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ESG 경영 선언에 이어 주주총회 화두도 ESG였다.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서는 예년에 비해 다양한 안건이 상정됐다. ESG 위원회 신설, 기업 정관에 ESG를 삽입하는 경영진들의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풀무원, 기업 정관에 '사회적 책임' 명시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구성원의 지속적 행복 추구'
정관에도 ESG 명시한 기업들
풀무원은 지난 25일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정관 일부를 변경했다. 기존 문구에 '사회적 책임'을 명시한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 창출을 '풀무원의 사회적 책임'으로 정의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공유가치를 창출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기존 정관에서 '안전, 안심, 건강의 가치를 담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한다'는 내용을 '안전, 안심, 건강,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한 가치를 담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는 문구에서도 기존 '매출, 수익 모든 측면에서 국내 최고이자 세계적인 기업 수준의 경영 성과를 달성'에서 '매출과 수익은 물론 사회와 환경의 지속 가능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수정했다.
풀무원은 회사의 핵심가치를 설명한 정관에서도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면서 ESG 경영을 명문화했다.
기존 정관에서도 ESG와 관련된 조항을 찾아볼 수 있었다. E·S·G를 각각 정관에 명시해놓았던거다.
(E)'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기업경영의 요인을 발굴 및 최소화하여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 유지 및 증진에 기여한다'
(S)'가치 창출을 '풀무원의 사회적 책임’으로 정의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공유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
(G)'법과 풀무원 바른마음경영의 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며 합리적으로 기업을 경영하여 주주, 소비자, 경쟁사, 협력사 및 조직원 모두를 위한 더 큰 효익을 창출한다.'
풀무원은 '고객의 몸과 마음의 건강 및 행복 증진을 지원하고, 동시에 지구 환경과의 조화로운 삶이 주는 가치를 사회에 확산하는데 공헌해야 한다’면서 전 지구적인 지속가능경영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효율 풀무원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풀무원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ESG 최우수기업에 선정되었다"며 "앞으로도 한국의 대표 ESG 기업으로서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환경적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ESG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표적 정유기업인 S-Oil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정관에 명문화했다. 주주총회에서는 ▲전기차 충전사업 ▲캐릭터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라이선스업 ▲유류 제품 외 상품, 서비스에 대한 도소매 및 중개업 조항을 신설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됐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차원”이다.
오래전부터 ESG 경영에 앞장섰던 SK의 경우에 계열사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의 정관에서는 지속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경영활동의 주체인 구성원은 '구성원 행복'과 함께 '이해관계자 행복'을 키워 나감으로써 지속적 행복을 추구한다'면서 '구성원이 지속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터전이자 기반인 회사는 안정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영구히 존속·발전하여야 한다.'
'모든 구성원은 이해관계자 간 행복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구성원뿐만 아니라 공급망 내의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정관에 따르면 '이해관계자 행복을 위해 창출하는 모든 가치가 곧 사회적 가치'라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키워나가며, 이해관계자와 신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에 기반한 선순환적 협력을 통해 상호 발전을 이끌어 나간다'고 밝히고 있다.
주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여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환경보호, 고용 창출, 삶의 질 제고, 지역사회 기여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여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고 정관에 명시하면서 지속가능경영에 앞장선다는 취지다.
SK그룹은 올해 주총에서 지주회사인 SK(주)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앞으로 거버넌스위원회에서 수행하던 투자 안건 검토도 ESG 위원회로 이관된다. 회사의 경영전략이나 중요한 투자 관련 사항은 모두 ESG 위원회의 검증을 거치도록 구조를 바꿨다. ESG 위원회에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5명 모두 참여한다.
이사회 다양성·독립성 담은 문구도
정관에 추가
SK건설은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친환경 관련 사업들을 목적사업에 추가하는 등 일부 정관 변경을 승인했다. 동시에 이사회의 투명한 직무 수행을 위한 장치로 ‘지배구조헌장’을 정관에 명문화해 ESG 중 하나인 지배구조(G)도 혁신해 나갈 방침이다.
지배구조헌장에는 회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과 경영 선진화를 위한 이사회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관련 법령 및 지배구조헌장에 의해 부여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SK건설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친환경 등 새로운 사업진출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ESG위원회와 지배구조헌장을 통해 투명한 경영체계를 강화하고 ESG 경영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양성 증진을 위한 문구를 정관에 삽입한 시도도 있었다. SK네트웍스는 주주총회서 다양성 강화를 위해 정관을 일부 변경했다.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한 것이다. 최근 최태원 회장의 횡령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며 감사위원회 위원 중 1인을 분리 선임하는 등 이사회 독립성도 명문화했다.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이 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지배구조 문구를 삽입한 기업도 있다. KCC글라스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통해 거수기로 불렸던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의지다.
주총에서 ESG 위원회 공표 기업도 다수
이번 주주총회에서 ESG 위원회 설치를 공표한 기업도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데 더해 기존 지속가능경영 사무국을 CEO 직속 지속가능경영 추진센터로 격상한 바 있다. 아울러 전사 차원의 협의기구인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격상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지속가능경영을 우선순위로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반영해 안전 및 보건 계획 관련 조항 정관을 신설했다. 포스코는 지난 12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두는 정관 변경 안건을 가결했다. 포스코는 ESG 위원회를 통해 기후변화 관련 저탄소 정책과 안전·보건 등에 대한 계획을 검토하고 이행사항을 모니터링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주)LG는 주총을 일주일 앞둔 지난 19일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다. ESG 경영의 최고 심의 기구로서 환경·안전, CSR, 고객가치, 주주가치, 지배구조 등 ESG 관련 분야별 전사차원의 주요 정책을 심의해 이사회에 보고한다.
LG 관계자는 "위원회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며, 각 사 대표가 멤버로 참여해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는 지난 29일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고 ESG위원회를 신설을 결의했다. 위원회는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위원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주총에서 ESG 관련 안건이 통과함으로 2분기부터는 구체적인 ESG경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지난달 ESG 추진위원회를 신설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그룹사 CEO(최고경영자)가 모두 참석하는 이 위원회는 ESG 사업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하는 ESG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서는 BGF 그룹이 지난달 23일 ESG 경영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위원회 조직과 함께 전담조직을 신설, 영역별 위원과 전담 리더 등을 임명했다. 향후 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ESG 경영 목표 및 전략을 수립하고 ESG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밸류 체인 내 환경과 사회 영역별 이슈를 면밀히 파악해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구축, 본격 실행에 나섰다.
- 산업부 2개월 내내 철강, 시멘트, 정유업계 만나는 이유는?
- 우후죽순 ESG위원회, 다같은 위상 아니다? 23개 기업별 ESG위원회 뜯어보니
- 【하인사의 이슈리뷰】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신설, 어떻게 볼 것인가
- 네이버, 카카오 ESG위원회 갖추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ESG 본격화
- 카카오, ESG 위원회 출범 직후 “차별·증오발언 강경대응”
- 미국 기업 45%, 이사회에서 ESG 다룬다... 국내는 12곳
- ESG A+ 등급 받은 곳들은 뭘 잘하나... 신한금투 'ESG 컨센서스' 평가 60개기업 공개
- 국내 기업, 공급망 협력사 인권 및 윤리경영 반영비율 8.7%에 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