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대학의 베넷공공정책연구소가 생물다양성과 국가 신용등급의 연관성을 거론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베넷공공정책연구소
케임브리지 대학의 베넷공공정책연구소가 생물다양성과 국가 신용등급의 연관성을 거론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베넷공공정책연구소

전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손실이 2030년까지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연구진들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국가 신용등급의 절반 이상이 낮아지고, 이에 따른 부채 상환 금액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 생태계의 붕괴가 자연 의존적 산업을 파괴할 것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베넷 공공정책연구소는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셰필드 할람 대학교, SOAS 런던 대학교의 경제학자들과 함께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주요 생태계의 부분적 붕괴가 농업 및 어업과 같은 자연 의존적 산업을 파괴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해 생물 다양성이 손실되면 공공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조사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세계은행이 시뮬레이션한 것처럼, "일부 지역에서 어업, 열대 목재 생산, 야생 꽃가루받이(pollination) 등의 생태계 붕괴가 부분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조사 대상 26개국의 절반 이상 신용 등급이 격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대상 26개국 중 58%가 국가 신용 등급이 최소 1단계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며, 인도는 4단계 하락하고 중국은 6단계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생물다양성 손실은 여러 방식으로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어업의 붕괴는 국가 공급망과 다른 산업에 경제적 충격을 야기한다"라고 밝혔다.

생물다양성이 파괴될 경우 26개 국가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넷공공정책연구소
생물다양성이 파괴될 경우 26개 국가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넷공공정책연구소

 

신용등급 하락, 부채 상환액 증가로 이어져

'국가신용등급(Sovereign ratings)'은 한 나라가 채무를 갚을 능력이 있는지 또는 의사가 확실한지를 등급으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신용등급은 통상 ‘AAA’, ‘BB+’ 등 알파벳과 기호가 합쳐져 표시되며 국가신용등급은 해당 국가의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영국의 피치 레이팅스(Fitch) 등이 국가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있다. 보고서의 저자들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가능한 지정학적 사건 등 계량화하기 어려운 금융 리스크를 평가하지만 생태학적 악화에 따른 경제적 결과는 대체로 무시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연에 대해서 모르는 ‘자연 맹인(nature-blind)’ 투자자는 효과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없으며, 계산에서 생물 다양성 손실을 누락하면 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케임브리지 대학 베넷 공공정책연구소의 수석 저자인 매튜 아가왈라(Matthew Agarwala) 박사는 "금융가들만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국가 리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시장은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정부, 궁극적으로 납세자들이 더 많은 차용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전했다. 

매튜 박사는 이어 "생태계 파괴로 인해 경제 성과가 줄어들면 정부는 예산을 압박하고 세금을 올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등 인플레이션이 증가하면서, 국가들이 부채를 상환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것은 일반 사람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을 더했다.

국가신용등급은 정부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에 영향을 미친다. 등급이 하락하면 연간 280억~530억 달러(36조4300억원~68조9700억원)의 추가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피해자,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될 것으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계가 실제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연구 대상 국가의 신용등급이 절반 이상 최소 한 단계씩 떨어지며, 3분의 1이 3단계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신용등급은 6단계 하락, 연간 최대 180억 달러(23조4100억원)의 추가 이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부채가 있는 기업 부문은 200억~300억 달러(26조200억~39조300억 원)의 추가 부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말레이시아는 매년 최대 26억 달러(3조3800억원)의 추가 이자 지급으로 거의 7단계 하락하는 것으로 연구결과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들은 추가 이자로 10억(1조3000억원)에서 23억 달러(3조원)를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BBB-보다 낮은 등급을 투기 또는 '정크' 등급으로 간주하는 것을 언급하면서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투자에서 투기 등급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는 약 4단계 하향 조정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참여한 26개국 중 12개국은 파산 위험이 1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글라데시(41%), 에티오피아(38%), 인도(29%)가 가장 극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파키스탄과 마다가스카르를 포함한 6개국은 만약 자연 생태계가 갑자기 붕괴한다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default)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케임브리지대 베넷 연구소의 공동 연구자이자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부교수인 파트리차 클루삭(Patrycja Klusak) 박사는 "개발도상국들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부채 부담과 치솟는 물가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자연의 상실은 이들 국가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의 저자들이 생태계 리스크를 국가 신용등급에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베넷공공정책연구소
보고서의 저자들이 생태계 리스크를 국가 신용등급에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베넷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들, 생물학적 자산을 보호하는 나라의 신용도가 향상될 것

연구원들은 ‘생물학적 자산’을 보호하는 국가들이 신용도가 향상될 수 있다고 전했다.

런던 SOAS 대학 지속 가능 금융 센터의 선임 연구원이자 전 S&P 국가 신용 책임자로 활동한 모리츠 크레이머(Moritz Kraemer) 박사는 "어디서나 그렇듯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다른 곳의 공급 감소는 희소성을 증가시킨다. 결과적으로 잘 보존된 자연 자산의 가치가 증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태계 리스크를 국가 신용 등급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부가 환경 보호를 강화하도록 하는데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임팩트온(Impact 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