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출시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어폰 수리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았다/픽사베이
애플은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출시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어폰 수리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았다/픽사베이

 

스마트폰·TV 모니터 등 전 세계 전자 폐기물의 재활용 비율은 지난해 17.4%에 그쳤다. 2019년 전체 재활용 비율인 20% 보다 낮은 수치다. 

중대형 전자제품 외에도 무선 이어폰 등 전자기기 액세서리나 소형 전자제품 사용 비중도 늘어나면서 앞으로 소형 전자기기가 폐기물 재활용 분야 사각지대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모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쉽게 대체될 수 있으며, 무게, 부피, 크기 등의 측면에서 정부의 재활용 정책 범위에 대부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선 이어폰,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Wearable) 제품 소비는 201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FT매거진에서 "애플이 최초로 무선 이어폰을 출시한지 10년이 지난 2026년이 되면 7억5000만대의 에어팟, 삼성 갤럭시 버즈 등은 거의 모두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남은 플라스틱, 구리, 회로판, 자석, 배터리, 충전 본체 등은 모두 전자 폐기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무선 이어폰은 플러그인 이어폰과 달리 배터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애플, 매년 1억 대 무선 이어폰 생산하지만 재활용ㆍ수리 안 돼

애플, 삼성 등 전자기기 제조업체들은 일반 가전 제품에 대한 재활용ㆍ수리 정책은 도입했으나, 악세사리나 소모품은 재활용ㆍ수리 범위에 적용되지 않아 대부분이 폐기된다. 

애플은 최초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출시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어폰 수리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았다. 18개월 보증 기간 내 고장이 나면 새 이어폰으로 교체만 가능하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전체 무선 이어폰(5억 대) 중 애플 에어팟이 약 25%를 차지하지만 제품이 고장나면 약 1억 2000여개의 이어폰이 폐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해 애플은 저탄소 및 재활용 소재 사용, 제조 공정 개선,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2030년 제조 공급망과 기업 활동 전반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공급업체들이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뿐 아니라 제품 제조 시 재활용 부품 사용량도 늘렸다. 애플은 지난 5년 동안 탄소 배출량을 40% 감축시켰다. 

FT 매거진은 무선이어폰 수리 문제에 관한 기획기사를 통해 무선 이어폰의 재활용 문제를 다뤘다. 애플과 삼성 모두 이어폰 수리를 하지 않고 교체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자는 DIY 웹사이트 iFixit의 테일러 딕슨의 말을 인용하며, "삼성의 이어폰은 분해하기 쉬운 케이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든 이어폰 중 가장 수리가 용이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픽시트(iFixit)는 8만여개의 가전제품에 대한 수리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베스트셀러 제품에 대한 수리 가능성을 보면 애플 에어팟은 10점 만점에 0점이다.   

전 세계 시민단체들은 "애플이 교체부품이나 세부 설명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의 '수리할 권리'를 주장해 왔다. 지난 11월 애플은 아이폰과 맥 컴퓨터의 최신 모델 기종의 부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도 올해부터 소비자들이 제품 수리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자사 제품 디자인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연합, 소비자들의 '수리할 권리' 계획안 발표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소비자들의 '수리할 권리' 이니셔티브를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유럽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의 법정 보증기간인 2년 이내에만 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유럽위원회는 소비자가 결함 제품의 수리를 받을 수 있는 법적 보증 기간을 추가 2년 연장하고, 중고 및 수리 제품에 대해서도 신규 제품과 유사하게 1-2년 범위 내에서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입법 계획안을 제안했다. 

제품 교체도 결함 있는 모든 제품이 아닌 수리가 불가능 하거나 수리비용이 교체비용보다 더 많이 드는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이미 유럽연합과 영국에서는 세탁기 등 대형 제품 제조업체에 예비부품을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규정이 시행됐다. 유럽위원회는 올해 말 휴대폰과 태블릿에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며, 이 외에도 5kg 미만 전자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배터리를 분리해 교체하는 제안도 논의 중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의에서도 이어폰 등 소형 전자제품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리스타트(Restart)의 우고 발리우리(Ugo Vallauri)와 같은 환경운동가들은 "수리가능한 이어폰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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