행 시 규제 장벽에 부딪히거나 주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 또한 제품 및 서비스 생산과 제공에 있어 외주화 비율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공급망의 규모와 복잡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공급망 지속가능성을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공급망 이슈의 시발점은

유엔글로벌콤팩트는 공급망 지속가능성을 '제품 및 서비스의 생애주기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관리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을 지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이슈의 중요성을 촉발시킨 것은 1996년 '나이키 축구공 사건'이다. 

الإشراف ناهيك عن ثابتة nike child labor - zetaphi.org

1996년 미국의 시사잡지 '라이프(Life)'지는 12살의 파키스탄 소년이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각종 매체는 이 사진과 함께 나이키 제품이 아동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하청업체는 노동자들에게 하루에 2달러씩 임금을 주고 나이키는 하청업체로부터 켤레당 5달러에 납품받아 180달러에 팔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나이키는 비난을 받았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1998년 5월 필 나이트 나이키 창업자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하청업체 관리와 업계 노동 관행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먼저 아동 노동과 관련있는 업체와는 거래를 끊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인정한 업체만 거래했다. 또한 납품업체에 대한 윤리 규정 강화와 투명성 있는 운영을 실시했다.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은 보통 디자인과 마케팅은 본사에서 하지만 낮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생산은 동남아시아 국가 등의 하청업체에 외주를 맡겨 생산한다.그 과정에서 이같은 노동, 인권, 환경 문제 등이 불거져왔지만 기업들은 하청 업체의 책임으로 치부하고 눈감아왔다. 하지만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투자자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강해지면서 기업들은 더는 공급망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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