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원자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6년 봄부터 알루미늄 스크랩(폐알루미늄)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산업단체인 '유럽 알루미늄(European Aluminium)'이 주최한 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알루미늄 스크랩의 EU 외부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규제 마련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가 EU 산업의 탈탄소화에 필요한 원자재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2026년 봄에 채택될 예정이라며, 생산자와 재활용업체 및 그 하부 업계의 이익을 고려한 균형 잡힌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알루미늄 스크랩 수출량 126만톤으로 사상 최대
유럽 알루미늄협회에 따르면, 2024년의 EU의 알루미늄 스크랩 수출량은 126만 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5년 전에 비해 50% 증가했다. 수출 물량은 대부분 아시아로 향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이 수출 확대를 더욱 부채질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알루미늄 제품에 50% 관세, 알루미늄 스크랩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폐알루미늄 수입이 늘었고, 자연스럽게 아시아 구매자들이 EU산 폐알루미늄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됐다.
이에 EU 알루미늄업계는 "공공정책이 시장 실패를 교정해야 한다"고 스크랩 수출에 약 30%의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규제를 요구해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관련 수출 동향을 모니터링해왔으며, 2025년 3분기까지 모니터링을 완료하고 조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진 바 있다. 지난 9월 '유럽 알루미늄'의 폴포스 대표는 "보조금과 낮은 노동 및 환경 기준으로 인해 아시아의 구매자들과 경쟁하는 유럽기업들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재활용업체를 대표하는 ‘리사이클링 유럽(Recycling Europe)’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집행위의 자체 모니터링에서도 ‘누출(leakage)’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치적 판단이 아닌 사실 기반 협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활용업계에서는 "EU 내에서 재활용 알루미늄의 약 75~80%가 처리되고 있으며, 수출은 잉여 물량"이라는 입장이다. 재활용업계 입장에선 스크랩 수출이 제한될 경우 가격 하락·수익성 악화 등이 우려돼,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48개국 고철 수출 제한 두고 있어"
알루미늄은 유럽 제조업의 중추적 소재이자, 탄소감축 전략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알루미늄 스크랩을 재활용하면 보크사이트(원광석)를 제련해 금속을 생산할 때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최대 95% 적다. 이 때문에 순환경제와 탈탄소화를 병행하는 EU 산업정책의 뿌리로 평가받는다.
협회인 유럽알루미늄측은 "재활용 용광로 용량을 1200만톤으로 늘리기 위해 7억유로(약 1조180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히고 있다. 알루미늄 스크랩을 핵심 자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미 비EU국가들도 금속 스크랩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컨설팅기업인 GMK센터는 인도와 중국을 포함한 48개국이 고철 수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번 논쟁은 탈탄소 전환 및 자원 안보, 무역·관세 등 공급망 구조 변화가 복합된 사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EU는 CBAM을 통한 규제, 재생원료 확대 등을 통한 '유럽산 (재활용·저탄소 인증) 알루미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EU는 그동안 철강, 배터리 원료, 폐플라스틱 등 주요 원자재의 역외 유출을 제한하는 순환경제 정책을 단계적으로 강화해왔다. 전문가들은 알루미늄이 그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유럽 산업의 시그널 변화”라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아시아로 들어오는 유럽발 알루미늄 스크랩 물량이 줄면, 가격이 오를 공산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특히 국내 알루미늄 재활용·압연·가공업계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전망이다. EU발 물량이 줄어들면 글로벌 스크랩 가격이 오르고, 일본·동남아·중동 등 대체 공급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국내 기업의 수급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