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주도 구매 러시…최근 2년간 시장 전체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 몰리며 고품질 크레딧 공급난 심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 제거 크레딧 시장에서 대규모 구매에 나서면서 고품질 탄소 제거 크레딧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집중 매입으로 2024년 영구적 탄소 제거 크레딧 가격이 산림 보존 프로젝트 기반 저가 크레딧 대비 4배 가까이 오르며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테크 주도로 시장 전체 100억달러 유입
탄소시장 추적기관 CDR.fyi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영구적 탄소 제거 프로젝트에 유입된 자금은 총 100억달러(약 14조6000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최근 2년간 집중됐으며, 빅테크 기업들이 수억달러 규모의 직접 구매를 주도하며 시장 가격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영구적 탄소 제거 크레딧은 바이오차(biochar), 직접공기포집(DAC) 같은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장기간 포집·저장하는 프로젝트에서 발행된다. 과학계는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는 발전 등 산업 부문의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탄소 제거 프로젝트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기후기술 기업 패치(Patch)의 브레넌 스펠레이시 최고경영자(CEO)는 브라질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현장에서 "실적이 좋은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호실적 배경에는 AI가 있다"며 "AI가 수익을 견인하고 그 수익이 투자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대변인은 "장기 구매계약을 통해 강력한 수요 신호를 보내 혁신과 금융, 배치의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공급을 창출하는 동시에 다른 기업 구매자들이 진입할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 폭증에도 공급은 제자리
공급 부족은 거래 비중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패치 플랫폼에서 바이오차 크레딧은 전체 구매 요청의 3분의 1을 차지했지만, 실제 판매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조림 크레딧 역시 요청 비중은 25%였으나 판매는 12% 수준에 그쳤다. 사려는 기업은 많았지만 시장에 나온 물량이 따라가지 못해 고품질 크레딧의 구조적 공급난이 확인된 셈이다.
탄소 등록기관 아이소메트릭의 루카스 메이 최고상업책임자는 “2024년 영구적 탄소 제거 구매량이 800만톤이었는데 올해는 이미 2500만톤에 이르렀다”며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집중 수요가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CDR.fyi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행된 영구적 탄소 제거 크레딧은 100만톤 미만이며 대부분이 바이오차 프로젝트에서 나왔다. 공급 확대가 더디자 기업들은 장기 구매계약을 통해 프로젝트 개발자에게 판매 확실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메이 CCO는 “수요가 명확해질수록 공급도 결국 따라붙는다”고 전망했다.
직접 생산·아시아 공급 확대 움직임
공급난에 직접 크레딧을 생산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대형 기술기업들을 고객으로 둔 퓨어 데이터센터스 그룹(Pure Data Centres Group)은 영국 윌트셔에 2400만파운드(약 460억원)를 투입해 영국 최대 바이오차 프로젝트를 건설 중이다.
던 차일즈 CEO는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 직접 생산 역량 확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회사 '어 헬시어 어스(A Healthier Earth)'의 앨러스테어 콜리어 최고연구개발책임자(CRO)는 프로젝트가 12월 가동을 시작해 18개월에 걸쳐 연간 1만8500톤의 탄소 제거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도 고품질 크레딧 공급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인도·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은 농업·산림·폐기물 처리 기반 프로젝트를 통해 고무결성 탄소 제거 크레딧을 대량 공급할 여건을 갖췄다. 구글은 올해 인도 바라하(Varaha)와 10만톤 규모 바이오차 제거 크레딧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인도 알트카본(Alt Carbon)은 일본 해운사 미쓰이오에스케이라인(MOL)과 강화풍화 방식으로 1만톤 제거를 약속하는 다년 계약을 맺었다.
포브스는 탄소시장이 실험 단계를 넘어 데이터 기반 통합 인프라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기후 성과도 자발적 공시에서 감사 가능한 결과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시장 신뢰 체계가 재구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